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기초과학과 백신 선진국

2021. 5. 12.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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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최근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 여부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면, 지재권 면제가 이뤄져도 빠른 시일 내에 복제 백신이 생산되는 것은 어렵다.

이번에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나라는 대부분 기초과학이 튼튼한 미국과 서유럽 국가다(중국 시노팜은 효과 논란이 있어 예외로 한다). 특히 안전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의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는 미국과 독일이 개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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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규엽 국제부장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최근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 여부다. 백신 지재권이 면제되면 제약사의 특허권 행사가 정지돼 복제약 생산이 허용된다. 이럴 경우 심각한 백신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나라에도 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많은 백신 부족 국가들이 이를 요구하고 있다.

이달 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백신에 대한 지재권 면제 지지 의사를 밝힌 후 이 문제는 쉽게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독일과 유럽연합(EU)이 지재권 면제에 반기를 들었고, 미국 제약사 화이자도 바이든 행정부의 구상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많은 나라들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반대 국가들에 압력을 넣고 있기에 지재권 면제가 실제 이뤄질 수도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면, 지재권 면제가 이뤄져도 빠른 시일 내에 복제 백신이 생산되는 것은 어렵다. 제약사의 기술 이전 도움과 백신 제조에 필요한 설비 및 원료 확보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지재권 면제 이슈를 바라보면서 진정한 선진국이 무엇인가를 곱씹게 된다. 바로 기초과학이 튼튼한 국가다. 이번에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나라는 대부분 기초과학이 튼튼한 미국과 서유럽 국가다(중국 시노팜은 효과 논란이 있어 예외로 한다). 특히 안전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의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는 미국과 독일이 개발한 것이다. 일본도 연내에 자국 백신을 생산한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백신 개발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고, 국내총생산(GDP)에서 세계 10위권이지만 기초과학 분야에서 그다지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의학·물리학·화학 등 기초과학과 관련된 노벨상을 아직 단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다. 일본이 기초과학 부문에서 수상자가 21명이나 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도 좋지 않다. 2019년 정부 연구개발(R&D) 통계에 따르면 수학 물리 화학 등 5대 기초과학 투자액은 2조3774억원으로 2015년(2조4738억원)보다 오히려 4% 줄었다.

지원도 줄어들고 대우도 박하다 보니 기초과학 학문을 포기하는 젊은이들도 많다. 일례로 2008년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된 이소연씨는 몇 년 후 항공우주연구원을 퇴사하고 기초과학과 그다지 관련이 없는 MBA(경영대학원) 과정을 밟기 위해 미국으로 갔다.

현실적 문제도 있다. 소위 기초과학이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기초과학을 전공하는 것보다 의사가 되는 것을 선호한다. 국내 사교육 1번지인 서울 대치동 학원가로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의 주 소망은 ‘자식 의사 만들기’다. 기자가 대학을 다니던 1990년대 초 학력고사 점수가 가장 높은 이과 학생들이 가는 과는 물리학과였다. 하지만 지금은 의대다. 서울대 일반 학과를 나온 한 지인은 “내 동생이 나보다 점수가 낮아 지방대 의대를 갔는데 30년이 지난 현재 가족 중에서 의사 동생이 제일 돈을 많이 번다”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우리 기초과학이 다른 선진국처럼 튼튼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그랬다면 외국 백신 공급 소식을 눈이 빠지도록 살펴볼 필요도 없고, 우리의 타임라인으로 코로나19를 제어할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진정한 선진국의 조건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바로 기초과학이 탄탄해 그 사회의 내구성과 회복력이 좋은 국가다. 우리도 쉽지 않지만 그 길로 가야 한다.

모규엽 국제부장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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