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버블 붕괴 신호탄? 비트코인 비중 40% 무너졌다

이승호 2021. 5. 1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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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홍콩의 대중교통수단인 트램 차량 겉면에 비트코인 광고판이 둘러져 있다.[AP=연합뉴스]

암호화폐 시장에서 ‘맏형’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무게가 갈수록 줄어드는 모양새다.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에서 비트코인의 비중이 3년 만에 40% 아래로 떨어졌다.


비트코인 투자 비중 40% 붕괴, 시장 지배력 ‘흔들’

16일 오후 2시 14분 현재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이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에서 비중이 39.98%를 가리키고 있다. 비트코인의 시총 배중이 40% 아래로 내려간 건 2018년 5월 이후 3년만이다.[코인마켓캡 캡처]

암호화폐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6일 오후 2시 14분 기준으로 비트코인이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이하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98%다. 전날 오전 8시 56분 39.96%를 기록한 후 40% 선에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다.

올해 초 70%를 넘었던 비트코인 시총 비중이 5개월 만에 30%포인트 넘게 줄어든 것이다. 시총 비중이 40%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8년 5월 이후 3년 만이다. 가격 역시 하락세다.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4만8300달러를 기록하며 24시간 전보다 2% 넘게 하락하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도 하루 사이 4% 하락한 5800만원대에 거래 중이다.

비트코인의 비중이 줄어드는 건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 약진 때문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주춤하는 사이 이더리움, 도지코인 같은 알트코인에 돈이 몰렸다. 규모 2위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시총은 약 4400억 달러로 비트코인(8800억 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시총 비중도 19.6%로 전체의 5분의 1에 달한다.


‘머스크 리스크’에 알트코인에 투자자 몰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로이터=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비트코인 배신’ 여파도 크게 작용했다. 머스크 CEO는 지난 1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테슬라 차의 비트코인 구매 결제 허용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비트코인 채굴에 대규모 전기가 소비돼 기후변화 등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를 들었다. 지난 2월 15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투자를 발표하고,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차량 구매를 허용한다고 한 지 3개월 만이다.

머스크의 돌발행동은 알트코인을 더욱 주목하게 했다. 머스크가 비트코인 결제 방침을 철회하면서 “비트코인 채굴 혹은 거래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1% 이하를 사용하는 다른 암호화폐를 찾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전기 덜 먹는 카르다노 급부상

암호화폐 카르다노는 비트코인보다 전력소모가 적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16일 암호화폐 시가총액 규모 4위로 뛰어올랐다. [EPA=연합뉴스]

대표적인 것이 카르다노다. 미 경제잡지 포브스는 인베스팅닷컴의 제시 코헨 수석 연구원의 발언을 인용해 “일론 머스크가 찾고 있는 비트코인의 대체재는 카르다노와 리플일 가능성이 있다”며 “머스크의 발표 이후 암호화폐 시장은 급락했지만, 카르다노 가격은 뛰어올랐다”고 전했다. 카르다노는 16일 오후 3시 20분 현재 코인마켓캡에서 개당 2.3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24시간 전보다 8.33%, 7일 동안으로 보면 35% 급등했다. 시가총액도 741억 달러로 도지코인을 제치고 전체 4위로 올라섰다.

지난 6일 미국 텍사스주의 한 비트코인 채굴작업장의 모습. 비트코인은 채굴 과정에서 많은 전기를 소모하기에 기후변화 등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AFP[=연합뉴스]

카르다노는 코인 채굴에서 지분증명(PoS)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해당 암호화폐를 더 많이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더 쉽게 채굴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작업증명(PoW) 방식인 비트코인보다 전기소모가 적다는 게 특징이다. 이더리움의 공동창립자이기도 한 카르다노 창시자 찰스 호스킨슨은 “카르다노는 1년에 6기가와트시(GWh)을 이용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비트코인이 소모하는 115.85테라와트시(TWh)의 0.01%보다 작다. 2위 암호화폐 이더리움과 도지코인 역시 비트코인보다 전력소모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 비중 40% 아래면 암호화폐 급락”

지난 12일 홍콩의 대중교통수단인 트램 차량 겉면에 비트코인 광고판이 둘러져 있다.[AP=연합뉴스]

시장에선 비트코인의 시총 비중이 40% 아래로 내려가는 건 암호화폐 투자의 마지노선이 깨진 거란 평가도 나온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비트코인의 투자 비중이 줄면,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하면서 ‘버블(거품) 붕괴’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트랙리서치의 니콜라스콜라스 공동창업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의 시가총액 점유율이 40%로 내려가면 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 가격이 매우 빠르게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건도 최근 “자산가치를 검증하기 어려운 알트코인에 투자자가 몰리는 건 투기 수요 때문”이라며 “이는 지난 2017년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했다가 얼마 뒤 거품이 꺼지면서 가격이 급락한 상황과 비슷하다”고 평가한 보고서를 냈다.

하지만 “과거와 다르다”는 분석도 많다.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금융자산과 결제수단으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대거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 파문도 장기적으론 암호화폐 시장에 유리할 거란 전망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암호화폐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지구온난화에 가장 민감하기에 암호화폐의 반(反)환경성에 주목한다”며 “머스크의 비트코인 지지 철회는 친환경적인 알트코인을 주목받게 해 암호화폐 시장 전체를 키울 수 있다”고 봤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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