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통령이 사랑한 세계 3대 스위트 와인은?

2021. 5. 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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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샤토 디켐(Chateau d'Yquem)
가족의 달이자 장미의 계절 5월이다. 가족과 연인 간 달콤한 사랑을 나누며 함께 마시기 좋은 스위트 와인 샤토 디켐을 소개한다.

샤토 디켐은 헝가리 토카이 로열 와인, 독일 아이스바인과 함께 ‘세계 3대 스위트 와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 중 세계 10대 와인에 포함되는 것은 샤토 디켐이 유일하다.

프랑스 보르도 남쪽 그라브 지역 소테른에서 생산된다. 1855년 보르도 와인 공식 등급 분류에서 유일하게 슈페리어 프리미에 크뤼 등급을 받아 품질을 인정받았다. 1981년 영국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의 세기의 결혼식에 공식 축배 와인이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샤토 디켐 가문 역사는 15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라몬 펠리페 이켐(Ramon Felipe Eyquem)은 청어 유통 사업과 와인 판매 사업을 통해 갑부가 되자 1477년 샤토 디켐의 포도밭과 와이너리를 인수했다. 약 100년 뒤 그의 후손이었던 미셸 이켐이 사망한 후 샤토 디켐은 1593년 12월 자크 드 소바주가 매입했다. 그는 현재의 샤토를 건축했는데 오늘날 문화재로 지정됐다. 1785년 다시 뤼르 살뤼스 가문에 인수됐다. 1996년 가족 간 불화로 프랑스 명품 가문 LVMH에 주식 55%를 매각하면서 LVMH가 대주주가 됐다. 1968년부터 샤토 디켐을 운영한 알렉상드르 백작의 요청으로 일임했으나 2004년 은퇴했다. 이후 LVMH 사장은 생테밀리옹에 있는 샤토 슈발 블랑(Château Cheval Blanc)을 관리하는 피에르 뤼르통(Pierre Lurton)에게 포도원 관리를 맡겼다.

디켐(d'Yquem)은 독일어 Aig helm(wear a helmet·투구를 쓰다)에서 유래했다. 옛날부터 투구는 존귀함(nobility)의 상징이었다. 샤토 디켐은 약 103헥타르 포도밭에 세미용 80%와 소비뇽 블랑 20% 비율로 심어 손수확한 후 블렌딩한다. 발효 후에는 프랑스산 새 오크통에 3년 6개월 동안 숙성시키고 병입한다. 소테른의 완만한 언덕과 얕은 계곡에는 시롱(Ciron)강이 흐르는데, 일조량이 풍부한 날씨가 되면 이른 아침에 안개가 피어오르면서 귀부 곰팡이를 발생시킨다. 귀부병은 포도의 표면층에 미세한 구멍을 내고 그 사이로 계속 수분이 증발하면서 건포도처럼 쪼그라들어 엄청난 당도가 축적된 포도로 양조된다.

2006년 런던 앤티크와인회사는 1860년부터 2003년까지 135년간의 샤토 디켐 빈티지 시리즈를 150만달러(약 17억4000만원)에 팔아 화제가 됐다. 2011년 런던 리츠호텔에서 1811년산 샤토 디켐이 개인 소장가 크리스티안 바네케에게 7만5000파운드(약 1억3600만원)에 판매돼 화이트 와인 중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주 프랑스 미국 대사 시절, 샤토 디켐을 방문하고 시음한 후 ‘최고의 소테른 와인’이라며 극찬했다. 그는 1784년산을 250병 주문했고, 이후에도 조지 워싱턴 대통령을 위해 추가 구매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1811년 프랑스 보르도 지역에 혜성이 나타났는데 그해 작황이 매우 뛰어나 ‘혜성 빈티지’라 불리며 최고급 대우를 받았다. 1996년 미국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1811년산 샤토 디켐 와인을 시음하고 극찬하며 100점을 주기도 했다.

샤토 디켐을 3번 방문해 그때마다 시음했는데 1993년 빈티지가 특히 인상 깊었다. 색상은 황금색이며, 감미로운 꿀, 복숭아, 파인애플, 코코넛 향이 코끝을 스쳤다. 산도와 당도의 완벽한 조화로 인한 균형감이 상쾌한 기분을 만들어준다. 형용할 수 없는 복합적인 달콤함이 입안에서 오랫동안 머물면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거위 간 요리와 찰떡궁합이지만 케이크, 파이, 생과일 등과도 잘 어울린다.

[고재윤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고황명예교수 겸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8호 (2021.05.12~2021.05.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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