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백서, 그들은 왜 백신을 거부하는가

김남중 2021. 5. 1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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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거부 역사와 이유 파헤친 역작 '백신 거부자들' 출간
연합뉴스


세계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쟁에서 최후의 고지는 ‘백신 거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백신 접종률 50%를 넘어 집단면역 달성에 접근하는 나라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지만 복병이 숨어 있다. 인구의 60% 이상이 면역력을 가지는 집단면역이 형성되려면 백신 접종률이 75%가 넘어야 하는데 백신 거부자들의 숫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보도된 갤럽의 세계 116개국 30만명 대상 ‘국가별 백신 수용도’ 조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성인 68%가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답했지만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응답도 32%나 됐다.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백신 수용률은 65%, 거부율은 33%로 나타났다.

백신 접종 거부는 특정 국가만의 문제도 아니고 코로나19 백신에 국한된 현상도 아니다. 최근 출간된 ‘백신 거부자들(Antivaxxers)’은 백신 거부가 19세기 중반 최초의 백신인 천연두 백신의 등장과 함께 시작돼 현재까지 지속되는 ‘문화 전쟁’이라는 걸 알려준다.

1853년 영국은 생후 4개월 이상의 모든 유아에게 천연두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백신접종법을 통과시켰다. 이를 계기로 백신 접종 반대 운동도 시작됐다.

당시 대주주였던 존 깁스는 백신접종법에 반대하는 소책자를 출판했다. 이 책에서 깁스는 백신접종법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며, 의료 거래를 유리하게 하기 위해 제정되었고, 사람들을 자신의 건강에 대한 결정도 내릴 수 없는 어리석은 존재로 취급했으며, 의사들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관행을 의무화했고, 어떤 개별적인 사례들에서는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깁스의 이같은 주장은 현대의 백신 거부자들이 하는 주장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저자는 “인간의 건강과 복지를 증진시키는 백신의 힘과 백신 접종을 부과하는 국가의 권리를 믿었던 사람들은 정보 및 문화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고 말했다.

이 책을 쓴 조나단 M 버만은 미국 의과대학 교수이자 백신 거부 운동 연구자다. 미국 언론이 코로나19 백신 거부 문제를 다룰 때 자주 인용하는 전문가이기도 하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지난 13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전문가 초청 '안전한 예방접종' 설명회에서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학과 정치는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지만 백신 거부 정서와 운동은 20세기에도 지속됐다. 1955년 커터와 와이어스 연구소에서 생산된 10만회분 이상의 소아마비 백신이 부적절하게 비활성화돼 250명의 마비성 소아마비 환자와 11명의 사망자를 초래한 최악의 제약사고였던 ‘커터와 와이어스 사건’은 백신이 본래 안전하지 않다는 의심을 키우는 중대한 계기였다.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백신 피해 보상법이 제정되자 백신 거부 운동가들은 이것을 백신이 정말로 위험하다는 증거라고 선전했다.

현대 백신 거부 운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1998년 과학학술지 ‘란셋’에 실린 웨이크필드의 논문이다. 그는 이 논문에서 영국에서 제공된 MMR 백신(홍역·볼거리·풍진 혼합 백신)이 자폐성 퇴행과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시작된 “백신이 자폐증을 야기한다”는 주장은 현재까지도 백신을 거부하는 가장 흔한 논거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논문은 탐사보도에 의해 과학적 사기로 밝혀졌다. 2010년 논문이 철회된 후 웨이크필드는 의사 면허를 박탈당했다.

당시 웨이크필드의 논문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돼며 백신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가디언은 1면에 “어린이에 대한 주사를 조심하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저자는 백신 거부 정서의 배경에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 행태도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뉴스 매체가 백신 접종을 논의할 때 이른바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균형은 논쟁을 보도할 때는 언론의 미덕이지만, 과학적 의문에 균형을 도입하는 것은 종종 웨이크필드와 같은 극단적 소수자의 입장을 잘못된 동등성의 불균형적 지위로 끌어올린다. 이것을 잘못된 균형이라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백신 거부론자들의 주장들을 하나하나 반박한다. 백신에 사용된 방부제인 티메로살(thimerosal)이 중금속 중독을 통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저자는 티메로살이 자폐증을 야기한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던 시도는 모두 실패했고, 티메로살은 이미 20년 전에 백신에서 거의 완전히 제거되었다고 설명했다.

백신 거부는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이나 정부의 신체 침입에 대한 반감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다. 저자는 ‘빅 파마(Big Pharma·거대 제약회사)’에 대한 음모론, 대안 치료를 권하는 사람들, 제약회사를 고소하려는 변호사들의 재정적 동기, 가짜뉴스, 종교적 신념 등 다양한 원인들을 점검하며 각각의 허위성을 드러낸다.

어떤 백신도 완벽하게 안전하진 않다. 모든 의약품은 부작용이 있다. 백신 거부는 이 틈을 파고 든다. 그렇지만 저자는 “백신 접종은 질병과 싸우기 위해 개발된 기술 중 가장 효과적이며 질병을 완전히 제거하는 유일한 기술”이라며 “백신 접종은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모두 보호하며 개인과 집단의 위험을 매우 적게 수반한다”고 강조한다.

백신을 접종한 첫 번째 질병인 천연두의 역사는 백신의 힘을 입증하는 사례다. 영국에서 19세기 중반 천연두 백신 접종이 시작된 후 30%에 이르던 천연두 사망률은 급격하게 감소했다. 세계적으로는 1970년대 이후 천연두의 발병 사례는 없었고, 1980년 인류는 그 질병이 퇴치되었다고 선언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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