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 下] 범죄·폭력 유발.. '억압'으론 해결 못해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2021. 5. 1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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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노력만으론 역부족, 정부·기업 협조 동반돼야
일방적으로 게임을 못하게만 할 경우, 숨어서 게임을 하거나 게임에 대한 욕구가 더 강해지는 등 게임중독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청소년들의 게임중독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문제화되는 이유는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게임 사용량이 늘고 피해 또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게임중독으로 인한 피해가 커질 동안 게임중독에 대한 인식이나 대응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부모가 10~20년 전처럼 자녀의 게임사용을 일방적으로 제한하기 급급하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부모와 자녀뿐 아니라 정부, 게임업계의 전방위적 노력과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체·정신적 피해 심각… 성인까지 이어질 수도

청소년 게임중독의 심각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청소년기에 게임중독을 겪으면 성인에 비해 타격이 크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주의·집중력 저하, 현실감각 저하, 충동조절에 대한 어려움 등이 생기면서 일상·학교생활 등에 문제가 발생한다. ADHD와 같은 정신질환을 동반하거나 전두엽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비만, 안과 질환, 근골격 문제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청소년기에 문제를 겪지 않더라도, 증상이 지속돼 성인이 된 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게임중독으로 병원을 찾는 20대 초반 환자 중 많은 이들이 청소년 때부터 과도하게 게임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적 피해 빈번… 아이템 거래 위해 범죄 가담까지

앞서 언급한 문제들이 기존 청소년 게임중독의 문제였다면, 최근에는 게임중독으로 인해 여러 범죄에 연루되는 사건들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금전적인 피해가 대표적이다. 게임 아이템 거래를 위해 부모 몰래 거액을 지불하거나, 돈을 벌기 위해 불법적인 일에 가담하기도 한다. 게임 속 채팅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도 있다. 채팅을 통해 만난 상대에게 금전적·신체적 피해를 당하는 식이다. 채팅에서 자주 사용하는 비속어, 은어나 공격적인 성향이 실생활에 나타나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는 “최근 게임중독 관련 문제들은 게임 자체보다는 게임을 매개로 더욱 다양하고 위험하게 발생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게임사용을 위해 요구되는 돈이 많아질수록, 경제적 피해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교수는 “게임 속 공간은 ‘아이와 어른이 섞여서 노는 규칙 없는 놀이터’”라며 “성인과 청소년이 쉽게 어울리는 반면 이를 통제하는 장치는 없다보니, 일탈행동과 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방적인 제한? 부작용 키울 뿐 해결방법 못돼

이처럼 게임중독으로 인한 피해는 점차 다양해지고 심각성 또한 커지고 있지만, 인식과 대응은 10~2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일방적으로 게임을 못하게 하거나, 몰래 게임을 한 아이를 혼내는 식이다. 자녀의 게임중독은 일방적인 제한만이 답일까. 그렇지 않다. 중독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일방적으로 게임을 못하게 할 경우 오히려 숨어서 게임을 하거나 게임에 대한 욕구가 더 강해지는 등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주 충돌하거나 신체적·정신적 충격을 입을 위험도 있다. 이는 부모 또한 마찬가지다. 심한 경우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부모와 자녀 사이가 멀어지기도 한다.

자녀에게 게임중독 증상이 있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스로 조금씩 게임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대체 활동을 함께 찾거나 부모가 찾아 권유해주도록 한다. 다만, 정신질환을 동반하거나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경우엔 병원을 찾아 전문가 검사·치료를 받아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청소년이 되기 전부터 게임 시간을 조절하는 등 게임중독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중학교 들어가면 줄이기로 약속했지?’, ‘초등학교 때까지만 허락해줄게’ 등과 같은 말로 나중을 기약하기보다, 자녀가 게임을 접하게 된 시점부터 시간을 조절·통제할 수 있도록 알려줘야 한다. 이해국 교수는 “미래를 가정하고 자녀의 장시간 게임을 방치했다가 추후에 통제하는 게 가장 비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청소년기에는 게임에 대한 욕구가 훨씬 크기 때문에, 과거에 한 약속은 효과를 발휘하기보다 충돌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 자녀가 게임을 하고 싶어 한다면 초등학생 때부터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 태도, 시간 조절의 필요성 등을 알려주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부모 노력만으론 역부족, 정부·기업 협조 동반돼야

전문가들은 청소년 게임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협조가 동반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다. 가정에서의 노력만으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해국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게임 산업을 육성하는 데만 추가 기울어져 있다”며 “산업을 장려하고 산업의 중요성과 가치를 적극 부각시키는 반면, 중독 예방에는 매우 소극적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게임의 장점도 분명 있지만, 특수성으로 인해 중독을 겪는 사례 또한 많은 만큼 이를 예방하는 노력도 함께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업계의 사회적 책임 회피를 지적하는 의견도 나온다. 게임으로 인해 청소년들이 중독 증상을 보이고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개발사들은 이를 소비자 개인 특성에 따라 나타나는 문제로 여길 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해국 교수는 “개발사들이 사용자들을 보호하고 게임으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을 치료·관리하는 등 게임중독 예방과 치료에도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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