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반성하겠다" 국회서 몸 낮췄다..최태원의 로우키 전략
“저희가 반성할 건 반성하고 고칠 건 고치겠습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13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반성’이라는 말을 먼저 꺼냈다. 최 회장의 대한상의 회장 취임과 송 대표의 당선 인사를 겸한 자리에서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뤄진 접견에서 최 회장은 “송 대표님 취임을 축하드린다”며 “대한상의를 비롯한 재계도 어떻게 나라의 발전과 경제의 발전을 이룰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적극적인 소통과 공감이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이날 국회 방문은 3월 말 취임 뒤 약 한달 반만에 이뤄졌다. 대한상의 회장으로 취임하면 관례에 따라 국회 방문 및 여야 대표 접견이 우선 순위로 이뤄지는데, 4.7 보궐선거와 여당 대표단 사퇴 등이 이어지면서 일정이 이날로 미뤄졌다. 정치권에서 논란이 된 임혜숙ㆍ박준영ㆍ노형욱 장관 후보자에 대한 적격성 논란에 송 대표와의 면담 일정도 이날 오후 확정됐다.
최 회장은 송 대표와의 면담에서 “기업의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며 “저희가 귀를 열고 많은 의견과 조언을 참고하고, 반성할 건 반성하고 고칠 건 고치면서 계승할 것은 뭐지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새로운 기업과 정치가 뭔지 찾아가고 거기에 맞는 변화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 생각한다”며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돌아와도 저희 나름대로 건강한 소통의 길을 여는 정재계가 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송 대표도 “최 회장 취임 뒤 대한상의의 위상이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며 “오늘 만남을 계기로 민생과 경제의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하자”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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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낮추기 전략
최 회장의 “반성하겠다” 발언은 대한상의 회장 취임 뒤 이어져 온 ‘로우키(Low-key) 전략’의 연장선이란 해석이 경영계에서 나온다. 경영계의 요구 사항을 먼저 전달하기 보다는 “~을 하겠다”는 카드를 먼저 내는 방식으로 정ㆍ관계에 대한 우호적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실제 최 회장은 지난달 7일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을 만난 자리에서 “대한상의가 (정부와 경영계의) 소통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경영계 숙원 사항인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최 회장은 “규제를 풀려면 그 불편 정도를 평가하는 시스템이 우선 필요하다”며 몸을 낮췄다. 이달 12일 문승욱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선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중립에 대해서 저희가 제안도 생각해보고 프로그램도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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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 재촉 역효과 우려
최 회장이 송 대표에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등 경영계 요구 사항을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의 해석이 나왔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미 청와대에 사면 건의서를 제출한 상황이어서 경영계의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재촉을 한다는 이미지가 만들어지면 불리해질 수 있는 상황이어서 유화적인 의사 전달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본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최 회장의 로우키 발언은 박병석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이어졌다. 최 회장은 박 의장에게 “과거엔 기업가 정신이 열심히 사업해서 이익을 많이 내고 세금 많이 내는 거라 생각했는데 요즘은 어떤게 좋은 기업가 정신인지 논의하고 있다”며 “의장께서 저희들한테 많은 지도 해주시고 새로운 시대에 대한 알려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을 만난 자리에선 “저희가 모든 것을 잘했다고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반성해야 될 부분은 반성하고 새롭게 유지하고 더욱 계승하고 발전할 것을 추려서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만들려고 하는 게 당면 과제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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