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찬성" 박용진 "반대"..與 잠룡 '이재용 사면' 불 붙었다

오현석 2021. 5. 1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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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소속 이광재 의원(사진 왼쪽)과 박용진 의원. 임현동 기자

여권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논의가 대선 주자 간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미·중 갈등 속 반도체 패권 다툼이 본격화되면서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으로, 특별사면이나 가석방이 없으면 남은 수감 기간을 채우고 내년 7월에 만기 출소하게 된다.


이광재 “사면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대선 경선 출마를 준비 중인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미·중 관계에서 백신 문제와 반도체는 세계 기술 경쟁의 정점에 서 있다”며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이 있다면, 사면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때가 온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MBN의 ‘시사 스페셜’에 출연해 이같이 밝히면서 “이 부회장도 국민에게 더 정확히 사과하고 이해를 구하고 사회에 기여할 부분도 이렇게 찾고, 이런 방법이 모색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대선 주자 가운데 이 부회장의 사면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건 이 의원이 처음이다. 이 의원은 ‘이재용 사면’의 필요성을 밝힌 뒤 “이런 얘기를 하면 또 ‘삼성 장학생’이라고 많은 비판이 있을 것이지만, 소신 있게 얘기하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용진 “경영진도 법 적용 똑같아야”

반면, 여권 대선 후보 가운데 가장 먼저 대선 출마 선언을 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사회 지도층일수록 법을 어겨서는 안 되고, 법을 어겼을수록 더 강하게 규율 받는 게 맞다”며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서도 법과 원칙은 잘 지켜지는 게 맞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을 제기했으며, 이 부회장은 이 사건에서도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16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관련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뉴스1

한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전북 전주 전북도의회에서 전북 지역 의원들과 간담회 직후 ‘이재용 사면론’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번 만남과는 동떨어진 얘기가 될 거 같다. 다른 말씀들은 조금 다음 기회로 미뤄주시면 어떻겠냐”며 즉답을 피했다.


文 “충분히 국민의 많은 의견을 들어 판단”

앞서 민주당 내부에선 최근 들어 이 부회장 사면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반도체의 수급 상황, 미국에 대한 투자 등을 봤을 때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필요성이 강력히 존재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사면 필요성이 조금 정도가 아니고 아주 강력히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양향자 의원 역시 “이 부회장 역할이 중요하다고 인정되면 (사면을) 논의할 수 있다”며 조건부 사면론을 내놓은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보고 대회'에 참석해 “정부는 반도체 강국 대한민국의 자부심으로 반드시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 기자회견에서 이 부회장 사면 관련 질문에 “형평성, 과거의 선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다만 “지금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 우리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더 높여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며 “충분히 국민의 많은 의견을 들어 판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여권 고위 관계자는 “석가탄신일 가석방 문제는 형평성 논란이 있어서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안다”며 “8·15 광복절 특별사면 역시 아직 공식 안건으로 논의 중이진 않으나, 필요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문 대통령께서 많이 듣고 있다”고 전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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