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승부 장인' kt 안영명, 필승조 정착하나

양형석 2021. 5. 1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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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최근 10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로 필승조 자리매김, kt 5-4 역전승

[양형석 기자]

kt가 롯데를 상대로 짜릿한 역전극을 펼치며 위닝시리즈를 확보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는 1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8안타를 때려내며 15안타의 롯데에게 5-4로 역전승을 거뒀다. 6회까지 롯데에게 0-4로 끌려 가던 kt는 7회 2점, 8회 3점을 뽑는 집중력으로 경기를 뒤집으며 LG트윈스에게 2연패를 당한 선두 삼성 라이온즈와의 격차를 1.5경기로 줄였다(19승16패).

kt는 8회 1타점 역전 2루타를 친 박경수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강백호가 동점홈런을 포함해 3안타2타점1득점을 쓸어 담으며 4할 타율(.401)에 재진입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소형준이 5이닝4실점으로 흔들렸지만 4명의 불펜 투수가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4번째 투수 안영명은 이틀 연속 마운드에 올라 3이닝 동안 44개의 공을 던지며 무실점 행진을 10경기로 늘렸다.

kt를 창단 첫 가을야구로 이끈 베테랑 불펜투수들

2015년부터 1군 무대에 참여한 '제10구단' kt는 막내 팀답게 젊은 투수들을 위주로 패기 있는 불펜진을 꾸리려 했다. 물론 성과도 없지 않았다. 선발 유망주로 성장하던 주권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전문 불펜 투수로 변신해 작년 시즌 데뷔 첫 홀드왕에 등극하며 리그 정상급 불펜 투수로 등극했다. 포수 출신 김재윤은 2016년부터 kt의 마무리 투수로 자리 잡으면서 현재까지 통산 79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kt가 기대했던 '젊은 필승조'는 끝내 완성되지 못했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는 사이드암 엄상백(상무)은 '리틀 임창용'이 될 거라는 입단 당시의 기대와 달리 결정구 부재와 불안정한 제구 때문에 잠재력을 완전히 폭발하지 못했다. 물론 1996년생의 젊은 유망주인 만큼 전역 후 발전의 여지는 남아 있지만 어떤 보직에서든 kt 마운드의 중심이 될 거란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입단 당시 신생구단 우선지명으로 입단했던 좌완 심재민은 프로 4년 차 시즌이었던 2017년 팀 내 최다인 13홀드를 기록하며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 잡는 듯 했다. 하지만 심재민은 이듬해 4승3홀드에 그친 후 군에 입대했다. 2019년 마무리로 변신해 17세이브를 올리며 팀의 새로운 수호신으로 떠올랐던 이대은도 작년 개막 후 한 달 동안 3패1세이브 평균자책점10.13으로 무너졌고 올해는 아직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이처럼 주권과 김재윤을 제외한 젊은 불펜 투수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와중에도 kt가 작년 1군 진입 6년 만에 창단 첫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을 수 있었던 비결은 역시 베테랑 불펜 투수들의 활약이다.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 NC 다이노스를 거쳐 kt에서 마지막 기회를 얻은 '만년 유망주' 유원상은 작년 62경기에 등판해 2승1패2세이브9홀드3.80으로 불펜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019년 19경기에서 2패3홀드9.72로 최악의 시즌을 보낸 후 쫓기듯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 유니폼을 입었던 이보근의 '반전드라마'는 더욱 극적이었다. 작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 합류한 이보근은 49경기에서 3승1패6세이브9홀드2.51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는 김재윤의 부재를 틈 타 임시 마무리로 활약하기도 했다.

늘어나는 볼넷 속 돋보이는 안영명의 정면승부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2003년 1차 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한 안영명은 한화에서만 15시즌 동안 활약했던 뼛속까지 '이글스맨'이다. 지난 2010년 트레이드를 통해 잠시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기도 했지만 시즌이 끝난 후 FA 이범호(KIA 2군 총괄코치)의 보상선수로 반년 만에 다시 한화로 컴백했다. 안영명이 한화에 많은 애정이 있는 만큼 한화 구단 역시 안영명을 프랜차이즈 스타로 대접했다는 뜻이다.

2018년 송은범(LG트윈스), 이태양(SSG랜더스)과 함께 '불펜 트로이카'를 형성하며 한화의 가을나들이에 큰 공을 세운 안영명은 2019년에도 4승7패13홀드3.92로 베테랑 투수의 위엄을 과시했다. 하지만 한화 불펜의 기둥 역할을 하던 안영명은 작년 1승1패1홀드5.91로 주춤했고 시즌 후 보류 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한화 마운드를 상징하던 프랜차이즈 스타도 세대교체의 흐름을 막을 순 없었다.

한화는 최진행, 송광민, 윤규진, 양성우 등 방출선수들이 대거 현역 생활을 마감했지만 안영명은 곧바로 kt로 이적하며 새 둥지를 찾았다. 작년 유원상, 이보근 등 베테랑 투수의 활약으로 재미를 본 kt가 안영명의 풍부한 '경험'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이다. 안영명은 올 시즌 무난히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승부처가 아닌 다소 느슨한 상황에 등판하는 경우가 많았고 6경기에서 4.9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새로운 팀, 새로운 구장에서의 적응을 마친 안영명은 이내 본 실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안영명은 4월 25일 롯데전부터 5월 15일 롯데전까지 10경기 동안 10.2이닝을 던지며 단 한 점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투구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11일 삼성전과 15일 롯데전에서는 각각 1이닝 무실점 투구로 홀드를 적립했다. 이강철 감독이 시즌 초반과 달리 안영명을 중요한 승부처에 투입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안영명은 한화 시절부터 정면승부를 즐기는 투수로 유명했다. 이 때문에 2009년처럼 한 시즌 최다 피홈런(34개)의 불명예 기록을 쓰기도 했지만 안영명은 프로 19년 차의 노장이 될 때까지 자신의 투구패턴을 바꾸지 않았다(안영명은 올해도 18이닝 동안 볼넷을 단 4개 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올 시즌 투수들의 도망가는 투구로 인해 볼넷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안영명 특유의 '정면승부'는 후배 투수들에게도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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