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블루 시그널] 사막 같은 사회를 푸른 숲으로

2021. 5. 1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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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을 숲으로 만든 인위전의 이야기를 아는가. 방송작가이자 독립프로덕션 허브넷 대표인 이미애 작가가 쓴 ‘사막에 숲이 있다’는 책에 소개되는 내용이다. 인위전이라는 몽골 여인이 1985년 바이완샹과 결혼했는데, 인위전의 아버지는 죽음의 땅 사막에 그녀를 내려놓고 가 버렸다. 그녀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사막이라 돌아가는 길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바이완샹의 순한 눈을 보고 차마 떠날 수가 없어서 정착하게 된다.

대신 그녀는 바이완샹에게 사막을 사람 사는 곳으로 만들자고 제안하고 친척이 준 양 한 마리를 팔아 나무 600그루를 사서 심기 시작한다. 정말 누가 보면 말도 안 되는 바보 같은 행동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묵묵히 한 그루, 한 그루 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어느덧 20여년의 세월이 지나 사막 1400만평을 온갖 나무와 채소가 자라는 믿을 수 없는 생명과 기적의 땅으로 만든 것이다. 이미애 작가가 인위전의 이야기를 듣고 감동을 받아 책을 썼을 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KBS 1TV 수요기획 ‘숲으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되기도 했다.

얼마 후 ‘아바타’라는 영화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이어령 교수는 이 영화가 생명자본주의 시대를 열어가는 콘텐츠 혁명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평했다.

주인공 제이크의 아바타가 나비족 여인과 사랑에 빠지고 인간의 침탈계획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주면서 RDA회사의 장애물이 되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인간과 지구를 배반한 제이크를 지지하고 성원했다. 그것은 제이크라는 사람이 잃어버린 자신의 분신과 만나고 자원이나 광맥보다는 영혼으로 나비족과 소통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인간사회에서는 물질이나 자원보다 중요한 것이 생명이고 영혼이다. 그러므로 영혼세계가 피폐해지고 정신세계가 고갈되면 물질세계는 당연히 종말을 맞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 시대는 생명 우선주의, 혹은 생명 자본주의로 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하다.

지난 월요일 우리 교단 총회 중독상담대책위원회가 주관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총회장인 내가 총회 사상 처음으로 중독상담대책위원회를 시작하게 했다. 나는 세미나에 앞서 예배 때 설교를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중독은 학문적으로 볼 때는 질병이지만 성경적으로 볼 때는 죄입니다. 이것을 치료하고 이기기 위해서는 치유상담프로그램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입니다. 왜냐면 우리 뇌의 전두엽 부분에 중독될 정도로 쾌락이 입력되면 그 어떤 것으로도 지울 수 없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것을 지우고 덮어버릴 수 있는 것은 중독에 빠질 정도의 쾌락보다 더 센 것이 지배해 버리면 됩니다. 그것이 바로 복음입니다.”

발제자로 나온 중독전문가 중 심수명 박사께서 내가 했던 설교 내용을 전적으로 지지해 줬다. 발표자들에 의하면 지금 우리나라에 중독자만도 1000만명이고 그 중독에 영향을 받아서 고통당하는 사람이 3000만명이다. 우리나라 인구 절반 이상이 중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셈이다.

이럴 때 교회의 역할이 무엇인가. 황폐화된 세상, 사막화된 사회를 복음으로 치유하고 영혼을 녹색화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한 발제자의 주장처럼 이념 중독도 있다는 것이다.

CS 루이스가 쓴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라는 책에서 사탄이 교회를 무너뜨리는 가장 고도의 전략 중 하나가 기독교 신앙의 본질보다는 자신이 믿고 추구하는 이념이나 사상을 더 우선순위에 두게 한다는 것이다. 교회는 그 어떤 것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복음은 결코 교회를 분열시키지 않는다. 복음으로 뭉쳐 있으면 오히려 세상을 움직이고 섬기는 교회가 된다. 한국교회여, 오늘도 사막화된 인간의 내면과 사회 속에 십자가 나무를 심자. 푸르고 푸른 생명나무를 심자. 황폐해진 사회와 사람들의 가슴속에 하나님의 사랑, 십자가 복음의 나무를 심자. 피폐한 영혼을 녹색화하고 사막 같은 사회를 푸른 숲으로 만들자.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 (예장합동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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