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수도 '수원', 역전 드라마의 성지가 되다

심재철 2021. 5. 1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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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K리그 1] 15라운드 종합

[심재철 기자]

프로축구 선수들이 마음 먹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어느 게임, 어느 순간 하나도 그냥 지나칠 것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골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축구 드라마가 나왔다. 주민규가 슈퍼 골로 앞서나가니 김건희가 그보다 더 어려운 각도에서 믿기 힘든 발리 슛을 꽂아넣었다. 그 순간부터 빅 버드 대역전 드라마가 시작됐다. 수요일 밤 K리그는 화요일 밤보다 더 빛난 듯하다.

5월 11일(화)과 12일(수) 이틀에 걸쳐 나란히 두 게임씩 2021 K리그1 15라운드가 끝났다. 그런데 우연한 결과라고 하기에는 믿기 힘든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시나리오를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축구 드라마 네 편이 완성된 것이다. 화요일, 수요일 각각 대역전 드라마 한 편씩, 그리고 종료 직전에 터진 극적인 동점골이 홈팀이 쥐고 있던 승점 3점을 밤하늘에 날려버리는 결과를 만든 것이다.

인천과 춘천에서 날아가버린 홈 팀의 승점들

먼저 화요일 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 FC와 포항 스틸러스의 15라운드 게임이 후반전 추가 시간에 터진 포항 MF 신진호의 멋진 프리킥 골 덕분에 1-1로 끝났다. 
 
 포항 스틸러스 신진호의 프리킥 골이 들어가는 순간(90+1분 51초)을 모든 선수들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고 있다.[2021년 5월 11일 인천 전용]
ⓒ 심재철
 
이 골이 들어간 시각이 후반전 추가 시간 1분 51초였으니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주장 김도혁의 아름다운 골(57분 2초)을 끝내 지켜내지 못한 아쉬움에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추가 시간이 끝나고 주심의 휘슬 소리가 길게 울릴 때까지 승점 3점을 지켜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또 한 번 깨달을 수 있는 명장면이었다.

다 이긴 줄 알았던 게임에서 승점 3점이 아니라 승점 1점만 양손에 남아있음을 확인하는 순간만큼 허무한 일이 또 있을까?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춘천에서도 아주 비슷한 극장 동점골이 홈 팀 강원 FC의 발목을 잡았다.

최근 핵심 선수들의 교통 사고 여파로 부진의 늪에 빠진 홈 팀 강원 FC는 강팀 울산 현대를 안방(춘천 송암스포츠타운)으로 불러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흐름을 만들어냈다. 게임 시작 후 15분만에 미드필더 서민우가 감각적인 왼발 하프발리 골로 앞서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강원 FC는 전반전 종료 직전에 아찔한 한 방을 얻어맞았다. 울산 현대 오른쪽 풀백 김태환의 기습적인 크로스를 막아내지 못하고 원두재에게 헤더 동점골을 내준 것이다. 그래도 강원 FC는 후반전 초반에 실라지의 페널티킥 골(52분)로 다시 앞서나가며 오랜만에 승점 3점을 따낼 수 있는 흐름을 잡았다. 

물론 리그 우승을 노리는 울산 현대의 후반전 반격이 그들의 상징 호랑이 발톱처럼 매서웠다. 비교적 잘 버틴 강원 FC는 후반전 추가 시간 6분이 공지될 때까지 2-1 그대로 앞서나가고 있었으니 승점 3점이 정말 눈앞에 아른거렸다. 이대로 끝난다면 32일만에 홈팬들에게 승리의 기쁨을 선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축구의 신은 후반전 추가 시간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90분이 지나고 3분이 다 흘러갈 무렵 강원 FC 김대원의 역습이 아쉽게 끊어져 울산 현대에게 공 소유권이 넘어왔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공 방향이 바뀌어 울산 현대 이동준에게 오른발 대각선 슛 기회가 열렸다. 이 슛을 강원 FC 골키퍼 이범수가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막아냈지만 세컨드 볼을 노리며 달려든 불투이스의 왼발 밀어넣기까지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 2분 54초, 또 하나의 믿기 힘든 극장 동점골이 춘천의 밤을 야속하게 만든 것이다.

