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야당 의원까지 금기 깨고 긴축 요구

뉴욕=백종민 2021. 5. 1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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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물가지수 4.2% 급등하자 뉴욕증시 3대 지수 모두 급락
팻 투미 공화당 상원의원 "Fed 통화정책 재검토 해야"
한·미 10년물 국채금리 급등..한은도 긴축시기 예의주시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박병희 기자, 김은별 기자, 김수환 기자]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발표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조달러 규모의 추가 물적·인적 인프라 투자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구상도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인 공화당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언급하며 추가로 재정(달러)을 풀려는 바이든 대통령을 제지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당장 팻 투미 공화당 상원의원이 이례적으로 중앙은행인 Fed가 통화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야당 의원이 Fed의 통화정책에 개입하는 것은 금기(禁忌)를 깬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미 국채금리 급등=미국 노동부는 이날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동월대비 4.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월가 애널리스트 예상치 3.6%를 크게 웃돌면서 2008년 9월 이후 가장 큰폭으로 올랐다. 금융 시장은 요동쳤다. S&P500 지수가 2.11% 급락하는 등 뉴욕 증시 주요 3대 지수가 모두 2%대 급락을 기록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0.07%포인트 오른 1.69%로 거래를 마쳤다. 하루 상승폭으로 지난 3월18일 이후 최대였다. 달러도 강세를 보여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가 0.7% 올랐다.

한국 국고채 시장 금리도 들썩이고 있다. 13일 오전 9시56분 현재 한국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166%에 거래되며 올해 연중 최고점인 2.152%를 돌파했다. 지난 3월 중순 한 달 넘게 연 1.9~2%대를 기록하던 금리는 지난달 30일 2.1%를 뚫었고, 이날도 4bp(1bp=0.01%포인트) 가량 상승 중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144% 수준으로 전날보다 1.5bp 가량 오르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연중 최고점을 돌파한 국고채 금리가 하반기까지 높은 수준을 이어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오안다마킷의 소피 그리피스 애널리스트는 이날 포브스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대규모 재정 풀기가 경기 재개와 맞물리면서 급격한 인플레를 유발할 것이라는 공포가 시장 전반에 걸쳐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긴축 앞당기나…한은도 예의주시=월가에서는 Fed가 긴축 조치를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Fed의 긴축 전환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크리스 자카렐리 투자자문가는 "인플레가 올 것이냐 말 것이냐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인플레 발생은 거의 확실하다"며 "Fed가 적절한 시기에 긴축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독일 알리안츠의 무하마드 에라리안 수석 이코노믹 어드바이저은 "Fed가 기존의 물가에 대한 평가를 유지하면 정책의 실패와 시장의 동요를 초래할 우려가있다"고 지적했다. 미 헤지펀드업계의 전설로 불리는 스탠리 드러켄밀러 뒤켄패밀리오피스 회장은 "Fed의 금리 인상은 막대한 재정 지출로 쌓여진 정부의 부채를 감당 못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의 우려와 달리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상승한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무조건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은행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물가가 뛰면서 시장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면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버티기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현재 연 0.50%의 역대 최저 수준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시장금리와 기준금리간 격차가 너무 확대되면 금리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리처드 클라리다 Fed 부의장은 이날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심포지엄에서 기존의 Fed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내 예상을 훌쩍 웃돌았고, 인플레이션 지표에 놀랐다"고 말했다.

다만 클라리다 부의장은 "물가 상승은 기저효과에 따른 것이며 일시적인 영향만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통화정책 전환 전 추가 증거를 모으는 게 신중하고, 적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상승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지만, 지속해 상승하면 Fed가 주저하지 않고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WSJ은 Fed가 자산 매입을 축소할 준비가 안됐으며 금리 인상은 생각지도 않고 있다며 경제지표 혼란을 예상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WSJ은 Fed가 경제 재개로 인한 수요 증가와 병목 현상이 접목됐을 때 어떤 현상이 벌어질지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깜짝 지표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의 Fed 와치는 Fed가 오는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8%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바이든표 부양책도 흔들=바이든 행정부가 추진중인 2조30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개발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될 여지가 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미 공화당이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당시 발생한 스태그플레이션을 거론하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공세를 펼치고 있다"며 "CPI 지표로 여당 내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대규모 재정 투입 계획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투미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인플레이션은 분명해졌고 Fed는 더 이상 인플레이션이 멀리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척 태연할 수 없을 것"이라며 "Fed가 부양 기조의 통화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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