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불안한 쿠팡
쿠팡이 뉴욕 증시 상장 후 첫 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업계가 다시 술렁인다. 매출과 적자폭 확대 모두 역대급의 ‘돈 못 버는 성장’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쿠팡은 ‘계획된 적자’ 전략임을 되풀이하지만, 천문학적인 적자폭에 시장에서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쿠팡은 올 1분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74% 증가한 42억686만달러(약 4조7348억원)를 기록했다. 순손실은 같은 기간 180% 증가한 2억9503만달러(약 3321억원)였다. 신규 물류센터 설립 등 투자금이 커지고 각종 판매·관리비도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상장에 따른 주식보상 등 일회성 비용도 대거 반영됐다.
일단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쿠팡에서 1분기 중 한 번이라도 제품을 구매한 적이 있는 활성 고객(active customer) 수는 1603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증가했다. 활성 고객 1인당 순매출(구입액)도 262달러(29만4900원)로 전년 동기 대비 44% 커졌다. 쿠팡은 “더 많은 범주의 상품을 소비자들이 구매하며 1인당 순매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실적 발표 다음 날 주가는 10% 가까이 급락한 32달러로 마감했다. 공모가(35달러)보다 낮고, 고점(69달러) 대비 절반 이상 하락한 수치다. 종가 기준으로 쿠팡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밀린 것은 지난 3월 11일 상장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실적 발표 전부터 쿠팡 주가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쿠팡은 지난 5월 6일부터 13일(미국 시간)까지 6거래일 연속 최저가를 경신했다.
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도이체방크는 쿠팡이 성장성을 입증했다는 점에 주목, 투자 의견을 중립(Neutral)에서 매수(Buy)로 상향 조정했다. 피터 밀리켄 애널리스트는 “온라인 쇼핑 판매의 빠른 속도에 주목하고 있고 시장에서 회사 위치가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 쿠팡이 매출을 성장시키고 이를 넘어서는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쿠팡의 최대 맞수인 네이버 물류 경쟁력 강화가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네이버 쇼핑은 검색 트래픽 기반 오픈마켓 모델이어서 수익성이 경쟁업체 대비 월등히 높다. 최근 이마트와의 제휴로 신선식품 배송 등 7300개 오프라인 거점 활용, 메가 물류센터 건립 계획 등 쿠팡 수준에 버금가는 당일배송(풀필먼트서비스) 인프라를 2023년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전개될 국내 이커머스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지난 5월 13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 모두발언에서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와 계획된 적자 전략을 이어갈 계획임을 밝혔다. 그는 “쿠팡은 성장주기(growth cycle)의 초기 단계에 있다. 내년에 전국적으로 쿠팡 손길이 닿는 범위를 50% 이상 늘릴 계획이다. 앞으로 다양한 새로운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2~3년은 네이버와 쿠팡이 현재 점유율을 비슷하게 유지하는 선에서 양강 구도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 그동안 쿠팡은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고, 네이버는 쿠팡보다 매력적인 배송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지가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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