화-수요일 연속극 촬영한 축구 수도 '수원'

요즘 수원의 축구팬들은 어딜 가나 가슴을 활짝 펴고 다닐 만하다. 우리나라 최상위 프로축구 1부리그 두 팀을 보유한 유일한 도시로도 모자라 최근 두 팀 모두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동수원 쪽에 가까운 아름다운 축구장 빅 버드를 홈 그라운드로 쓰고 있는 수원 블루윙즈와 북수원 쪽에 있는 수원종합운동장이 안방인 수원 FC는 이례적으로 최근 두 라운드에서 함께 이겨 신나는 휘파람을 불고 있다.

지난 달 중순 열린 10라운드에 이어 지난 주말에 열린 14라운드에서도 나란히 이긴 두 팀이 며칠 쉬지도 못하고 이어진 15라운드에도 승리의 송가를 합창할 것이라고 예상한 팬들은 그리 많지 않았으리라.

수원 FC가 화요일 밤에 먼저 웃었다. 결코 쉽지 않은 역전승이었다. 게임 시작 후 34분만에 광주 FC 수비수 알렉스에게 프리킥 세트 피스 상황에서 오른발 발리슛을 얻어맞은 충격이 비교적 오래갔지만 게임이 거의 끝날 무렵 3분 18초 사이를 두고 내리 두 골을 터뜨리며 믿기 힘든 역전 드라마를 찍었다.

86분 9초에 터진 무릴로의 오른발 감아차기 동점골부터 분위기가 특별했다. 골잡이 라스의 헤더 어시스트를 받은 무릴로가 광주 FC 페널티 에어리어 밖에서 오른발 인프런트 킥으로 감아 때린 공은 순발력 좋은 광주 FC 윤보상 골키퍼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게 휘어들어갔다.

수원 FC의 축구 드라마는 곧바로 더 기막힌 뒤집기 결승골로 완성됐다. 89분 27초에 무릴로의 패스를 받은 라스가 슛 각도를 도저히 예상하기 힘든 자리에서 상대 수비수 이한도를 피해 왼발 감아차기 골을 광주 FC 골문 왼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꽂아넣은 것이다. 바로 앞에 있던 이한도는 그대로 왼쪽 무릎을 꿇었고, 골키퍼 윤보상은 뒤에 있는 전광판 시간을 허탈하게 쳐다볼 뿐이었다.

화요일 밤 축구 수도 수원의 역전 드라마 촬영지는 다음 날 그리 멀지 않은 곳 빅 버드로 옮겨왔다. 수요일 밤 수원 블루윙즈와 제주 유나이티드가 만난 이 게임은 더 많은 조명과 특수 효과가 필요할 정도로 놀라운 장면을 기막히게 찍어냈다.

이 게임은 축구장을 여러 번 찾아와도 직접 구경하기 힘든 슈퍼 골들이 연거푸 터져나오는 빅 게임 드라마 완성도를 갖추었다. 모두 다섯 골이나 터졌는데 하필이면 그 자리가 빅 버드 북쪽 관중석 바로 앞이었다. 코로나-19 시기에 어웨이 팀 응원석을 운영하지는 않지만 반대쪽 골문 뒤 자리로 예매한 일부 팬들은 좀 서운했을 정도로 드라마는 N석 앞에서 집중 촬영됐다.

먼저 어웨이 팀 제주 유나이티드가 전반전에만 두 골을 터뜨리며 1680명 홈팬들을 조용하게 만들어 버렸다. 골잡이 주민규는 17분에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헤더로 첫 골을 넣은 것도 모자라 전반전 추가 시간 2분 46초에 오른발 가위차기 슈퍼 골을 터뜨려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공민현의 오른쪽 크로스가 낮게 날아왔지만 주민규는 중심을 최대한 낮추며 이 드라마에 걸맞는 고난도 골 영상을 완성시켰다.

충격에 휩싸인 홈 팀 수원 블루윙즈 선수들은 이대로 물러설 수 없었다. 전반전 주민규의 슈퍼 골보다 더 어려운 각도에서 귀중한 만회골을 51분에 터뜨린 것이다. 김태환의 오른쪽 왼발 크로스를 받아 골잡이 제리치가 헤더로 떨어뜨린 공을 잡은 김건희는 축구 기본기 중에 양발 리프팅을 어린 선수들에게 친절하게 가르쳐주듯 왼발과 오른발 한 번씩 차 올리더니 제주 유나이티드 주장 이창민을 등진 상태에서 180도 회전 오른발 발리 슛을 차 넣었다.

