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증권범죄합수단' 부활 움직임에 "불법수사 잘 하는 곳" 발끈.. 공수처 1호 사건엔 "눈과 귀를 의심할만한 말"

최석진 2021. 5. 1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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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7일 이임식을 마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정부과천청사를 떠나기 전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자신이 장관으로 재임할 때 폐지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법무부가 부활시키려고 한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 13일 증권범죄합수단을 “금융을 잘 아는 죄수를 활용한 불법수사를 잘 하는 곳”이라고 언급하며 자신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추 전 장관은 이날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권력형 범죄 중에도 초대형 부패경제사범을 방관했던 ‘증권범죄합수단의 부활’로 그나마 한 걸음 옮겨 놓은 개혁마저도 도로 뒷걸음질 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음을 신중하게 보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중앙일보는 ‘결국 추미애가 틀렸다…여의도 저승사자 부활 추진’이라는 제목으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증권·금융 쪽의 전문적인 범죄에 대한 대응능력이 후퇴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고, 법무부가 추 전 장관이 지난해 초 ‘부패의 온상’이라며 폐지한 증권범죄합수단을 부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또 증권범죄합수단이 폐지된 이후 지난해 금융위원회 등으로부터 수사의뢰 받은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의 처리율이 10~20%에 그치는 등 증권범죄 수사가 크게 차질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보도 이후 추 전 장관의 증권범죄합수단 폐지를 비난하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쏟아졌는데, 추 전 장관은 이를 반박하고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는 걸 호소하기 위해 이날 장문의 글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그는 먼저 2016년 ‘고교 동창 스폰서 사건’으로 구속기소 된 김형준 전 증권범죄합수단장과 박모 변호사 사례를 들며 “이들의 검은 유착관계가 발생한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은 마치 금융범죄의 전문성과 남다른 실력으로 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금융을 잘 아는 죄수를 활용한 불법수사를 잘 하는 곳이었음이 드러났다”고 했다.

이어 “검사실 ‘출정’으로 죄수에게 감방을 벗어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면서, 범죄정보를 얻고 표적한 재소자의 자백을 유도하는 심부름도 시키고 별건수사를 하기도 했다”며 “이렇듯 죄수와 수사관, 검사 사이에 부당거래가 이뤄지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던 것이다. 이러한 것을 경험한 전직 죄수는 증권범죄합수단이 있는 서울남부지검을 가리켜 ‘금융범죄의 거래 시장’이라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추 전 장관은 증권범죄합수단을 폐지한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재차 강조하며 언론 보도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그는 “저는 67대 법무부 장관으로서 2020년 1월 증권범죄합수단을 폐지했다. 그리고 대신 그 역할을 금융조사1·2부가 하도록 직제를 개편했다”며 “‘증권범죄합수단이 부패범죄의 온상이 되었다’고 제가 국감 당시 폐지 이유를 밝혔으나, 오늘날까지도 저의 말을 믿지 않고, 야당과 언론은 정권비리의 비호를 위해 폐지한 것처럼 혹세무민했다”고 했다.

추 전 장관은 “그런데, 최근 법무부가 증권범죄합수단을 부활시킬 것이라는 언론 보도를 접하니, 서민들의 눈물이 마르지도 않았는데 전관이 승리하고 죄수를 이용한 검사가 다시 활개치고, 검은 거래 시장이 재개될 것 같은 걱정이 앞서지 않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권력형 범죄 중에도 초대형 부패경제사범을 방관했던 ‘증권범죄합수단의 부활’로 그나마 한 걸음 옮겨 놓은 개혁마저도 도로 뒷걸음질 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음을 신중하게 보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추 전 장관은 공수처가 ‘1호 사건’으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불법 특별채용 의혹을 수사하기로 한 것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그는 “이제 공수처가 대답해야 한다. 최근 공수처는 중대범죄도 아니며 보통 사람의 정의감에도 반하는 ‘진보교육감의 해직교사 채용의 건’에 대해 별스럽게 ‘인지 수사’를 한다고 눈과 귀를 의심할 만한 말을 했다”며 “공수처의 칼날이 정작 향해야 할 곳은 검사가 검사를 덮은 엄청난 죄, 뭉개기 한 죄를 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중대범죄를 밝혀내어 ‘인지수사의 전범’을 보여 주시기 바란다”며 “그래서 공정과 정의가 살아 숨 쉰다는 것을 좌절한 힘없는 서민들에게 보여주시기 바란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다.

2013년 서울중앙지검에 처음 만들어진 증권범죄합수단은 검찰의 증권범죄 수사 전문 검사와 수사관 외에도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타 기관 출신 전문 인력까지 파견 받아 출범 후 7개월 만에 29건의 증권범죄 사건을 수사해 162명을 입건, 그 중 126명을 기소(64명 구속기소)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올렸다.

이듬해 서울남부지검으로 이전한 뒤에도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릴 만큼 지속적인 수사 성과를 거뒀지만 검찰개혁 방안의 일환으로 검찰의 직접·인지수사 부서 축소를 추진하던 추 전 장관은 지난해 초 증권범죄합수단을 폐지했다.

당시 증권범죄합수단은 신라젠 사건과 라임자산운용 사건 등 여권 인사들의 비리 의혹이 제기된 사건 수사를 진행 중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검찰 주변에서는 증권범죄합수단 폐지 배경을 둘러싸고 다양한 관측이 제기됐다.

검찰 출신 변호사 A씨는 “추 전 장관이 증권범죄합수단을 폐지한 건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 축소 차원에서 취한 조치였다”며 “특정 비리 사건을 예로 들며 마치 증권범죄합수단 전체가 범죄의 온상인 것처럼 몰아가는 건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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