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토화된 지구에서 7년 전 헤어진 여자친구를 만난다면
[장혜령 기자]
▲ 영화 <러브 앤 몬스터스> 포스터 |
ⓒ 넷플릭스 |
지구로 떨어지는 소행성을 격추시켜 종말을 막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이 생겼다. 소행성을 향해 무분별하게 쏜 로켓이 터지면서 하늘에는 해로운 성분이 분수처럼 휘날렸고, 이를 맞은 지구 생명체의 변이가 시작되었다. 소행성 충돌을 막아내고 7년, 그중에서도 파충류, 양서류, 연체동물, 곤충 등에만 돌연변이를 일으켜 거대 인간을 위협했다.
인류와 오래 공생했던 바퀴벌레가 몬스터가 돼 탱크로 잡아야 하는 처지가 된 것. 인류 5%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지하 벙커에 삼삼오오 모여들었고, 조엘(딜런 오브라이언)도 부모님을 잃고 사랑하는 여자친구 에이미(제시카 헨윅)와 헤어진 후 생존 벙커로 내려왔다.
이곳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연인을 만들었지만 조엘은 에이미를 그리워하며 7년이나 솔로로 살았다. 조엘은 최약체 중의 약체인 겁쟁이라 전투보다 요리를 주로 맡아 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리워하던 에이미와 무전에 성공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7년 만에 성사된 대화는 조엘을 고무시켰고,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몬스터가 가득한 바깥세상으로 나오게 됐다.
▲ 영화 <러브 앤 몬스터스> 스틸컷 |
ⓒ 넷플릭스 |
또 다시 길을 가던 중 위험에서 구해준 클라이드(마이클 루커)와 미노(아리아나 그린블랫). 두 사람은 정글의 법칙을 공짜로 전해주며 조엘을 각성하게 만든다. 조엘은 그들로부터 몬스터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밖에서 자고 먹고 해독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깨알 같은 정보를 두루 습득하게 된다.
초토화가 된 페어필드에서 살아남은 조엘의 과거는 클라이드와 미노에게 또 다른 용기가 되며 서로를 다독인다. 실수는 되도록 줄이는 게 좋지만, 탁월한 본능은 실수를 통해 배운다는 것도 배운다. 항상 무시당하기 일쑤였던 조엘이 처음으로 칭찬이라는 것을 듣게 되며 성장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일은 결코 무모함이 아닌, 그럴만한 가치가 있음을 깨닫는다.
마지막으로 만난 로봇 메이비스를 통해 삶의 의미와 지켜야 할 신념을 알게 된다. 로봇에게 위로받는 인간, 잊고 있던 감정과 관계를 되돌아보며 소박하지만 단단한 마음을 채워간다. 조엘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계속 부지하게 될수록, 더욱 에이미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한다.
▲ 영화 <러브 앤 몬스터스> 스틸컷 |
ⓒ 넷플릭스 |
영화 <러브 앤 몬스터스>는 <메이즈 러너> 시리즈로 스타로 떠오른 '딜런 오브라이언'의 색다른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메이즈 러너> 시리즈 이후 그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일까. 엉성한 캐릭터가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야생의 법칙을 전수하는 클라이드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욘두 역을 맡은 '마이클 루커'다. 맨얼굴이라 못 알아볼 수 있지만 특유의 목소리가 반갑기만 하다.
괴물의 사실적인 묘사뿐만 아니라, 퀘스트 깨듯 하나하나 격파해 나가는 주인공에 빙의해 성장하는 기분까지 느낄 수 있다. 킬링 타임으로 가볍게 즐기기에 나쁘지 않다. 괴물은 무조건 나쁘다고 규정하지 않는 점도 특징이다. 확실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주인공의 여정과 현실적인 마무리가 인상적이다.
멸망한 세상에서 단 하나의 사랑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서 만난 동물, 사람, 로봇과 관계 맺는 생존기를 지켜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또한 우리가 애써 박멸하려 했던 해충의 역습, 사람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생물에 대한 환경적 접근도 눈여겨볼 만하다. 예상되는 뻔한 전개, 사족처럼 느껴지는 불필요한 서사 따위는 없다. 로맨스, 모험, 성장, 판타지를 즐기고 싶다면 추천한다. 더불어 아포칼립스를 다루면서도, 한없이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유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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