명품 축구 드라마를 찍는 카메라를 의식하며 일부러 멋진 동작을 구현해낸 기막힌 골이었다. 그리고 4분 뒤에 수원 블루윙즈는 최근 잘 나가는 왼쪽 날개 이기제가 페널티킥을 얻어내 귀중한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첫 골을 도운 제리치의 오른발 페널티킥 골(58분)은 빅 버드 북쪽 골의 그물을 찢을 듯 시원하게 날아들어갔다. 

이대로 2-2 점수판이 무르익는 줄 알았던 게임은 수원 블루윙즈의 주장 김민우가 결정적인 측면 프리킥을 얻어내며 반전 결말을 맞았다. 85분 4초, 이기제가 왼발로 감아올린 측면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를 돌아온 센터백 헨리가 위력적인 스파이크 헤더 슛으로 꽂아넣은 것이다. 수원 블루윙즈의 보물 수비수 헨리는 광고판을 훌쩍 뛰어넘어 N석 코앞으로 날아와 자신들의 상징인 날개를 손으로 만들며 이 멋진 축구 드라마의 엔딩 요정 임무를 완수했다.

코로나-19로 취소(연기)된 두 게임을 감안하더라도 겨우 네 게임에서 14골(게임 당 3.5골)이나 터진 것도 모자라 명품 발리 슛으로 무려 다섯 골이나 들어갔고, 85분 이후에 터진 '극장 골'도 역시 다섯 골이나 됐다. 더 많은 축구팬들이 찾아와주기를 바라는 K리그 명장면들이 이렇게 초여름 밤 축구 드라마를 수놓은 것이다.

2021 K리그1 15라운드 결과(왼쪽이 홈 팀)

★ 인천 유나이티드 FC 1-1 포항 스틸러스 [득점 : 김도혁(57분,도움-오재석) / 신진호(90+1분 51초)] : 관중 1428명

수원 FC 2-1 광주 FC [득점 : 무릴로(86분,도움-라스), 라스(89분27초,도움-무릴로) / 알렉스(34분,도움-헤이스)] : 관중 224명

수원 블루윙즈 3-2 제주 유나이티드 [득점 : 김건희(51분,도움-제리치), 제리치(58분,PK), 헨리(85분4초,도움-이기제) / 주민규(17분,도움-이창민), 주민규(45+2분46초,도움-공민현)] : 관중 1680명

★ 강원 FC 2-2 울산 현대 [득점 : 서민우(15분), 실라지(52분,PK) / 원두재(45분,도움-김태환), 불투이스(90+2분54초)] : 관중 1262명

2021 K리그1 현재 순위표
1 전북 현대 14게임 29점 8승 5무 1패 26득점 12실점 +14
2 울산 현대 14게임 26점 7승 5무 2패 20득점 11실점 +9
3 수원 블루윙즈 15게임 25점 7승 4무 4패 20득점 13실점 +7
4 대구 FC 14게임 22점 6승 4무 4패 18득점 17실점 +1
5 포항 스틸러스 15게임 21점 5승 6무 4패 15득점 16실점 -1
6 제주 유나이티드 15게임 20점 4승 8무 3패 17득점 15실점 +2
7 수원 FC 15게임 16점 4승 4무 7패 16득점 24실점 -8
8 성남 FC 13게임 16점 4승 4무 5패 10득점 11실점 -1
9 강원 FC 15게임 15점 3승 6무 6패 15득점 20실점 -5
10 인천 유나이티드 FC 15게임 15점 4승 3무 8패 14득점 25실점 -11
11 FC 서울 13게임 14점 4승 2무 7패 15득점 17실점 -2
12 광주 FC 14게임 13점 4승 1무 9패 12득점 17실점 -5

2021 K리그1 16라운드 일정(왼쪽이 홈 팀)
☆ 강원 FC - 수원 FC [5월 15일 토 오후 4시 30분, 춘천 송암]
☆ 인천 유나이티드 FC - 광주 FC [5월 15일 토 오후 7시, 인천 전용]
☆ 제주 유나이티드 - 대구 FC [5월 16일 일 오후 2시, 제주 월드컵]
☆ 울산 현대 - 수원 블루윙즈 [5월 16일 일 오후 4시 30분, 울산 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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