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아무도 모르게 발생한 화재..용의자는 고양이
지난 3월 4일 오전 3시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의 한 오피스텔 5층에서 불이 났다. 불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면서 6분 만에 꺼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이 오피스텔에 살던 주민 75명이 놀라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주방 하이라이트(전기레인지)와 휴대용 가스레인지 등이 불에 탄 것으로 조사됐다. 선반 위에 부탄가스가 가열된 전기레인지 위로 떨어지면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난 것으로 소방 당국은 추정했다.
하지만, 집주인 A씨는 깊게 잠이 든 상태였다. 화재 원인을 조사하던 소방 당국은 유력한 용의자(?)로 A씨가 키우고 있는 고양이 5마리를 지목했다. 고양이 한 마리가 전기레인지를 작동시켰고 선반을 건드리면서 전기레인지 위로 부탄가스가 떨어져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조사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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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반려동물 화재 사건 경기도만 5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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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 인구가 늘면서 관련 사고도 늘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로 인한 화재가 매년 늘고 있어 소방 당국이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16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도내에서 발생한 반려동물에 의해 발생한 화재사고는 총 54건이다. 2018년 11건, 2019년 20건, 2020년 23건 등 매년 늘고 있다.
불은 대부분 하이라이트와 인덕션 등 전기레인지에서 발생했다. 2018년 10건, 2019년 20건, 2020건 22건 등 총 54건 중 52건이 전기레인지로 인한 사고다.
소방 관계자는 "터치식 전기레인지 제품의 경우 체온이 있는 피부나 라텍스 장갑, 물티슈 등을 통해서도 작동된다"며 "반려동물이 발바닥으로 전기레인지를 작동시켜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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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로 인한 화재가 대부분
최근 제주소방안전본부가 반려동물에 의한 전기화재 위험성 재현실험을 한 결과에서도 터치식 전기레인지 제품이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발바닥에 의해 쉽게 작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원 버튼 작동은 물론, 돌아다니면서 불의 강약조절까지 가능했다.
이중 하이라이트는 발열 온도가 높은 데다 사용을 중단해도 잔열이 오래 남는다. 불에 타기 쉬운 물질과 접촉하면 잔열로도 불이 날 수 있다.
시계 방향이나 반시계방향으로 돌려서 사용하는 다이얼식 전기레인지 역시 반려동물이 이동하면서 접촉하면 쉽게 돌아가 작동했다.
개보다는 고양이로 인한 사고가 많았다. 최근 3년간 경기도 내에서 발생한 반려동물 화재 중 51건이 고양이로 인한 화재였고 3건만 개로 인한 화재다. 소방 관계자는 "고양이는 점프력이 좋기 때문에 싱크대나 선반 등에 올라가 불을 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오후 김포시의 한 반려 용품 판매점에서 불이 나 불을 끄던 1명이 다치고 1억3000만원의 재산피해가 나는 일이 발생했는데 당시 범인(?)도 고양이로 추정됐다. 판매점 안에 켜 놓은 모기향을 고양이가 건들면서 불이 났다는 것이다.
소방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면서 이로 인한 화재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외출 전 전기레인지 위에 화재 예방 덮개를 씌우거나 관련 제품의 전원코드를 뽑고 주변에 불에 타기 쉬운 물품을 두지 않는 등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모란·최충일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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