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보다 판타지에 머문 '프렌즈 유니버스'

이준목 2021. 5. 1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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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출연자 둘러싼 자질 논란 등을 '노이즈 마케팅'으로, 새로운 서사도 없다

[이준목 기자]

채널A <리얼청춘일기 프렌즈>(이하 프렌즈)가 풋풋한 청춘들의 단체 추억여행과 열린 결말을 보여주며 막을 내렸다. 12일 종영된 <프렌즈> 12회에서는 출연자들이 수학 여행을 콘셉트로 경주에서 함께 모여 추억을 나눴다. 멤버들은 팀을 나눠 맛있는 경주 음식을 맛보기도 하고, 미션에 따라 첨성대-삼릉숲-분황사 등의 관광 명소를 누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개인 일정 때문에 먼저 돌아가야했던 김현우를 제외하고 프렌즈 멤버들은 저녁에 다시 모여서 진실게임을 진행했다. 가장 먼저 정재호는 정의동에게 '여전히 오영주에게 호감이 있는지' 질문했고, 오영주는 '사이가 틀어질 질문은 하지말자'며 민망해했으나 정의동은 '나는 그래도 영주'라며 직진남다운 모습을 보였다. 정의동은 이기훈에게 '여기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한번이라도 설렌적이 있냐" 질문했고, 이기훈은 '설렌 적 있다'고 답했다. 멤버들은 과연 누구한테 설렜을 지 궁금해했지만 이기훈은 난처해하며 대답하지 않았다.

김도균은 김장미에 '프렌썸 테스트에서 연결된 사람과 시간을 보내면서 친구 이상의 떨림이 있었는지' 질문하며 간접적으로 이기훈을 언급했고, 김장미는 '있었다'고 밝히며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기훈은 서민재에 '프렌썸 테스트에서 스킨십이 가능한 사람'에 대하여 질문했고 서민재는 김도균이라고 답했다. 서민재는 '김도균이 팝핀 춤을 출 때 설렜다'며 흑역사를 소환하여 멤버들을 폭소하게 만들었다.

하이라이트는 오영주였다. 서민재는 '프렌즈가 끝나고도 김현우를 따로 만날 건지'질문했고, 잠시 머뭇거리던 오영주는 '그렇지, 볼 수 있지'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오영주는 정재호에게 '여기(프렌즈)에서 한 명을 사귄다면 누구와 사귈건지?"라고 질문했고, 정재호는 "두 명 중에?"라며 오영주를 제외하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정재호는 능청스럽게 '두 사람 다 너무 좋아서'라고 대답했고, 오영주는 '재호가 만나자고 해도 혼자 살거다'라고 응수하며 티격티격했다.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프렌즈 멤버들은 방송이 끝나더라도 계속해서 만남을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김현우의 새로운 가게 오픈이나 정재호의 이사 일정 등을 공유하는가하면 "이 방송이 끝났다고 해서 우리의 연인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서로를 다독이며 아쉬운 마음을 감췄다. 방송은 그동안 출연자들이 여행을 다니면서 함께 추억을 나눈 사진들을 펼쳐보이며 아직 끝나지 않은 열린 결말에 대한 여운을 남기고 막을 내렸다.

<프렌즈>는 과거 <하트시그널> 역대 시리즈에 출연했던 인물들의 일상을 관찰 예능 형식으로 담아낸 프로그램이다. 2017년부터 방송되어 총 세 번의 시즌을 거친 <하트시그널>은 로맨스+일반인 출연자+리얼리티 관찰 장르를 결합시켜 국내 방송가에 연애 예능물의 인기를 부활시킨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하트시그널'이라는 표현 자체가 이 프로그램의 영향을 통해 젊은 세대에서 남녀간의 연애감정을 의미하는 새로운 유행어로 자리잡았을 정도다. 이 시리즈에 등장한 역대 출연자들 역시 많은 화제를 모았다.

