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만에 열린 덕봉산.. 가슴을 열고 마음을 채운다

남호철 2021. 5. 12.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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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삼척 아늑하고 정겨운 해안로드.. 바다를 걷다
강원도 삼척시 덕봉산 너머로 바라본 일출. 마읍천과 연결된 덕봉산이 반세기만에 나무데크 둘레길과 정상 전망대 등을 갖추고 지난달 개방됐다.높이 53.9m에 불과한 작은 산이지만 하얀 모래사장과 짙푸른 바다 등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동해와 맞닿은 강원도 최남단 도시가 삼척이다. 58㎞에 달하는 삼척의 긴 해안선은 아늑한 포구와 해변 그리고 기암괴석의 갯바위들을 품고 있다. 아름다운 빛깔을 가진 아기자기하고 정겨운 바다의 감성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이 바다를 즐기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

새천년 샛바람길 고지낙 전망대에서 바라본 동해 풍경.


가장 최근 개장한 곳은 ‘새천년 샛바람길’이다. 새천년도로와 주변 풍광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감성로드로, 지난달 17일 개방됐다. 길은 작은 후진항에서 정라동 나릿골까지 총연장 4.3㎞로 조성됐다. 한국관광공사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새천년해안도로 인근 산림지역과 일출 명소인 소망의 탑 및 조각공원, 해안유원지 등을 잇는다. 데크교량, 전망대, 파고라 등을 갖춰 쉬며 구경하기 그만이다.

알록달록 마을 풍경이 감성을 전하는 삼척항 옆 나릿골.


길의 끝에서 만나는 나릿골은 삼척항(정라항) 언덕에 위치한 감성마을이다. 옛날의 낡고 허름한 건물에 알록달록한 색을 입히고, 전망대 미술관 등을 갖춰 작은 테마파크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슬레이트 지붕과 미로처럼 이어진 골목이 옛 고향을 찾은 듯 정겹다. 마을전망대에 서면 마을과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또 하나의 ‘신상’은 근덕면 맹방관광지 내 덕봉산이다. 1968년 11월 2일 ‘울진·삼척지구 무장공비 침투 사건’ 이후 군 경계 시설로 반세기 동안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됐던 곳이 지난달 1일 해안 생태 탐방로를 갖추고 개방됐다. 53년 만에 ‘무장 해제’한 덕봉산은 ‘바다 위의 산’으로 불린다. 섬이었다가 산이 된 곳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 ‘해동여지도’ ‘대동여지도’ 등에 섬으로 묘사돼 있다. 이후 육지와 섬 사이 얕은 바다에 모래가 퇴적돼 육지와 연결되면서 육계도(陸繫島)로 변모했다.

높이 53.9m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하얀 모래사장과 짙푸른 바다, 백두대간 능선을 배경으로 품고 있어 높은 산에 뒤지지 않은 경치를 보여준다. 산 둘레를 따라 경계 철책 대신 나무데크가 설치돼 해양 생태 탐방로로 꾸며졌다. 총 길이는 943m. 전망대에서 바다와 기기묘묘한 바위를 감상할 수 있는 해안 코스 626m와 대나무숲을 따라 정상 전망대로 올라가는 코스 317m가 서로 연결돼 있다.

해변에서 모래사장과 마읍천을 건너는 외나무다리가 인생샷 명소다. 맹방해변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 ‘천국의 계단’이 있다. 대나무숲 사이로 맹방해변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맹방해변은 이영애 유지태 주연의 영화 ‘봄날은 간다’ 배경으로 나왔다. 맹방해변은 유채꽃밭으로도 유명했지만 지난해 코로나19로 갈아엎은 뒤 올해는 아예 꽃밭 조성을 포기했다.

정상에는 군 초소로 사용된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목재로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명사십리’ 맹방해변을 비롯해 덕산해변, 마읍천, 근덕면 시가지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바다 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끝없이 이어진 하얀 모래사장과 푸른 파도가 넘실댄다.

덕산항에서 끊어진 해변은 10㎞ 남쪽, 궁촌항에서 시작해 초곡항까지 다시 이어진다. 초곡항은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의 고향으로 알려진 작은 어촌이다. 이곳에 기암괴석을 감상하며 바다 위를 걸을 수 있는 ‘초곡 용굴 촛대바위 길’이 있다. 나무데크로 조성된 약 660m 산책로다.

제일 먼저 바위 위에 우뚝 솟은 제1전망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산책로 중간쯤에 투명 유리 바닥을 갖춘 출렁다리가 있다. 바다 위 움푹 들어간 절벽 사이를 가로질러 길이 56m, 높이 약 11m로 조성돼 있다. 유리 아래 파도치는 바다가 아찔하다.

출렁다리를 지나 모퉁이를 돌면 이 길의 주요 상징물인 촛대바위가 부러질 듯 곧추서 있다. 그 옆으로 거북, 사자, 피라미드 등의 이름을 붙인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길 끝에 용굴이 있다. 작은 고깃배가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해안 동굴로 용이 승천한 장소라는 전설을 품고 있다.

삼척시는 오는 19일까지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와 새천년 해안샛바람길 방문 인증샷 이벤트를 진행한다.

여행메모
곰칫국·막국수… 다양한 음식점 성업중
초곡용굴촛대바위길 연중 무료 개방

수도권에서 출발하면 영동고속도로 강릉방향으로 가다 동해고속도로를 갈아타고 종점에서 동해를 지나 삼척MBC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새천년도로로 진입한다. 새천년도로 바다횟집에서는 곰칫국, 부일막국수에서는 막국수, 청석로 동해바다에서는 장치찜이 유명하다.

나릿골에서 덕봉산은 차로 10분 거리다. 마을 내 문어 해물 칼국수와 장칼국수 등을 파는 음식점이 영업중이다. 나릿골 감성마을 아래 삼척항에는 식당과 회·해산물을 판매하는 활어회 센터가 모여 있다.

초곡용굴촛대바윗길의 주요 상징물인 촛대바위.


초곡용굴촛대바위길은 왕복 30분가량 걸린다. 사진을 찍으며 걷다 보면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11~2월은 오후 5시) 연중 개방하며, 입장료는 없다. 강원도 양양 서퍼들의 천국 ‘서피비치’에 못지 않은 서프키키가 삼척에 있다. 서퍼들을 위한 시설과 해변을 배경으로 한 이국적이면서도 아기자기한 포토존은 여행객에게 인기다. 초곡항 뒤편 언덕에는 황영조 기념공원이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딴 황영조 고향이 이곳이다.

삼척=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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