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분해'라 안심했는데..안 썩는다구요? [에코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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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친환경 인증제품입니다.''생분해성 제품, 일반쓰레기로 버려주세요.'
우리나라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 인증을 받는 조건은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와 유사합니다.
생활 쓰레기와 섞여 일반 매립지에 묻힌 생분해 플라스틱이 대부분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녹색연합은 지난 1월 '플라스틱 이슈리포트'에서 생분해성 수지가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하면서 기업들의 '그린워싱'에 활용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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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되도 생분해 조건 사실상 불가능
‘스스로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친환경 인증제품입니다.’
‘생분해성 제품, 일반쓰레기로 버려주세요.’
플라스틱 오염 문제의 대안으로 떠오른 ‘생분해 플라스틱’. 미생물에 의해 몇 개월이면 분해되는 친환경 기술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지구를 위한다는 뿌듯함도 챙기고, 분리배출하는 수고까지 덜 수 있으니 단점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 생분해 제품들, 정말 자연으로 돌아가는 걸까요?
우리나라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 인증을 받는 조건은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와 유사합니다. 땅에 묻었을 때 58도(±2도) 환경에서 6개월 내에 90% 이상 분해돼야 하죠. 특정한 조건을 충족해야만 분해가 이뤄진다는 뜻입니다.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버리면 ‘알아서 잘’ 처리될 줄 알았는데, 약간의 배신감도 듭니다. 생분해 제품이라고 소개하는 문구에 저렇게 복잡한 설명은 없었으니까요.
더구나 국토 면적이 좁은 우리나라에서 생활 폐기물은 매립하는 것보다 불에 태워 소각 처리하는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
2019년 서울시의 생활폐기물 처리 현황을 보면 소각되는 물량이 22.8%로 매립(9.9%)의 두배를 넘었습니다.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혼합배출할 경우 절반이 넘는 57%가 소각 처리되고 25.2%만 매립됐죠.
전국 기준으로 봐도 혼합배출 폐기물의 소각률은 47.1%, 매립률은 23.8%입니다. 이렇게 다른 쓰레기와 똑같이 소각되면 비싼 돈을 들여 생분해 제품을 만드는 의미가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땅에 매립한 건 그럼 걱정하지 않아도 될까요? 여기서도 반전이 있습니다.
원활하게 생분해가 일어나려면 6개월 이상 약 58도 조건이 유지돼야 하는데, 국내에는 이런 조건을 갖춘 땅이나 전문 시설이 거의 없습니다. 생활 쓰레기와 섞여 일반 매립지에 묻힌 생분해 플라스틱이 대부분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이런 생분해 플라스틱이 강이나 바다로 떠내려가면 어떻게 될까요. 일반 플라스틱과 마찬가지로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바다를 떠돌아다니게 됩니다.
우리나라 주변 해양 수온은 2020년 9월 기준 22~25도인데 생분해 조건에는 전혀 맞지 않죠. 그래서 환경 운동가나 전문가들은 실제 자연환경조건에 맞는 ‘진짜 생분해 플라스틱’ 연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생분해성 제품은 재활용 의무대상에서도, 폐기물 부담금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생분해성 수지는 ‘통상적으로 회수가 곤란한 제품’이나 ‘재활용을 위한 분리수거가 용이하지 않은 제품’에 적용하도록 돼있어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녹색연합은 지난 1월 ‘플라스틱 이슈리포트’에서 생분해성 수지가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하면서 기업들의 ‘그린워싱’에 활용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생분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친환경성을 내세워서 이익을 보고 있다는 거죠.
‘생분해’라는 단어가 오히려 기존 일회용품 정책이나 재활용 정책에 혼란을 준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린피스가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생분해 플라스틱이라는 용어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재사용 가능한 포장 시스템과 전반적인 플라스틱 사용 감소가 실질적이고 중요한 전략”이라고 밝힌 이유입니다.
실제로 생분해 제품이 일상에 자리잡으려면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아보입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건 ‘친환경인 척’ 하는 가짜 플라스틱이 아니니까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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