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큰 걸음..메모리·시스템 동시 제패 '171兆 플랜' 스타트
K-반도체 전략 발맞춰 R&D·증설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정현진 기자] "첨단을 다투는 공정과 세분화된 기술력, 대규모 설비·투자를 동반해야 하는 반도체 산업에서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분야 양쪽 모두를 잘해내기는 쉽지 않고 유례가 없는 일이다."
정부의 'K반도체 전략'과 관련해 삼성전자가 내놓은 전략에 대한 반도체 업계 평가는 이같이 요약된다.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설계와 제조, 신기술 경쟁을 아우르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키워 우리나라가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하겠다며 전인미답의 영역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공격적 투자"
메모리 후발주자 맹추격…CXL D램 등 차세대 기술 승부수
14일 삼성전자의 수정된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구상을 요약하면 ‘메모리는 경쟁국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시스템에서는 공격적인 투자로 열세를 만회한다’는 전략으로 압축된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 17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시스템반도체 리더십을 조기에 확보한다는 목표 아래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발표시 제시한 133조원보다 38조원을 더 늘렸다.
투자금은 시스템반도체의 핵심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 첨단 공정 연구개발과 생산라인 건설 등에 쓰일 예정이다. 2022년 하반기에는 축구장 25개 크기로 현존하는 단일 반도체 라인 중 세계 최대 규모인 평택 3라인(P3)을 완공해 생산을 시작한다. 이곳에서는 대당 2000억원이 넘는 극자외선(EUV) 장비를 사용한 첨단 공정이 주를 이룰 전망이다. 관련업계에서는 P3 전체 투자비가 5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해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소재·부품·장비 기업과의 협업도 강화하기로 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기준 점유율 16.4%로 세계 2위지만, 팹리스 시장에서는 한국의 점유율이 1.5%로 경쟁력이 미미하다. 조중휘 인천대 임베디드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파운드리의 고객인 팹리스 분야가 커져야 동반 성장이 가능하다"며 "현재 주요 팹리스가 미국에 쏠려 있는 상황인데 내수 고객을 어느 정도 육성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짚었다.
D램과 낸드 등 메모리반도체는 삼성전자가 세계 1위다. 그러나 첨단공정으로 기술격차를 좁히며 후발 주자들이 거세게 추격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데이터 처리와 저장 용량을 확장한 차세대 기술로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 2월 데이터 저장과 연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메모리 ‘HBM-PIM’에 이어 이달에는 기존 D램 용량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컴퓨트 익스플레스 링크(CXL) D램’ 등 미래 메모리 솔루션 기술을 선보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부회장은 "한국이 줄곧 선두를 지킨 메모리 분야에서도 (경쟁사들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벌리기 위해 투자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수십조 원 투자 경쟁
국내 파운드리 강화 "속도전이 관건"
글로벌 경쟁사들도 연간 수십조 원에 달하는 투자계획을 내놓으며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다.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는 이 분야에 향후 3년간 1000억달러(약 113조원)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추가로 미국 애리조나 공장을 1개에서 6개로 증설한다는 계획도 있다.
중앙처리장치(CPU) 분야에 힘을 싣던 미국 인텔도 파운드리 사업을 위해 애리조나에 200억달러(약 23조원)를 들여 생산시설 2곳을 짓기로 했다. 뉴멕시코 생산시설에는 35억달러(약 4조원)를 투자해 반도체 패키징 시설을 확충할 방침이다. 이를 단순히 10년간 시스템반도체 육성에 171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삼성전자와 비교한다면 금액면에서는 삼성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업계는 삼성전자가 TSMC, 인텔과 달리 메모리와 시스템을 병행하고 완성품(세트) 사업까지 영위하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투자액이라고 평가한다. 삼성은 지난해 시설투자액 총 38조5000억원 가운데 32조9000억원을 반도체 설비에 집중하는 등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파운드리의 경우 투자계획이 나와도 제조시설을 완성하기까지 수년이 걸린다"면서 "투자액보다 기반시설을 빠르게 구축해 공급을 선점할 수 있는 '속도' 경쟁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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