"내가 정민이다" 빗속 한강 수백명 집결, 사인 규명 촉구시위
"내가 정민이다!"
전국에 비가 내린 16일 오후 2시,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 택시 승강장 인근에 전국 각지에서 온 수백명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손정민씨 사망 원인 규명을 위해 1인 시위를 위해 나온 사람들이다. 이날 집회신고가 이뤄지지 않아 1인 시위 방식으로 집회가 진행됐다.
시위 현장은 남녀노소의 시위자들과 유튜버, 취재진이 뒤엉겨 혼란이 빚어졌다. 사전 집회 신고가 필요하지 않은 기자회견이나 1인 시위의 경우 확성기 사용, 구호 제창이 불가능하지만, 이날 집회는 이 같은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불특정 다수가 먼저 구호를 선창하고 나머지 참가자들이 제창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한 참가자는 '반대 세력'으로 몰려 다른 참가자들의 우산으로 공격을 당하는 등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불법 집회로의 변질을 의식한 한 시민은 참가자들 앞에 나서서 "우리는 집회가 아니라 1인 시위하러 온 것"이라며 "이 자리에서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계속 정민이를 추모하기 위해 노력하자. 흥분하지 마시고 질서 좀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시위 인원은 경찰 추산으로 200여명이나, 참가자들은 500여명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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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조카와 함께 왔다"
신촌에서 온 윤상희(24)씨는 "또래 친구가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죽음을 맞이해 이건 모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고, 경찰에서 명명백백하게 진상규명을 해줬으면 해서 오게 됐다"며 "비가 오는데도 시민분들이 많이 오셔서 어쩌면 이게 진짜 민심이 아닌가 싶다. 현재 온라인에 허위사실이 많이 돌고 있는데, 수사기관이 권력에 휘둘리지 말고 진실만을 파헤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민이와 비슷한 또래 아들을 뒀다는 배은아(50)씨는 "이 사건은 우리나라 국민이 생각하는 상식적 수준을 넘어갔다고 생각한다. 손정민씨 부친이 제기하는 의혹이 자식 잃은 부모 입장에서 굉장히 상식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황에서 국민들을 분열시키지 말고 청와대는 민심을 읽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날 오전부터 SRT를 타고 지방에서 온 시민도 있었다. 대구에서 조카와 함께 왔다는 김지영(52)씨는 "손정민군 죽음에 대한 진실 규명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자 왔다"고 했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젊은 엄마들도 눈에 띄었다. 시위 참석을 위해 인천에서 왔다는 공유진(39)씨는 “5살짜리 딸, 8살짜리 아들과 함께 왔다”면서 "손정민씨 죽음의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졌으면 좋겠어서 추모도 할 겸 이 자리에 오게 됐다”. 마음이 아프다. 수사가 어떻게 진행 중인지 잘 밝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40대 김미숙씨도 "'40분 행적'을 경찰이 왜 모르느냐. 생때같은 자식이 목숨 잃는다고 생각해 봐라. 국민들 누구든 다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정모(74)씨는 "우리 막내 손주가 정민이랑 동갑이다. 집에서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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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서 건너편 건널목서 '제지'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집회에 배치된 대화 경찰을 쫓아다니며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한 경찰관은 "'주최자'가 명확히 없는 집회라 협상을 할 수 없어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시위가 시작한 지 45분이 지난 후, 참가자들은 '철저 수사'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서초경찰서로 향했다. 도보로 40분이 걸리는 거리로, 이를 제지하기 위해 배치된 경찰들과 시위자들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서초경찰서 경비과장은 "고 손정민군에 대한 애도의 마음은 경찰도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인도에서 구호를 제창하고 시위를 하는 것은 미신고 집회에 해당한다. 집시법을 위반해서 불법으로 집회를 개최하고 있고. 집회 상황은 채증하도록 하겠다. 채증자료는 사법처리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서초경찰서 건너편 건널목에서 진행이 막힌 시위자들은 "서장 나와!" 구호를 외치며 자리를 지켰다. 이 상황을 중계하는 한 유튜브 채널에는 2만명이 넘는 시청자가 몰렸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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