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놀라게 한 호러영화 감독, 스페이스 스릴러로 컴백

김준모 2021. 5. 1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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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 O2 >

[김준모 기자]

 <O2> 포스터
ⓒ 넷플릭스
2003년, 프랑스 영화계에는 '뉴 프렌치 익스트림'이란 돌풍이 불었다. 18살에 칸 국제영화제 최우수 단편 부분에 노미네이트 된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은 슬래셔 호러 <엑스텐션>을 통해 전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공포 영화의 불모지였던 프랑스에서 <엑스텐션>이란 영화가 탄생하고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뉴 프렌치 익스트림'은 프랑스 장르영화계가 세계적인 혁신을 일으킬 것이란 의미였다. 그러나 이 열풍은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이 할리우드로 진출하면서 금방 시들어 버린다.

알렉산드르 아야는 장르적 만족을 추구하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다. 할리우드 진출 이후 3편의 리메이크작(<힐즈 아이즈>, <미러>, <피라냐 3D>)을 통해 연달아 흥행에 성공했으며 최근에는 악어가 등장하는 재난 스릴러 <크롤>로 쿠엔틴 타란티노의 극찬을 받으며 다시 한 번 이름을 알렸다. 그가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신작 < O2 >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스페이스 스릴러로 적은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감독의 능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한 여성이 동면 캡슐에서 눈을 뜬다. 산소 유지 장치가 고장이 나면서 시스템 오류로 정신이 든 것이다. 기억이 없는 그녀는 캡슐의 인공지능 밀로를 통해 경찰과 통신한다. 무언가 수상한 경찰의 반응부터 자신에게 진정제를 투여해 잠들게 만들려는 밀로까지. 자신의 이름이 리즈라는 걸 알게 된 여자는 왜 자신이 캡슐 안에 있는지 알 수 없다. 머릿속에 있는 건 실험실의 쥐와 남편 레오, 수많은 환자들이 보이는 병실의 모습이다.
 
 <02> 스틸컷
ⓒ 넷플릭스
영화는 'O2', 산소를 통해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산소 유지 장치가 고장 나면서 리즈의 캡슐 내 산소는 점점 줄어든다. 밀폐된 공간 안에서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는 밀로의 말에 외부의 구출만 기다리는 리즈의 모습은 서스펜스를 느끼게 만든다. 이런 작품의 구성은 라이언 레이놀즈 주연의 영화 <베리드>를 떠올리게 만든다. <베리드>는 눈을 뜬 남자가 자신이 관 안에 있다는 걸 알게 되고 탈출을 시도하는 이야기다.

동면 캡슐 내부는 빠져나갈 수 없는 관같은 갑갑함을 준다. 경찰은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밀로는 리즈를 진정시키기 위해 강제로 안정제를 투여하려 한다. 리즈가 강제로 캡슐을 훼손하려 하면 보호 작용으로 전기충격이 가해진다. 이 기본적인 설정이 주는 서스펜스는 2차 설정을 통해 긴장의 끈을 유지한다. 동면 캡슐이 등장한 순간부터 작품은 장르에 SF 역시 포함되어 있음을 암시하게 만든다.

리즈가 갇힌 동면 캡슐이 지구에서 약 6천 킬로미터 떨어진 우주에 있다는 사실과 외부에서 구조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은 절망을 배가 시키며 리즈가 어떻게 생존할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쥐와 레오, 병원 등의 기억은 리즈가 자신이 누구인지와 왜 우주에 있는지에 대해 기억해내는 단서가 되며 추리의 매력을 더한다. 알렉산드르 아야란 이름값에 걸맞는 오락요소의 설정이다.
 
 <O2> 스틸컷
ⓒ 넷플릭스
다만 감정적인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작품이 유도하는 감정은 영화 <그래비티>에 가깝다. 우주에서의 재난 상황과 생존을 위한 분투에 휴머니즘을 더하고자 한다. 그러나 감정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드라마적인 요소가 배치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비티>의 경우 도입부부터 보여주는 광활한 우주는 재난 상황에서 느낄만한 감정을 자아낸다. 헌데 이 작품은 모든 요소가 오락적으로 배치가 되어있다 보니 후반부에 감정이 피어나지 않는다.

또한 영화는 감정을 피어나게 만들기 위해 다소 허무한 결말을 택한다. 이 전개는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흥행에 실패한 두 작품인 <혼스>와 <나인스 라이프>를 떠올리게 만든다. 드라마적으로 감동을 주는 감정을 이끌어내는 데 능숙하지 못한 감독이 다시 한 번 이런 시도를 선보였고 결과적으로 깊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되레 장르적인 만족감만 줄이는 모습을 보이며 스릴러의 쾌감도 자아내지 못한다.

<베리드>를 비롯해 <폰 부스>, <큐브>, <데블> 같은 영화들은 공통적으로 주어진 설정에서 상상력을 극대화시키는 상황들을 연출해내며 재미를 준다. 얼마나 더 내부에 갇힌 주인공들을 극한의 상황에 몰아넣는지가 성공의 관건이다. < O2 >는 리즈가 과거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드라마가 진부함을 주며 이에 소비한 시간을 결말부 감동으로 보답 받지도 못한다. 감독의 전작인 <크롤>처럼 오락적인 측면에만 힘을 주었다면 더 만족할 만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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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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