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우의 포커스 MLB] 노히트 경기가 쏟아지는 이유
메이저리그(MLB) 개막 한 달이 조금 지난 시점. 노히트 노런 경기가 쏟아지고 있다. 이미 4번의 노히트 노런이 나왔으니 '쏟아진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이 흐름은 '투고타저' 현상과 무관치 않다. 4번의 노히트 노런 중 3번은 볼넷도 아예 없는 경기였다. 퍼펙트 경기가 가능했지만, 조 머스그로브(샌디에이고)와 카를로스 로돈(시카고 화이트삭스)은 몸에 맞는 공, 존 민스(볼티모어)는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상황이 벌어져 아쉽게 대기록을 놓쳤다. 흔치 않은 장면이 반복됐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있다. 지난 10일까지 MLB 평균 타율은 0.234에 불과했다. 그런데 몸에 맞는 공이 무려 465개. 폭투가 399개 쏟아졌다. 이 추세라면 두 부문 모두 시즌 최다 기록을 갈아치울 게 유력하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게 탈삼진의 증가. 언뜻 올 시즌 리그 전체적인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몸에 맞는 공과 폭투 그리고 탈삼진율. 뭔가 앞뒤가 잘 맞지 않을 것 같은 수치들이 나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 시즌 '투고타저'가 얼마나 심각한지 과거 기록과 비교하면 금방 알 수 있다. 현대 야구에서 투수들이 가장 득세한 시즌은 1968년이었다. 오죽하면 이 시즌이 끝난 뒤 마운드(종전 15인치→10인치)를 깎아 내렸을까. 그해 리그 평균 타율이 올 시즌과 크게 다르지 않은 0.237였다.
눈여겨볼 건 홈런이다. 홈런 수가 매년 계속 늘어나 MLB 사무국은 투·타의 균형을 맞추고 싶어했다. 홈런이 극단적으로 늘어난 시점은 2015년. 공교롭게도 이때부터 볼넷이 줄고, 삼진율이 높아졌다. 홈런 타자들로 타선이 꾸려지니 투수들이 살아남기 위해 전략을 바꾸기 시작했다. 타자들의 콘택트를 최대한 피하는 투구를 했다. 타자들이 장타를 의식해 크게 스윙하니 배트에 공이 콘택트가 됐을 땐 홈런, 그게 아니라면 삼진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투수의 구속은 나날이 빨라지고 있다. 그런데도 변화구 구사율은 여전히 높다. 지난 6일까지 MLB 투수들의 변화구 구사율은 무려 42.5%에 달했다.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는 확률도 이 기록을 추적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최대치다. 그만큼 투수들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변화구로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한다. 그렇다 보니 폭투도 증가한다. 쉽게 표현하면 홈런과 탈삼진이 늘어나고, 안타 허용은 줄었다. 안타 대비 홈런 비율은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최근 경기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진기한 장면이 계속 연출된다. 지난 4월에는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으로 결승점을 내줘 패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밀워키 2선발 코빈 번스는 부상자명단(IL)에 오르기 전까지 29⅓이닝을 소화해 삼진 49개를 뽑아냈다. 볼넷을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지만, 몸에 맞는 공이 3개 있었다.
투수들은 타자들의 콘택트를 피하기 위해 노력한다. 더 빠르고 움직임이 심한 공으로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 찌른다. 그 결과 탈삼진이 늘어나고, 폭투와 몸에 맞는 공도 함께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실제 몸 맞은 공 비율은 10년 전보다 36.3%나 올랐고, 2년 전보다도 13.4%가 늘어났다. 장타를 피하기 위해 과거보다 몸쪽 바짝 붙은 공을 많이 던지기 때문이다.
2011년보다 24.4% 늘어난 폭투도 더 빠르고 변화가 심한 공을 던지려는 투수들의 노력에 기인한다. 그러면서 더 빠른 공이 실투로 몰렸을 때 여지없이 장타로 이어진다.
현재 MLB에선 과거 토니 그윈, 웨이드 보그스, 스즈키 이치로 같은 정교한 교타자들을 찾기 어렵다. 현대야구의 흐름이 장타를 원하기 때문에 그런 점을 쫓아가는 타자들이 많아졌다. 이는 최근 쏟아지는 노히트노런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 정리=배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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