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백신 둘러싼 소통 혼선, 국민은 불안하다
위탁생산엔 딴소리 나와, 내부 점검부터 해야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당국자들의 가벼운 입, ‘아니면 말고’식 정책 관련 발언이 쏟아지면서 불안과 혼선을 가중하고 있다. 학수고대하는 백신과 관련해 정확한 정보와 실상을 공개해야 국민의 이해와 공감을 얻을 것이다. 그런데 정책 판단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문제없다” “안심하라”는 말만 되풀이하면 정부의 신뢰만 갉아먹는다.
백신 공급 계획과 관련한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의 대응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지난 10일 전해철 행안부 장관 언론 인터뷰에서 5~6월에 들어오는 백신 1420만 회분을 포함해 올 상반기에 총 1832만 회분을 도입하기로 확정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갔다. 당시 행안부는 구체적인 백신 도입 계획을 보충자료로 제공했다고 한다. 이 자료를 토대로 다른 언론이 추가 취재해 5~6월 화이자 백신 약 529만 회분이 들어오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890만 회분이 들어온다고 보도했다.
이를 놓고 복지부는 어제 “5~6월 백신의 주간단위 공급계획은 행안부 장관이 언급한 바 없으며, 실제 공급 계획과도 다르다”고 해명했다. 복지부는 “제약사들과의 비밀협약 위배 소지가 있다”고 언론 보도를 문제 삼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참여하는 행안부와 복지부 공무원들의 손발이 맞지 않아 벌어진 일을 놓고 뒤늦게 언론에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밀협약을 구실로 내세워 정확한 백신 정보를 제때 공개하지 않는 정부의 폐쇄적 행정이 더 문제라는 비판도 있다.
백신 위탁 생산을 둘러싼 혼선도 당국자들의 입이 문제이긴 마찬가지다. 백영하 범정부 백신도입TF 백신도입총괄팀장은 지난달 15일 “국내 한 제약사가 해외 승인된 코로나19 백신을 8월부터 국내에서 대량으로 위탁 생산하는 계약 체결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질병관리청도 지난 10일 mRNA 백신의 국내 생산을 위해 국내 제약사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자의 발언으로 화이자·모더나 등 mRNA 백신의 국내 대량 공급 가능성에 국민은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mRNA 백신의 유력한 위탁생산 업체로 지목된 국내 기업이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하면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당국자들이 설익은 내용을 흘려 공연히 희망고문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작 현장에서는 백신 부족으로 보릿고개 상황이 악화해 접종 신청을 해도 접종 날짜를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백신을 기피하는 비율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런 국민의 불신이 어디에서 유래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과 언론 책임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하지만 정부 스스로 신뢰를 훼손한 것은 없는지, 내부 소통의 혼선은 없는지 먼저 따져보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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