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동철 칼럼]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1년은

2021. 5. 12.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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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 회복성 세계 선두권 고용 초라하나
경제성장률 등 경제 지표 비교적 양호
집값·전월세가 급등으로 주거 안정 약화시킨 건
대표적 실정… 주도 세력 위선과 독선도 문제
국정 장악력 떨어지는 임기 말 과욕 버리고
코로나19 종식과 민생 챙기는 데 역량 집중하길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과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을 통해 집권 4년에 대해 자평했다. 문 대통령의 평가에 대체로 공감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현실과 동떨어진 자화자찬이라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여권과 야권의 평가는 천양지차다. 정치적 이해를 바탕에 깔고 좋은 면만 보려하거나 무조건 깎아내리려는 목소리가 과잉이다보니 객관적 평가가 쉽지 않다.

전 세계의 가장 커다란 당면 과제인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문재인정부의 대응은 비교적 성공적이다. 최근 일주일간 신규 확진자가 하루 평균 570명대지만 방역과 의료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신 확보가 늦은 것은 비판 받아 마땅하지만 접종률이 방역 성패를 좌우하는 절대 기준은 아니다. 이스라엘, 미국, 영국 등 접종 모범국들은 집단면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대부분 방역 실패로 이미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미국 통신사 블룸버그가 인구 대비 확진자와 사망자, 치명률, 백신 1회 이상 접종비율, 봉쇄 강도, 경제성장률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근 발표한 코로나 회복성 순위에서 한국은 180여개국 가운데 6위였다. 우리는 뒤늦게나마 백신도 충분히 확보해 11월 집단면역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경제 분야도 그다지 비관적이지는 않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지난해와 올해 한국의 누적 경제성장률은 세계 선두권이다. 일자리 성적표가 초라하지만 코로나 위기 상황을 감안하고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결코 나쁜 성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고용보험 가입자 확대, 장애 등급제 폐지,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 등 사회안전망과 복지체계를 확충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한반도 평화 구축과 남북 관계 개선은 북·미 협상 교착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지만 절반의 성공은 되는 것 같다. 북핵과 미사일 위기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던 집권 초기와 비교하면 상황이 안정적이고 여전히 평화적 해결 가능성도 열려 있다.

부동산 문제는 문 대통령도 가장 아쉬운 점이라고 시인했을 정도로 현 정부의 아픈 분야다. 전월세와 집값 급등으로 무주택 서민들의 부담이 늘고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다. 선거 이후 여권이 부동산 정책에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분노하는 지점을 정확하게 포착해 해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1주택 실소유자나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될 대책은 필요하겠지만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경감은 조세 형평을 해치고 시장 안정에도 역효과를 낼 수 있어 심사숙고해야 한다. 부동산 대책은 몇 년이 지나서 효과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4·7 재보선 여당 참패의 주요 원인으로 부동산 문제와 백신 조기 확보 실패를 꼽는 이들이 많지만 정권 주도 세력의 내로남불식 위선과 독선에서 원인을 찾는 이들도 그에 못지 않다.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잇단 성추행 사건은 민주당의 도덕적 우월성 주장이 설 자리를 잃게 만들었다. 사건 그 자체도 충격이었지만 사후 민주당의 안이한 대응은 더더욱 실망스러웠다. 위안부 운동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도 민주당 방패 뒤로 숨은 윤미향 의원 사태, 공정의 가치를 훼손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원칙을 저버리고 표만 좇은 가덕도신공항특별법 처리와 토목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남발, 검찰을 길들이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여권의 거친 대응, 무원칙한 낙하산 인사, 겉으론 공정과 정의를 떠들면서 제 이익은 고스란히 챙겨온 고위공직자들의 위선에 국민들은 등을 돌렸다. 과거 정부의 흠결은 적폐로 몰아붙이고는 제 편의 허물, 불공정은 대수롭지 않다며 변명하기 급급한 행태에 이 정부나 과거 정부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된 이들이 허다할 거다. “문재인정부의 중심 세력인 86세대가 관념적으로 진보지만 실제 삶은 그렇지 않았다”는 박명림 연세대 교수의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남은 임기는 1년뿐이다. 하산길이 더 위험하고 마무리가 더 중요하다. 임기 말 국정 장악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국정 운영을 코로나19를 종식하고 민생, 특히 취약계층을 챙기는 데 집중하길 바란다. 내 편에는 더 엄격해져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과연 어떤 정부로 기억될까. 남은 1년에 답이 숨어 있을 것이다.

라동철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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