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71) 마음이 어린 후(後)
마음이 어린 후(後)
서경덕(1489~1546)
마음이 어린 후이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만중운산(萬重雲山)에 어느 님 오리마는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가 하노라
- 병와가곡집
아름답고도 애절한 사랑 노래
님을 기다리는 마음이 애틋하다. 시인은 자신의 그런 마음을 어리석다고 자책한다. 노심초사하는 일이 다 어리석다고 마음을 다잡아 보기도 한다. 겹겹이 구름 낀 산중에 님이 올 리가 없다. 그런데도 잎이 지고 바람 소리 들리면 행여 님이신가 하는 이 마음을 어찌하겠는가?
이 간절한 연시를 남긴 이는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 화담(花潭) 서경덕(徐敬德)이다. 이 시조는 당대의 명기 황진이를 생각하며 지은 것이라고 전한다. 진이는 성거산에 은거하며 학문을 닦던 화담을 비 오는 날 찾아가 유혹하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화담의 인품에 반해 사제 관계가 되었으니 정신적 연인이었다. 황진이는 존경하는 스승과 박연폭포 그리고 자신을 일컬어 송도삼절(松都三絶)이라고 했다. 이 시조에 화답한 것이라는 황진이의 시조가 있다. 화담의 시조 종장에 이어 부른 것이다.
내 언제 무신(無信)하여 님을 언제 속였관대
월침삼경(月沈三更)에 온 뜻이 전혀 없네
추풍(秋風)에 지는 잎 소리야 낸들 어찌 하리오
한 시대를 풍미한 아름답고도 애절한 사랑이 시가 되어 남았다. 이렇게 5월은 가고 있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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