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군인 vs 목숨 9개 사령관, 가자지구서 또 붙었다
정의용과 회담 취소하고 바로 귀국
아슈케나지, 군 시절 가자지구 공격
데이프 노려 수차례 공습했지만 실패
가족 잃은 데이프 "지옥문 열것" 별러
가비 아슈케나지(67)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지난 12일 정의용 외교장관과의 오찬 회담에 이어 중앙일보 인터뷰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그는 하루 전 새벽 급히 귀국해야 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 충돌이 격화됐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이스라엘 외교 총책임자이지만 뼛속까지 군인이다. 그가 2011년 참모총장에서 물러나 전역할 때는 마이클 멀린 당시 미국 합참의장도 참석했다. 그가 지난해 5월 외교장관에 임명된 건 의외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그를 외교장관으로 두고 외교·안보 중책을 맡기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해석이 나왔다. 현재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의 정적(政敵) 베니 간츠다.
아슈케나지 장관의 군 경력은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가자지구와 깊이 연관돼 있다. 그는 이스라엘 참모총장으로서 2008년과 2009년 가자 지구를 대대적으로 공격해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전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당시 그가 제거하려고 했으나 제거하지 못한 인물이 무함마드 데이프 알 카삼 여단 총사령관이다. 하마스 강경 무장파인 알 카삼 여단은 “하마스 세력이 가자 지구를 장악할 수 있도록 하는 존재”(뉴욕타임스)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7일부터 다시 불붙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도 아슈케나지와 데이프의 악연이 등장한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무력 충돌에서 데이프를 노리고 수차례 드론 폭격 등 공습을 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2014년 이스라엘군의 공습 땐 팔레스타인 측이 그의 사망신고서를 발행했다는 보도가 관련 사진과 함께 나오기도 했으나, 가짜 뉴스로 판명됐다. 당시 공습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데이프가 아니라 그의 아내 위다드와 생후 7개월이던 아들 알리, 갓 세 살이던 딸 사라였다. 데이프는 공습을 피해 달아났다고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 등은 전했다.
데이프는 2014년 가족을 잃은 뒤 “지옥의 문을 열고 이스라엘인들을 보내버리겠다”는 맹세를 했다고 한다. 이스라엘도 그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20년 가까이 노리고 있다. 이스라엘과 가까운 미국 국무부도 2015년 그를 ‘특별 지정 테러리스트’로 정해 금융 자산을 동결하고 금융 거래를 금지했다.
이스라엘 내셔널타임스와 레바논 일간지 데일리스타에 따르면 데이프는 지금까지 5차례 이상 이스라엘군의 제거 작전의 표적이었으나 크게 다친 채 살아남았다. 그는 공개 장소에 나타나는 걸 꺼리며 ‘은둔의 지도자’ ‘목숨이 아홉 개인 고양이 같은 군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이 지난 사흘 간 가자지구를 350여 차례 공습했고, 지상군 침투를 대비해 3개 보병여단도 투입했다고 12일 보도했다. AFP통신은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전투기 공습으로 가자지구 내 고층 건물이 대다수 파괴됐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가 56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가자지구의 하마스 고위 지휘관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마스 측은 성명에서 “불굴의 용기와 저항 정신, 자부심을 가진 바셈 이사 지휘관이 순교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도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포 1500발 이상을 발사해 최소 7명의 이스라엘인이 사망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교전에서 전쟁 범죄를 저지른 혐의가 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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