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 맥주 동났다
편의점 맥주 중 하루 매출 1위
레트로 감성 자극하는 디자인
독특하면서 대중적 맛이 비결
“오늘도 없어요? 들어오면 꼭 좀 따로 챙겨주세요.”
서울 강남구 CU BGF사옥점의 지어진(27) 매니저는 요즘 매일 난감한 상황에 빠지곤 한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곰표 밀맥주가 입고되면 챙겨달라”는 단골들의 부탁 때문이다. 지 매니저는 12일 “곰표 맥주 입고시간에 딱 맞춰 실내화 차림으로 몰래 찾아온 손님도 있었다”며 “요즘은 곰표 맥주를 냉장고에 채우자마자 동이 난다”고 말했다.
곰표 밀맥주가 맥주 시장에서 ‘이변’을 일으키고 있다. 치솟는 인기에 이달 초 대량 공급한 300만개도 2주 만에 완판을 앞두고 있다. CU 점포의 곰표 맥주 발주도 14일부터 중단된다. CU 관계자는 “국내 첫 수제 맥주 위탁생산으로 물량을 지난해(월 20만개)보다 15배 늘렸지만, 생산량이 판매량을 못 쫓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CU는 공장을 전면 가동해도 발효 등에 2주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이달 말이나 돼야 판매를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곰표 밀맥주는 지난해 5월 초도 물량 10만 개가 3일 만에 완판되면서 ‘품절템’에 등극했다. 수제 맥주에 대한 규제가 풀리면서 곰표 밀맥주 제조사인 ‘세븐브로이’가 롯데칠성음료에 대량으로 위탁생산(OEM)을 맡겼지만 이마저도 역부족이다. 지난달 30일에는 카스, 테라, 하이네켄 등 국산과 수입 맥주를 통틀어 하루 매출 1위에 올랐다. 지난 30여년간 편의점 맥주 시장에서 단독 판매 상품이 대형 제조사 제품을 제친 건 처음이다. 최근에는 하루 평균 판매량(17만개)이 지난해 한 달 평균 판매량(20만개)에 육박할 정도다. CU의 4월 맥주 매출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13.3%였는데, 곰표 밀맥주 대량 공급 이후(4월 29일~5월 10일)엔 맥주 매출 증가율이 35%로 뛰었다. 또한 5월 1~10일 CU 편의점에서 판매된 국산 맥주 중 수제맥주 비중은 35.5%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TV 광고 한 번 하지 않은 신생 맥주의 인기 비결은 뭘까. 주류업계에선 최근 유행하는 레트로(복고) 감성을 자극하는 대한제분의 백곰 마스코트(‘표곰’) 덕분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귀엽고 단순한 ‘표곰’ 캐릭터와 곰표 밀가루 특유의 복고풍 서체 등 개성 있는 디자인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의 시선을 잡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곰표 밀맥주의 연령대별 매출 비중을 보면 20대(43.0%)와 30대(44.4%)가 대부분이다.
방송·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영향도 컸다. 지난해 11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선 배우 서지혜가 곰표 맥주를 구하기 위해 편의점을 헤매는 모습이 방영됐다. 이후 대형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서지혜 맥주’가 올랐다. 이후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는 곰표 밀맥주 인증샷이 수천 건 올라왔고, 유튜브엔 ‘곰표 밀맥주를 마셔봤다’는 먹방 콘텐트가 넘쳤다.
무엇보다 ‘맛’이 통했다. CU는 소맥분 전문업체인 대한제분과 함께 ‘우리 밀로 만든 맥주’라는 점을 내세웠고, 은은한 과일 향과 깔끔한 맛에 특히 젊은 여성들이 호평했다. CU 관계자는 “보통 소형 브루어리(양조장)들은 마니아층을 겨냥해 개성이 강하고 진한 맛의 맥주를 선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곰표 맥주는 대중적이면서도 독특한 맛으로 승부를 건 게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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