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 여당 내 장관 반대 의견도 무시할 텐가
당·청, 당내 쓴소리와 여론 귀 기울이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의견을 청와대에 권고해 달라고 당 지도부에 요청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어제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국민의 엄격한 잣대를 존중해 우리 당 지도부에 장관 후보자 최소 1명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청와대에 강력히 권고할 것을 요구키로 했다”고 밝혔다. 더민초의 이런 입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14일까지 재송부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은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세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 “검증 실패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임명 강행의 뜻을 비쳤다. 세 후보자를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건 야당이지만 대통령 발언은 소극적 대응을 보이는 민주당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속으로 불만이 있으면서도 청와대를 향해 한마디 못하는 당내 분위기를 깬 건 5선 이상민 의원이다. 그는 11일 공개적으로 “임·박 후보자 임명 반대” 뜻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초선들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다’고 나섰으니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겠나.
민주당 지도부가 세 후보자 중 일부는 물러나야 한다는 뜻을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공식적으로 확인되진 않았다. 그러나 송영길 대표는 11일 재선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당·청 관계에서 당이 주도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내로남불’의 극치”라며 작심발언을 했다. 장관 임명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지만 유추해 보면 임명 강행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읽힌다.
실제로 여론은 세 후보자의 임명에 부정적이었다. 어제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57.5%)은 이들 3명을 임명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임명해도 된다는 답변은 30.5%에 그쳤다. 대통령이 특별연설에서 현행 인사청문회를 ‘무안주기식’이라고 불신하며 세 후보자를 감쌌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건 민심이 얼마나 싸늘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마침 14일 송 대표를 비롯한 신임 여당 지도부와 문 대통령 간의 상견례가 예정돼 있다.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이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시한과 겹친다.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는 현 상황이 매우 곤혹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도, 여당도 원칙만 지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문자폭탄의 공포 속에서도 소신을 밝힌 초선들을 존중하고,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장관 후보자를 거부하는 여론에 귀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송 대표가 중심을 잘 잡기 바란다. 14일 만남은 당·청이 민심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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