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종용에..韓 배터리, 美 추가투자 앞당긴다
LG·삼성도 미국 투자 잰걸음..3대전기차시장 급성장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을 전후로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계획이 잇따라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직접 나서 챙기고 있는 반도체나 배터리, 전기차분야 등이 대상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중국 업체과 경쟁하는 우리 배터리 기업은 미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최근 대규모 투자채비를 해왔다. 완성차업체의 전기차 전환이 한층 빨라진 터라 이를 고객사로 둔 배터리업체 역시 당초 예상보다 전기차 보급이 빨라질 것이라 보고 선제적으로 대비에 나섰다. 이번 정상회담을 전후로 추가투자 시기를 앞당기거나 구체화할 것으로 내다보는 배경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번 방미기간에 맞춰 조지아주에 있는 SK이노베이션 미국 배터리공장을 찾는다. 앞서 2018년 말께 미국 공장계획을 확정한 후 최 회장이 직접 공장을 찾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9년 착공 당시에는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갔었다. 1공장은 올해 초 완공했고 2공장은 후년 양산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중이다.
여기에 3·4공장도 구체적인 투자 규모나 시기를 회사 내부에선 저울질하고 있다. 당초 현 공장부지를 정할 때 4공장까지 염두에 뒀었다. 앞서 1·2공장을 짓는 데 쓴 돈이 3조160억원 정도로 3·4공장 역시 비슷한 규모로 짓는다면 3조원 안팎의 투자계획을 확정하는 셈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배터리 생산캐파는 40GWh 정도인데, 2025년까지 125GWh 이상으로 키우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5년간 세 배 이상 키워야 한다. 외형확대의 키는 해외공장이 쥐고 있다. SK는 국내를 비롯해 세계 3대 완성차시장으로 꼽히는 중국과 유럽(헝가리), 미국(조지아주)에 전기차배터리 공장을 가동중이다. 그간 진행한 설비투자는 지난해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윤형조 SK이노베이션 배터리기획실장은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배터리시장이 급격히 성장해 추가 증설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글로벌 확장전략은 특정 지역이 아닌 미국과 유럽, 중국 등 골고루 성장계획을 검토중이며 합작사(JV), 100% 등 다양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선두권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은 SK와의 영업비밀 침해송사가 합의로 끝나기 전인 지난달 5조원+α 투자계획을 확정했다. 앞서 2012년부터 가동한 미시간공장이 연산 5GWh 규모인데 이를 30배 가까운 145GWh(GM합작사 생산분 포함)까지 늘린다는 구상이다. 이는 전기차 200만대 분량이다. 지난 한 해 미국 내 전체 전기차판매량이 30만대를 조금 웃도는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물량이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추가 공장 후보지 2~3곳을 올 상반기 내 결정키로 한 상태다. 구체적인 지역이나 규모를 공개하진 않았으나 기존 공장이나 완성차업체와의 인접성 등을 감안해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LG의 미국 생산거점은 미시간공장이 유일하며, GM과 생산합작법인 공장은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에 짓고 있다. 전기차메이커로는 세계 4위권으로 꼽히는 현대차·기아가 현지 생산구상을 공개한데다 다른 완성차업체에 견줘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터라, 동남부권에 공장을 짓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LG가 미국 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까지 염두에 둔 터라 중부나 남부권도 선택지로 올려뒀을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그간 유럽권 완성차브랜드와 주로 거래했던 삼성SDI 역시 미국 내 설비투자 계획을 연내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는 국내 등에서 배터리 셀을 미국에 수출해 현지 공장에서 완제품(배터리 팩) 형태로 조립해 현지 완성차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배터리의 가장 기본단위인 셀을 현지에서 만들어야 ‘미국산’으로 인정키로 한 만큼, 삼성SDI 역시 기존 미국공장을 손보고거나 신규로 공장을 짓는 방안은 시간문제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삼성SDI의 미국 공장은 미국 북동부 완성차공장이 몰려있는 미시간주 오번힐스에 있는데, 과거 다른 업체의 공장을 인수한 것으로 인근 유후부지는 거의 없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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