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감독들은 왜 선수들에게 현란한 기술을 '하지 말라'고 할까

이은경 2021. 5. 13.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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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L

2020~21시즌 프로농구가 안양 KGC의 플레이오프 10연승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서는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제러드 설린저(KGC)를 비롯해 조나단 모트리(인천 전자랜드) 같은 수준급 외국인 선수와 허훈(부산 kt), 송교창(전주 KCC), 변준형(KGC) 같은 한국 대표 테크니션들의 화려한 플레이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기억에 남는 한 마디 말이 있었다. 지난 5일 열린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팀 승리를 이끄는 스텝백 3점을 두 방 터뜨린 변준형이 경기 후 한 말이다. 그는 “김승기 감독님이 스텝백 3점을 쏠 때마다 ‘그냥 서서 쏘라’며 야단을 치셨다. 이제는 그런 말 안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사진=KBL

왜 한국프로농구(KBL)에서는 국내 선수들의 화려한 기술을 보기가 어려울까. 그리고 왜 KBL 감독들은 개인 기술을 시도하는 선수들을 제지할까. 추승균 SPOTV 농구 해설위원과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 봤다.

Q. 추승균 위원이 해설 중에 선수들의 기술이 나올 때마다 “어우” “아아” 하는 ‘찐 감탄사’를 자주 내뱉어서 화제더라. 그게 재미있다는 팬들이 많았다.

A. 하하, 제대로 기술이 나와서 수비를 제치는 모습이 정말 재미있지 않나. 자연스럽게 나온 감탄사였다.

Q. 변준형이 “스텝백 하지 말라고 야단 맞았다”고 말한 걸 보며 왜 KBL 감독들은 선수들의 기술을 자꾸 억제하는지 궁금해졌다. 대다수 감독들이 슈터들에게도 ‘잡고 바로 쏘지 말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지 않나. A. 기술이 통한다면 누가 말리겠나. 가장 중요한 건 기술을 사용해서 수비를 따돌릴 수 있느냐다. 그런데 KBL 선수들과 NBA(미국프로농구)의 수준급 선수들 스텝을 비교해 보면, NBA 선수들은 수비를 완전히 따돌릴 정도로 길게 스텝을 가져간다. 우리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짧다. 그냥 제 자리에서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건 기술이 아니다.

Q. 오랜 기간 KBL에서는 수비가 강한 팀이 우승했다. 감독들이 지나치게 수비만 강조하고, 약속된 패턴만 강조하기 때문에 개인 기술을 억누르는 건 아닐까.

A. 나는 그런 말은 핑계라고 본다. 개인 기술로 공격하는 선수가 슛 확률이 높다면 어떤 감독이 그걸 막겠나.

Q. 미국에서 자란 전태풍(은퇴)처럼 기술 수준이 높은 선수도 KBL에서는 자신의 기술을 마음껏 펼치지 못했다는 생각도 드는데.

A. 물론 전태풍의 기술은 아주 좋았다. 그런데 KBL은 수비의 수준이 높은 리그다. 팀을 우승시킬 정도로 자신의 기술을 발휘하려면 전태풍 수준도 훨씬 뛰어 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계속 노력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NBA의 톱 선수들은 비싼 돈을 주고 개인 훈련을 한다. 그 선수들은 최고의 자리에 있어도 하루 훈련 양이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KBL 선수들한테 ‘비시즌에 네 연봉의 10~15%를 들여서 개인 훈련에 투자해라. 시간이 모자라면 새벽에라도 개인 훈련을 해라’ 하면 누가 선뜻 실행하겠나.

″하든의 기술도 하루아침에 나온 건 아니다″ -- 하든의 시즌별 3점 슛 중 스텝백의 비중 변화 추이. 사진 AP=연합뉴스

Q. 원론적인 ‘노오력’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A. 어쩔 수 없다. 스텝백 3점슛의 경우도 그렇고, 농구에서 기술의 핵심은 ‘수비를 어떻게 따돌리느냐’다. NBA 스테판 커리, 제임스 하든이 왜 그렇게 득점과 슛 성공률이 높겠나. 수비를 따돌리고 슛을 쏘니까 그렇다. 스텝 하나로 수비를 따돌릴 수 있도록 그 한 동작을 만들기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들어간다. KBL의 많은 선수들이 불필요하게 드리블 많이 치다가 수비를 따돌리지도 못한 채 기술을 하는데, 그건 테크닉이 아니다. 그냥 잔기술일 뿐. 그런 식으로 가면 수비를 효율적으로 제치지 못하니 슛 성공률이 떨어지고 관중 눈에는 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감독들이 선수들의 기술 사용을 제지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설린저의 플레이를 팬들도 봤지만, 잘 하는 선수는 간결하다. 쉽게 움직이고 쉽게 득점한다. 그런 게 진짜 테크닉이고, 거기까지 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훈련이 필요하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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