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아야겠어?" 엄마의 대답은 이랬다

은주연 2021. 5. 15.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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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함 느끼면서도 백신 맞는 국민들.. 정부도 그 믿음에 대한 답을 보여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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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연 기자]

 5월 말부터 코로나19 백신을 맞게 될 70세 이상 어르신의 사전 접종 예약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동대문구 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 동대문구 예방접종센터.
ⓒ 연합뉴스
 
"노르웨이가 코로나19 예방 접종과 관련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영구 사용 금지는 덴마크에 이어 두 번째다." (2021. 5. 13. 한겨레 기사 발췌)

큰일 났다 싶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65세에서 74세 어르신들의 백신 접종 예약이 시작되었고, 곧 그분들에게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시작될 터인데 어떤 나라는 그 백신의 영구 사용 금지를 선언하고 나섰으니 말이다.

물론 노년층에서는 비교적 안전하다는 질병청의 발표도 있었고, 백신의 위험성이라는 '실'보다 코로나 예방이라는 '이득'이 훨씬 큰 것은 사실이니, 연일 신문과 방송에서도 백신 접종을 권하고 있는 것인 줄은 알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에 생긴 희귀 혈전 부작용 사례가 일부 보고되고 있는 형편이라 백신 접종이 고민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7일 중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예방접종으로 인한 희귀혈전증 부작용은 해외조사 결과에 따르면 100명당 0.001명, 10만 명당 1명 정도에서 발생"한다고 밝혔다. 또 "국내에서는 아직 발생한 사례가 없고 대부분 발생을 하더라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편집자 주). 

우리 집에서는 친정 엄마가 65~74세에 해당하는 어르신이다 보니 솔직히 발등에 떨어진 불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나는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데 정작 엄마는 발 빠르게 동사무소에 가서 접종 예약 첫날, 접수를 마치고 오셨다는 것이다. 행여라도 접수가 늦어지면 백신이 모자라 맞지 못할까 봐 염려되었단다. 내 고민을 한방에 날려버린 엄마였다.

'백신 권하는 사회'로서의 책임을 다하려면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지도 벌써 2년째이다. 엄마 입장에서는 답답하시기도 하실 것이다. 게다가 미국에서 접종을 마친 언니네 식구들이 한번 다녀가고 싶다고 하니 엄마의 마음이 바쁜 것이다. 이 위험한 시국에 식구들 얼굴 보려니 백신이라도 맞아야 서로 안심이 될 것 아닌가 싶은, 엄마의 마음을 알면서도 나는 한편으론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백신 접종에 대한 신뢰가 높다고 한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8년 전국 어린이 예방접종률 현황'만 보아도 생후 12개월에 96.8%, 생후 24개월에 94.7%로 미국, 영국 등 선진국보다 3~10%p 높은 접종률을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대한민국 엄마라면 누구나 아기수첩을 받아 들고, 백신 스케줄에 따라 백신을 맞추었던 경험을 공유하고 있으며, 초등학교 입학 전에 예방접종 내역 또는 접종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니 높은 백신 접종률에 관한한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백신에 대해서 한치의 의심도 없는 사람이었다. 매년 새로 맞아야 하는 독감예방접종을 빼먹지 않고 있음은 물론이고, 행여 아이들에게 백신을 조금이라도 늦춰 맞추게 될까 봐 종종거렸지, 혹시라도 백신이 부작용을 일으킬 거라는 상상은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렇게 백신에 대한 완벽한 신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는 우려가 있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물론 노령층에는 안전하다고 하지만, 접종 중단을 시행하는 나라들이 늘어갈수록 불안함이 증폭하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어떤 백신이든 100퍼센트 안전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집단면역을 이루기 위해서, 또 코로나19에 치명률이 높은 노년층을 보호하기 위해서 백신 접종이 필수적이라면, 그 정책을 의심 없이 따른 백신 접종자들에 대한 보호 또한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백신 권하는 사회'로서의 책임을 다하려면 말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과 사지마비 환자의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사실만 강조하며 백신 접종을 촉구하지 말고, 혹시라도 생기는 부작용에 책임 있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조금 더 안심하고 백신을 접종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코로나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이며, 집단면역에 이르는 가장 빠른 방법일 것이다.

이렇게 갈팡질팡, 도무지 사그라들지 않는 우려 속에 엄마에게 슬쩍 말을 건넸다.

"엄마 백신 꼭 맞아야 되겠어? 위험하기도 하다는데."

그런데 돌아오는 엄마의 대답이 한결같다.

"얘, 유난 떨지 마. 내 나이엔 괜찮다잖아. 티브이에서 맨날 뉴스 나오던데 그렇게 정신 빼지 말어. 다 맞을 만하니까 맞으라겠지."

부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어르신들에게 안전하기를, 그래서 코로나19로부터도 부작용으로부터도 그들을 지켜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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