<하트시그널>이 '시그널하우스'라는 특정한 공간에서 일정 기간 동거동락하며 조금씩 감정을 키워가는 청춘남녀들의 로맨스 감성에 주목했다면, <프렌즈>는 우정과 사랑의 감정이 어디까지 공존할 수 있는지를 관찰하는 '프렌썸'을 표방했다. 최근 영화-드라마에 이어 예능에까지 불고있는 '유니버스(세계관) 확장'의 <하트시그널> 버전이었던 셈이다.

외모-학벌-매너 등을 두루 갖춘 세련된 2030 도시남녀들이 연애라는 공통된 미션을 마주했을때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본능, 남녀가 서로의 마음을 파악하기 위하여 물고 물리는 치열한 신경전까지, 요즘 2030세대만의 달라진 가치관과 감정선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바로 이 시리즈의 매력 포인트였다.

아쉬운 부분은 <하트시그널>에서 <프렌즈>로 이어지는 세계관의 확장에도 불구하고 요즘 청춘들의 현실적 공감대를 보여주기 보다는 판타지에만 치우친 '그들만의 세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시리즈의 출연자들은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은 젊은 나이에도 사회-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거나 여유가 있는 고학벌 혹은 전문직의 '엄친아'들이라는 특징이 있다. 방송 관련 분야에 경험이 있거나 모델-배우같은 연예인 지망생도 포함되어 있었다.

<프렌즈>는 '리얼 청춘일기'를 표방했지만 그 속에는 자연스러운 리얼리티도, 진짜 우리네 평범한 청춘들의 삶과도 거리가 멀었다. 가정-직장-대인관계-개인적 콤플렉스-감정의 기복 등 청춘이라면 정작 누구나 한번쯤 겪어야할 만한 일상의 소소한 애환들,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진짜 고민'들은 이 시리즈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하트시그널> 본편에서는 출연자간의 '로맨스'라는 주제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명분이라도 있었지만, <프렌즈>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서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출연자들간의 밀접한 관계성과 싱글라이프까지 이야기의 범위를 확장시켰음에도 공감대는 오히려 갈수록 떨어졌다. 각자 보여주고 싶은, 혹은 보여줄수 있을만한 모습만 방송에 적합할 정도로 포장해 내보내는 듯한 부자연스러움을 벗어나지 못했다. 리얼리티 관찰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마치 대본대로 진행되는 청춘 웹드라마에 가까운 인상을 준 이유다.

출연자를 둘러싼 자질 논란도 뼈아픈 대목이다. 이미 <하트시그널>은 첫 시즌부터 시리즈 내내 출연자 검증 문제로 끊임없이 곤욕을 치른 바 있다. <프렌즈>에는 하필 <하트시그널>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출연자들도 재등장했다. 시즌2에 출연했던 김현우는 세 번이나 음주 운전에 적발되어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시즌3의 이가흔은 학폭 의혹으로 각각 도마에 오른 전력이 있었지만 이들은 모두 <프렌즈>에 버젓이 등장했다.

<하트시그널> 당시에는 촬영이 이미 종료되었거나 방송이 이미 진행중인 상황에서 출연자의 사생활 논란이 터졌기 때문에 제작진이 대처하기 어려웠다는 핑계가 있었다. 그러나 <프렌즈>는 오히려 이러한 논란의 출연자들을 대놓고 방송의 화제성을 극대화하기위한 '노이즈 마케팅'의 도구로 이용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실제로 김현우는 <하트시그널>에 이어 <프렌즈>에서도 여러 여성들과 연결되며 방송 종영까지 꾸준히 중심 멤버로 활약했으며, 방송은 더 나아가 김현우를 여전히 '치명적인 매력남'으로 포장하는 데 앞장섰다. 전작에 이어 김현우와 오영주의 미묘한 러브라인은 <프렌즈> 후반부의 가장 핵심적인 서사로 부각되기도 했다.

<하트시그널>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청춘남녀들의 매력적인 캐릭터와 진정성이 주는 대중적 공감대에 있었다. <프렌즈>는 <하트시그널>의 세계관을 확장시킨 스핀오프를 표방했지만, 결국은 전작의 인기(혹은 논란) 출연자들의 캐릭터와 러브라인을 '재탕'하는데만 머물렀을뿐, 이 프로그램만의 새로운 서사와 공감대를 제시하지 못한 것이 한계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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