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주자에게 스승이란?..이낙연 "시작점" 정세균 "등대" 이광재 "길잡이"
스승의 날인 15일 여권 대선주자들은 저마다 스승의 의미를 기렸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초등학교 6학년 담임 박태중 선생님은 사범학교를 졸업, 군대를 제대하고 바로 우리 학교에 부임하셨다”며 “제가 처음 보는 참고서, 전과와 수련장을 선생님이 저에게 매번 사주셨다”고 적었다. 이어 “다른 애들이 서운해할까봐 학교에서 주지 않고 밤에 저희 마을까지 1㎞를 걸어 저에게 전해주셨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또 “훗날 저는 국회의원 후원회장으로 선생님을 모셨다”며 “선생님은 후원금과는 인연이 멀었지만 제 인생의 ‘원점’이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은사의 도움이 정치 일생의 시작점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이 전 대표는 고향인 전남 영광에서 삼덕국민학교(현 법성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이던 시절 박 교사를 만났다. 박 교사는 이 전 대표 부모에게 “낙연이가 총명하다. 광주로 유학 보내자”고 설득했다고 한다. 이 전 대표에게 늘 따뜻했던 박 교사지만 때론 학업을 위해 회초리질도 마다치 않았다. 이 전 대표가 “내가 언제 광주에 간다고 했습니까”라고 항변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박 교사의 지도 덕분에 이 전 대표는 학업에 정진해 광주북성중·광주제일고를 거쳐 서울대 법과대학에 진학했다.
이 전 대표는 에세이 『선생님을 그리워하며』에서 “나는 선생님들께서 베풀어주신 은혜의 100만분의 1도 보답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허둥지둥 살고 있다”며 “선생님들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저리고 눈물이 솟구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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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어린시절 참 좋은 분들 만나”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은사님’을 만난 건 전주공업고등학교 1학년 재학 중일 때다. 취직을 서두를 목적으로 다닌 공고에서 전교 1등을 하며 공부에 두각을 나타낸 정 전 총리에게 유독 그를 아끼던 한기창 교사는 “너는 어떻게든지 대학에 가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대학 진학 생각이 없었던 정 전 총리는 당시를 회고하며 주변에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크게 깨우쳤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전 총리는 이에 전주공고에서 인문계인 전주 신흥고로 진학했다. 그 과정에서도 은사를 만났다. “신흥고에서 공부하게 해달라”며 찾아온 정 전 총리에게 신흥고 교장·교감 선생님은 입학을 허락하고 학비도 면제해줬다. 정 전 총리가 학교 매점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벌 수 있도록 배려도 했다. 정 전 총리는 저서 『수상록』에 “호구지책만 생각하던 그 어린 시절에 참 좋은 분들을 만났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게 이렇게도 중요하다”라고 적었다.
고려대 법학과 진학한 뒤엔 민주화 운동에 앞장 선 고(故) 이문영 고려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를 지도교수로 만났다. 정 전 총리가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정치 입문을 권유받자 “취직하겠단 요량이면 정치하지 말라”며 말한 것도 이 교수였다. 정치를 ‘밥벌이’로 생각하지 말고 늘 경계하라는 의미였다. 정 전 총리 측 인사는 “정 전 총리에게 스승은 마치 ‘등대’처럼 방향을 알려주는 분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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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사람 돕는 정치, 스승 통해 알아”
이광재 의원은 강원 원주 출신의 시민운동가 고(故) 장일순 선생을 기렸다.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원주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친구를 통해 장 선생님을 뵈었던 기억이 난다”며 “제 인생의 큰 전환점이었다. 어린 저로서는 말 붙이기도 힘든 큰 어른이셨다”고 적었다.
이어 “어려운 이웃이 찾아올 때면, 선생님은 좋은 글을 써서 봉투에 넣어주시며 그들을 위로했다”며 “인간을 대하는 풍모에 반했고, 생명 사상에 기반을 둔 인간이 인간의 정신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또 “수많은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주신 선생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장 선생은 협동조합 ‘한살림’의 전신인 ‘원주 소비자협동조합’을 창립했다. 이 의원은 자서전 『우통수의 꿈』에서 “(장 선생을 만난 원주 생활을 통해) 정치가 사람을 도울 수 있다고 믿었다”고 적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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