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배달음식엔 '어린이' 위한 메뉴가 없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2021. 5. 1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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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리아·아웃백 등 어린이용 메뉴 없어.. 식사 질 크게 떨어져
외식이 일상화된 시대에 어린이를 위한 메뉴가 없어서, 어떤 메뉴를 골라도 어린이의 식사 질(質)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외식은 일상이 됐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정에서 지출하는 식료품비 중 외식비의 비중은 2000년대부터 꾸준히 절반에 가까운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외식은 우리 식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식생활 행태가 됐다. 넓은 의미의 외식인 배달음식 역시 코로나 유행 후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외식이 한국인의 주요 식단으로 들어왔는데, 여기엔 ‘어린이’를 위한 메뉴가 없다. 어린이들이 흔히 찾는 패스트푸드점 롯데리아에는 키즈메뉴가 없다. 맥도날드도 마찬가지다. ‘해피밀’이라고 해서 일반 햄버거에 감자·음료 사이즈만 작게 해서 장난감과 함께 판매하고 있다. 대표적인 패밀리레스토랑인 아웃백에는 과거 키즈메뉴가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 딜리버리 서비스에서도 키즈메뉴를 취급하지 않고 있다.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에서도 1인 가구를 위한 메뉴는 따로 있지만, 키즈메뉴는 없다.

전문가들은 외식이 일상화된 시대에 어린이를 위한 메뉴가 없어서, 어떤 메뉴를 골라도 어린이의 식사 질(質)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한다.

◇어떤 외식 메뉴 선택해도 식사의 질 ‘글쎄’

국내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 세트는 ‘햄버거 + 감자튀김 + 콜라’로 구성돼 있다. 패밀리레스토랑에서는 키즈메뉴가 따로 없는 곳이 대다수지만, 키즈메뉴가 있다고 해도 메인 메뉴에서는 스테이크, 파스타, 볶음밥 중에 하나를 선택하고, 음료류에서는 탄산음료나 아이스크림, 초코시럽 등이 첨가된 과당 음료를 선택하도록 구성했다. ‘양’에만 신경썼을 뿐 ‘질’에는 성인 메뉴와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를 담은 채소나 과일, 우유의 제공은 미흡했다.

미국 유명 패스트푸드점 ‘Silver Diner’에서는 2012년부터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사이드 메뉴에서 감자튀김과 탄산음료를 제외하고, 과일과 튀기지 않은 채소, 우유와 100% 과일주스를 제공하는 ‘더 건강한 어린이 메뉴 (healthier children's menu)’ 판매를 시행했다. 명지대 식품영양학과 이영미 교수는 “2년 후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더 건강한 어린이 메뉴’ 선택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탄산음료 대신 우유와 과일 주스를 선택하는 비율이 증가했고, 사이드 메뉴로 튀김류를 선택하는 비율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건강한 외식 메뉴를 만들어 놓으면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은 어린이를 위한 건강한 외식 메뉴가 없어 선택 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어린이 외식 영양 분석해보니

이영미 교수 연구팀은 최근 어린이 외식 메뉴의 질적 평가를 처음으로 시행하고, 한국영양학회지에 게재했다. 2016~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3~11세 306명의 외식 식사 패턴과 질을 살펴봤다. 그 결과, 식사 패턴은 밥 위주의 ‘밥 중심 패턴’과 면·피자·햄버거·육류 위주 ‘혼합식 패턴’으로 나뉘었다. 밥 중심 패턴은 전체 어린이의 53%를 차지했고, 혼합식 패턴은 47%를 차지했다. 연구팀은 "성인과 달리 어린이용 메뉴가 다양하지 않아 단순한 식사 패턴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어린이 외식의 질도 따져봤다. 식사 패턴과 상관없이 두 패턴 모두 단백질·나트륨은 2배 이상 과잉 섭취했고, 비타민A·칼슘은 부족하게 섭취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밥 중심 패턴은 단백질·티아민·나트륨 섭취량은 권장 섭취량 보다 많았고, 식이섬유·비타민A·비타민C·칼슘·칼륨 섭취량은 권장 섭취량의 절반 수준 이하로 적었다. 혼합식 패턴에서는 에너지·단백질·티아민·리보플라빈·나이아신·인·철·나트륨 섭취량이 권장 섭취량 보다 많았고, 비타민A·칼슘 섭취량은 권장 섭취량 보다 적었다. 연구팀은 밥 중심 패턴은 ‘전반적으로 영양소 섭취량이 부족한 식사’라고 평가했다. 반면에, 혼합식 패턴은 저탄수화물 고지방 음식들이 많아 ‘전반적으로 에너지 및 영양소 섭취량이 과다한 식사’로 평가했다.

◇어린이 외식, 단백질 과잉 섭취

해당 연구에서는 어린이들이 외식을 통해 단백질을 과잉섭취하고 있었는데, 밥 중심 외식 메뉴에서는 적정량의 2.28배, 혼합식 메뉴에서는 2.86배의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영미 교수는 “외식 메뉴는 구성 자체가 메인 메뉴 하나로 단순하고, 육류·햄버거 등 단백질 위주의 메뉴가 많다보니 단백질을 과잉 섭취하기 쉽다”며 “단백질은 꼭 필요한 영양소지만, 어린이가 과잉 섭취할 경우 성인이 돼서 비만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예상했던 대로 나트륨 섭취는 많았다. 어린이는 나트륨 충분 섭취량이 성인보다 낮기 때문에, 성인 위주의 외식 메뉴를 선택하면 그만큼 나트륨 과잉 섭취 위험이 높아진다.

한편, 두 그룹 모두 외식 메뉴에서 비타민 A와 칼슘을 부족하게 섭취했는데, 채소·과일군과 우유·유제품군의 섭취가 부족했던 것과 관련이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어린이용 메뉴 개발 시급

외식을 피할 수 없다면 어린이를 위한 건강 메뉴를 만들어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이영미 교수는 “어린이들의 외식 식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외식업체 측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한 어린이용 메뉴 개발을 하는 것이 시급하며, 정책적으로도 외식에서의 어린이용 메뉴에 대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어린이용 메뉴를 의무적으로 포함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어린이용 메뉴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신선한 과일을 필수로 포함시키도록 하고, 탄산음료가 아닌 우유 및 유제품을 필수로 구성하도록 하면 보다 균형잡힌 식품군 섭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지방의 비율을 줄이기 위해 사이드 메뉴에서 감자튀김과 같은 튀김류를 제한하는 방법이나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열량 구성비를 영양표시로 제시하되 적정 비율에 맞지 않을 경우 키즈메뉴로 등록할 수 없도록 하는 방법도 정책적 기준의 예로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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