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천재, '공부왕찐천재' 홍진경_ 요주의 여성 #14

김초혜 2021. 5. 1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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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더 큰 사람, 홍진경의 '찐' 매력에 빠질 시간.
홍진경의 좌충우돌 공부 도전기를 담은 ‘공부왕찐천재'.

공부에는 때가 없다고 하죠. 요즘 재밌다고 소문난 웹 예능 ‘공부왕찐천재’, 카카오TV와 유튜브에서 만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올해로 45세를 맞은 홍진경입니다.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해 학교 공부를 충실히 못 한 탓에 늘 배움에 목말랐다는 홍진경. 딸 라엘이의 학습을 도와주고자 본인이 직접 2년간 과외 수업을 받으며 ‘공부’에 관한 콘텐츠 제작을 떠올리게 됐다고 하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일차함수를 익히고, 나경원 전 국회의원과 김춘수의 시 ‘꽃’에 대해 배우는 등 특별한 선생님을 내세운 (난이도를 확 낮춘) 수업 콘텐츠를 메인으로 내세우지만, 실상 이 프로그램의 볼거리는 ‘공부하는 홍진경’ 그 자체입니다. 준비물이 필요하다며 모닝글로리로 문구 쇼핑을 나가고, 충동적으로 서울대를 방문해 학생들을 인터뷰하고(서울대생 부모님은 공부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얻은!), 공부를 위해 제사상처럼 간식거리를 차려 놓는 등 콩트 같은 일상이 쉴 새 없이 ‘ㅋㅋㅋ’ 웃음을 유발합니다.

홍진경이 이렇게 웃긴 사람이었나? 그러나 계속 깔깔대고 웃다 보면 또 다른 생각이 스칩니다. 아니, 어쩌면 천재인 것 아닐까?

「 #천재인 척하는 바보인 척하는 천재(유튜브 ID 티비는***님 댓글) 」
베네통 글로벌 모델로 활동한 홍진경
돌아보면, 홍진경은 늘 진심이고 열심이었습니다. 1993년 슈퍼모델 선발대회를 통해 데뷔해 모델로서 과감히 해외 무대에 도전했고, 이영자의 도움으로 개그우먼으로 변신했을 때도 몸을 사리지 않았죠. 2004년 김치 사업을 시작해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주식회사 홍진경’의 CEO이며, 패널로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늘 큰 웃음을 선사했던 베테랑 방송인. 30대에 찾아온 난소암을 이겨낸 투지의 여성이기도 합니다.

홍진경의 ‘반전 매력’은 이미 야금야금 알려지고 있었습니다. “어떤 해는 정신을 한 번도 못 보고 지나가도/ 정신을 모르던 시덥잖은 날들에 비하면/ 아름답다” 홍진경이 인스타그램 계정(@jinkyunghong)에 올린 ‘정신’이란 친구를 향한 아름다운 편지글 중 한 부분. 이외에도 과거 홍진경이 싸이월드에 쓴 글들이 인터넷에 퍼지며 남다른 감성과 글솜씨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죠. 최근 ‘공부왕찐천재’에 올라온 홍진경 어머니의 인터뷰 중에도 “문학반에서 매일 글을 쓰고 씨를 썼던” “표현력이 남다른 아이”였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배를 잘 깎는다고 박수치며 딸을 칭찬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홍진경의 밝은 성격과 높은 자존감이 어디서 왔는지 이해할 수 있다는 댓글도 이어졌지요).

엉뚱하다고만 여겼던 모습이 그녀만의 기발함과 창의성으로 다시 보이기도 합니다. 홍진경 레전드 영상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무한도전〉입니다. 2015년 〈무한도전〉의 새 멤버를 뽑는 ‘식스맨 특집’에 수염을 그리고 남장을 한 채 출연했던 홍진경. 당시는 그저 우스꽝스럽게 보였을지 몰라도, 성평등 이슈가 떠오른 지금 보면 한 편의 알싸한 풍자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16년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 친환경을 주제로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토론회를 했던 일화도 ‘시대를 앞서가는’ 홍진경의 면모를 확인시켜 줍니다.

MBC 〈무한도전〉 식스맨 특집 중에서.
「 #어쩌면 진경은 공부가 필요 없을지 모른다(‘공부왕찐천재’ 자막中) 」
‘공부왕찐천재’는 우리가 대충 알았던 ‘웃긴 사람’ 홍진경의 진면목을 보여줍니다. 천재라 불리든 바보라 불리든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진심을 다해서 열심히 하는 사람. 남이 어떻게 보든 나 자신을 사랑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할 줄 아는 사람. 작은 것에서 행복과 깨달음을 느끼며 주어진 인생을 알차고 재미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 국영수 지식보다 더 귀한 재능을 가진 사람.

홍진경 외에도 장영란, 홍현희 등 여성 예능인들의 웹 예능 콘텐츠가 주목받는 추세입니다. 지금까지 TV에서 ‘모자란 척’ 구박받거나 보조 역할을 했던 그녀들이 주인공이 된 순간, 성실히 달려온 그들의 매력과 능력치가 폭발하며 신선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피로한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오늘도 ‘공부왕찐천재’를 보며 깔깔대다가 잠들겠지요. 진경 언니는 정말 천재야, 라고 중얼거리며.

* 찬양하고 애정하고 소문 내고 싶은 별의별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 ‘요주의 여성’은 매주 금요일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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