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대덕구의 용돈 주기와 사막에 물뿌리기

김방현 2021. 5. 1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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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방현 대전총국장

대전 대덕구가 오는 10월부터 초등학교 4~6학년 학생에게 매월 2만원씩 용돈(수당)을 주기로 했다. 사실상 자녀가 있는 30~40대를 겨냥한 돈이다. 내년에 용돈을 받는 학생은 4256명이며, 예산은 10억2000만원이다. 시민단체 출신인 박정현(더불어민주당) 대덕구청장은 용돈 지급 이유로 ▶인구 유출 차단 ▶어린이 소비 권리 보장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용돈 지급비는 올해 대덕구 본예산(4615억원)의 0.2%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자치단체 예산은 사회복지비, 인건비, 경비, 법정 교부금 등으로 대부분 용도가 정해져 있다. 그래서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돈(가용재원)은 아주 적다. 올해 대덕구의 가용 재원은 200~300억원 정도다. 용돈은 가용재원으로 지급한다. 이 때문에 필요한 사업을 못할 수도 있다.

대덕구가 지난 3일 한남대에서 용돈 지급 조례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뉴스1]

인구 유출 차단이나 경제 활성화 효과도 의문이다. 인구는 대덕구뿐만 아니라 대전 전역에서 줄고 있기 때문이다. 대덕구 말대로 인구 유출을 막으려면 대전의 모든 초등학생에게 돈을 줘야 한다. 많은 지자체가 현금 나눠주기를 했지만, 효과가 있다는 말은 잘 들리지 않는다. 사막에 물을 뿌리는 것처럼 헛돈만 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2~4분기 소득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저소득층 소득이 더 준 것이다.

게다가 대덕구는 내년부터 초·중·고교 신입생에게 1인당 10만원씩(총 4억2490만원) 입학 축하금도 준다. 대덕구는 2019년 방송인 김제동에게 강연비로 1550만원을 주려다 포기한 적이 있다.

‘현금 살포’ 방안은 주로 집권당 자치단체장과 정치인이 쏟아내고 있다. 실업자 구제 등을 위한 고민이라기보다는 선거용 성격이 강하다. 특히 지난해 4·15총선 전에 재난지원금을 뿌린 이후 봇물 터지듯 하고 있다. 이미 전국 지자체는 청년수당 등 2000여개의 현금 복지 사업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용돈·아동 수당 등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여권 대권 주자도 대열에 합류했다. ‘고졸자 세계 여행비 1000만원’ ‘군 제대 때 사회출발자금 3000만원’ 지원 등이 그것이다.

이런 현금 살포의 특징은 ‘남의 돈’인 세금을 또 다른 남을 위해 쓰는 구조다. 책임 소재가 가장 불분명한 돈 사용 방식이다. 정치인은 남의 돈으로 선심을 쓰면서도 능력자라도 되는 것처럼 행세한다. 현금 살포는 한번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다. 용돈을 끊으면 반발할 게 뻔하다. 부담은 세금을 내는 국민 몫이다.

이런데도 현금을 꼭 나눠 주고 싶다면 일자리나 소득 창출 방법도 함께 제시했으면 좋겠다. 돈을 쓰기에 앞서 벌 궁리부터 하자는 것이다. 아니면 현금 지급 대신 세금을 올리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김방현 대전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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