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T 새 정글러 '기드온' 김민성

윤민섭 2021. 5. 1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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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러는 KT 롤스터에서 가장 기대치가 높은 포지션이다. 프랜차이즈 스타 ‘스코어’ 고동빈의 그림자가 여전히 크고 짙다. 올해 KT는 신인에게 그 자리를 맡겼다. 2003년생의 젊은 피 ‘기드온’ 김민성. 그는 어떤 선수일까. 이달 초 서울 영등포구의 KT 연습실에서 그를 만났다.

-왜 프로게이머가 됐나.
“어렸을 때부터 LoL을 좋아했다. 매일 게임만 하다 보니 금방 챌린저 티어가 되더라. 그리핀으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아 ‘덕업일치’에 성공했다. 처음엔 학교에 다니며 온라인 연습생 생활을 했다. 2019년 팀의 정식 연습생으로 승격됐다. 그때 학교를 자퇴하고 이 길에 들어섰다.”

-지난 스토브리그에 FA 자격을 얻었다. KT에 입단한 이유는.
“강동훈 감독님과 얘기를 나눠보니 느낌이란 게 딱 왔다. 감독님이 추구하시는 방향성과 내가 평소 생각해오던 것들이 일치했다. 나를 몇 번 써보고 버리는 분이 아니겠구나 싶었다. 내가 잠시 부진하더라도 끝까지 안고 가주실 분이라고 느꼈다.”

-1라운드를 LCK CL 무대에서 보냈다.
“시즌 개막 전 우리 2군의 스크림 성적이 워낙 좋았기에 LCK CL에서도 무패를 달릴 줄 알았다. 당시 승률이 80% 이상이었다. 그런데 실전과 연습은 정말 다르더라. 실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부담감과 압박감이 있다. 처음엔 그런 것들 때문에 머리가 멍해져 내가 해야 할 플레이를 잘 해내지 못했다.”

-2라운드 시작에 맞춰 1군으로 콜업됐다.
“2군에 있었을 때도 종종 1군 선수들과 함께 연습했다. 그럴 때마다 연습 성적이 좋았기에 스스로도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런데 막상 LCK에 와보니 LCK CL과 또 달랐다. 선수들의 체급 자체가 높았다. 정말 잘하는 사람들만 모인 곳이다. 어떤 것이든 더 디테일한 설계가 필요하더라.
가장 기억에 남는 건 DRX전이다. 연속된 패배로 팀 분위기가 침체된 시기였다. 그러다 보니 글로벌 골드를 1만 이상 앞서는 상황에서도 좀처럼 스노우볼을 못 굴리겠더라. 기세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그 경기를 치르며 느꼈다.”

-단독 주전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솔직히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블랭크’ (강)선구 형과 함께 경기를 치를 줄 알았다. LCK CL에서도 혼자 정글러 포지션을 맡았기에 단독 주전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진 않았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면 내가 코칭스태프의 믿음에 부응하지 못한 것 아닌가. 그게 너무 죄송스러웠다.”

-케인과 리 신, 두 가지 픽을 꺼낸 게 가장 인상 깊었다.
“케인은 ‘캐니언’ 김건부 선수가 릴리아 상대로 가장 먼저 선보였다. 그걸 보고 나도 릴리아를 상대하기 위한 카드로 꺼냈다. 케인이 릴리아의 ‘칼날부리’ 컨트롤을 잘 막아낼 수 있다. 릴리아와 대결하면 그림자 암살자로 변신하기도 쉽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함정 픽’이 아니었나 싶다. 하하. 당시엔 좋아 보였는데….
리 신은 니달리 상대로 성능이 좋다는 게 이미 입증된 챔피언이다. 당시에 AD 정글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는데, 딱히 고를 챔피언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기동성이 좋은 챔피언들을 선호한다. 갱킹 메타가 돌아온다면 언제든 자신 있게 꺼낼 수 있는 픽이다.”

-항상 롤 모델로 ‘타잔’ 이승용을 꼽는다.
“그리핀 시절 승용이 형을 알았다. 바른 생활 패턴을 갖고서 항상 열심히 게임 하더라. 겸손한 사람인데도 리더십이 있었다. 그리핀 시절에 승용이 형이 속된 말로 날아다니지 않았나. 높은 위치에 있으면서도 당시 2군 선수였던 나까지 세심하게 챙겨줬다. 고마움을 많이 느꼈다. ‘이 사람처럼만 선수 생활을 하면 은퇴 후에도 후회가 남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승용 외에도 참고하는 정글러가 있나.
“‘소프엠’ 레 꽝 주이의 타이트한 정글링을 참고한다. ‘이 챔피언으론 어떻게 해야 정글을 더 빨리 돌 수 있을까’ 같은 의문이 생기면 ‘소프엠’의 플레이 영상을 검색해보고, 카피해본다. ‘캐니언’ 선수도 정글링을 타이트하게 한다. 하지만 둘이 상반된 플레이 스타일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타이트한 정글링을 익히면서 나만의 스타일을 연구하고 있다.”

-스프링 시즌을 치르면서 인상 깊었던 선수나 팀이 있었나.
“‘캐니언’ 선수와 담원 기아다. 선명하게 기억나는 경기가 있다. 2라운드 담원 기아전 2세트다. ‘캐니언’ 선수랑 5레벨 차이가 났다. 그때 딱 느꼈다. ‘아, 이게 롤드컵 우승팀이구나.’ 그 팀은 한 번 기세를 타면 상대방이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든다.”

-프로게이머 생활, 기대했던 것과 다르던가.
“사실 데뷔 전엔 막 혜성처럼 등장하자마자 스타가 되는, 그런 만화 같은 커리어를 꿈꿨다. 그런데 실제로 데뷔해보니 그런 건 힘들겠더라. LoL이 5대5 게임 아닌가. 나 혼자 잘하는 게 중요한 종목이 아니다.
프로게이머는 자신이 낸 결과만큼 보상을 받는 직업이더라. 부진하면 책임을 져야 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겼을 때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 그게 정말 좋다. 다만 최근 허리가 안 좋아져 건강관리를 하기 시작했다. 매일 숙소 근처에서 조깅을 하고 있다.”

-서머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최소 플레이오프 진출이고, 최종 목표는 우승이다. 개인적으로는 솔로 랭크 1위를 찍고 싶다. 내가 어떤 챔피언을 하든, 어떤 선택을 하든 팀원들이 신뢰하는 정글러가 되고 싶다. 정글러는 소통과 믿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프링 시즌엔 나부터가 스스로를 믿지 못했다.”

-프로게이머로서 궁극적인 목표는.
“나도 승용이 형처럼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는 게 목표다. 언젠가는 ‘기드온’ 석 자를 들었을 때 ‘잘하는 정글러’라는 얘기가 나왔으면 한다. 아, 그 전에 이기는 습관부터 들이겠다. 스프링 시즌을 보내면서 ‘프로는 일단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생겼다. 경기 과정이 어떻든지 간에 일단은 이기고 봐야 동기부여가 되고, 더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이 생기더라.”

-끝으로 인터뷰를 통해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팬들께 말씀드리고 싶다. 스프링 시즌 동안 아쉬운 모습을 보여드렸다. 지금부터 감독님, 코치님 그리고 형들과 함께 잘 준비해서 서머 시즌 때 좋은 성적을 내보겠다. 서머 시즌에 가장 성적이 많이 오르는 팀은 우리 KT일 거다. 끝까지 응원 부탁드린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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