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이번엔 "욱일기 걸면 징역10년"..학계 "민주당식 국보법"
더불어민주당에서 또다시 ‘역사왜곡’을 막자는 주장이 나왔다. 일본 제국주의를 찬양하면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 발의를 두고 학계에서도 “민주당식 국가보안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김용민 의원은 지난 14일 ‘역사왜곡방지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3ㆍ1운동과 4ㆍ19 민주화 운동, 일본제국주의의 폭력, 학살, 인권유린 및 이에 저항한 독립운동에 관한 사실을 왜곡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행위 ▶일본제국주의를 찬양ㆍ고무하는 행위 ▶이 목적으로 일본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군사기(욱일기 등) 또는 조형물을 사용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위반할 시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한다.
해당 법안은 새롭게 설치되는 ‘진실한 역사를 위한 심리위원회’가 ‘역사왜곡’ 판단을 맡도록 했다. 역사학자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해당 위원회는 역사왜곡행위, 일제찬양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권한을 갖는다. 김 의원은 “항일 독립운동이라는 숭고한 가치를 거짓으로 훼손하고 모욕하는 행위가 빈번히 발생해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며 “헌법적 가치를 지키고 국가의 존엄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학계에선 “과도한 표현의 자유 침해”란 비판이 나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은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법안과 관련해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인)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역사왜곡은 근절돼야 한다”면서도 “민주당 ‘진문(眞文)’들의 행태에 비춰볼 때 감정적으로 몰아가고 국민을 분열시킬 포퓰리즘이 아닐지 우려된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막걸리 보안법’이 떠오른다”고 비판했다.
임지현 서강대 사학과 교수도 “민주당식 국가보안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만약 반대로 야권이 ‘6ㆍ25 왜곡 방지법’을 발의하고 ‘6ㆍ25가 남침이 아닌 북침’이라는 주장을 처벌한다고 하면 어떻겠나.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역사적 진실이 바뀔 것”이라며 “역사왜곡을 방지하기 위해선 국회에서 역사를 논의하지 않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헌법학자인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도 “특정한 법익에 대한 침해를 법원에서 확인하기 전에 특정한 사실을 불법시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유사한 방식으로 계속 특별법을 만들다보면 과도한 처벌로 악영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민주당은 지속적으로 ‘역사왜곡’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당론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5ㆍ18 민주화 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 대표적이다. 해당 법안은 5ㆍ18 민주화 운동을 부인ㆍ비방ㆍ왜곡ㆍ날조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같은 해 6월에는 양향자 의원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사실 왜곡도 처벌 대상에 포함시킨 ‘역사왜곡금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과거 야당 시절 “역사 평가는 학자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2015년 박근혜 정부가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추진할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에 정답이 없는데 정답을 요구한다”, “국사 국정교과서를 주장하는 자들은 자유민주주의자가 아닌 독재주의자ㆍ전체주의자ㆍ국가주의자”라고 비판했다. 민ㆍ군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폭침으로 결론이 난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해서도 과거 민주당에선 “북한 소행이 아닐 수 있다”(2015년 설훈 의원)는 등의 주장이 제기된 적이 있다.
특히 김용민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찬양·고무’조항이 포함돼 있어 국가보안법을 강하게 비판해 온 민주당의 이력과도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는 TV토론에서 “반국가단체 활동을 찬양ㆍ고무ㆍ선전하는 행위”를 처벌토록 한 국보법 조항에 대해 “악법요소가 있다.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영수 교수는 “북한에 대한 찬양ㆍ고무는 괜찮고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건 처벌한다는 건 이중잣대”라고 비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저녁 먹다가 "펑"…순식간에 집 천장 날린 중국 토네이도 (영상)
- 서울서 가장 비싼 강남대로변…3600평 '빨간지붕 집'의 비밀
- 어, 똑같이 생겼네? 조국·추미애 공개한 스승의날 케이크
- 지붕에 껴 버둥버둥…너구리 구해주니 사람에 보인 행동 (영상)
- '별' 170명 집합시킨…초유의 배식 실패 비밀, 조리병은 안다
- 아내 떠난뒤 뚝 끊긴 주택연금, 그 뒤엔 연 끊은 아들 있었다
- 오바마에 당돌한 질문 던졌던 꼬마 기자, 23세로 돌연사
- 군부 출금 두려웠다던 미스 미얀마가 번쩍 들어올린 메시지
- 최연소·최초로 상 쓸어담았다…한국 연주자들 잇단 신기록
- "해명은 도리가 아니다" 정민씨 친구가 침묵을 택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