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상황 내몰렸던 피해 학생들.."탄원서 요구 2차 가해"

윤근혁 2021. 5. 11.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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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고발했다가 해당 교사와 교사 부인의 부탁을 받고 탄원서를 써주는 등 태도를 바꾼 전북 부안지역 중학교 여학생들이 극단적 상황에 내몰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여성-교육단체들은 "가해 교사와 유가족이 피해학생들에게 탄원서 작성을 요청한 것 자체가 명백한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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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상담일지에 탄원서 작성 후 심리적 고통 호소.. "나도 모르게 기차철길 걸어"

[윤근혁 기자]

'교사의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고발했다가 해당 교사와 교사 부인의 부탁을 받고 탄원서를 써주는 등 태도를 바꾼 전북 부안지역 중학교 여학생들이 극단적 상황에 내몰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여성-교육단체들은 "가해 교사와 유가족이 피해학생들에게 탄원서 작성을 요청한 것 자체가 명백한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학생들과 신체접촉 신빙성 높아"...자살 교사 유족 손배 기각 http://omn.kr/1t4qn)

"학생들 진술, 거짓이 아니었음이 판결 통해 드러나" 

성평등한청소년인권실현을위한전북시민연대, 전교조 여성위, 전북평화와인권연대 등 32개 여성·교육단체들은 11일 성명을 내고 "교사 유가족이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기각 판결을 환영한다"면서 "2017년 피해학생들의 신고 이후 온갖 2차 피해와 괴롭힘의 시간 4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학생들의 진술이 거짓이 아니었음이 이번 판결을 통해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4월 28일 전주지법 정읍지원은 '여자 중학생들에 대한 부적절한 신체접촉과 체벌' 의혹을 받다가 징계를 앞두고 2017년 8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북 부안지역 A중학교 교사 B씨의 유족이 낸 손해배상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전북교육청이) 피해 여학생들의 1차 진술서를 신뢰한 것에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피고들(김승환 교육감 등)의 B씨에 대한 조사 개시 및 과정, 절차, 판단 및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위법행위라는 점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들(유족들)의 청구는 모두 기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1, 2차 진술서와 달리 내용이 바뀐 3차 진술서와 탄원서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3차 진술서와 관련 "B씨가 사과하자 (피해 학생들이) 이를 받아들여 용서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탄원서는 B씨의 신체접촉, 체벌 여부에 관한 증거가치가 크지 않다"고도 했다.
 
 판결문에 나온 E학생의 심리상담일지.
ⓒ 전주지법
 
 판결문에 나온 D학생의 심리상담일지.
ⓒ 전주지법
 
진술을 바꾼 피해 학생들은 극단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해당 판결문에 나온 전문 심리상담기관의 피해 학생 상담일지는 이런 상황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 상담일지는 심리상담사가 피해 학생 3명을 2018년 8월부터 6개월간 15번씩에 걸쳐 상담한 뒤 적어놓은 내용이다. 

"아이들이 받은 부당함에 자신이 당한 일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자신들이 선생님을 죽인 것처럼 (기자 등이) 표현해서 매우 괴롭다고 함. 기차철로로 걸어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 일에 대해 이야기하며 눈물을 보임. 가끔 죽고 싶을 때가 있다고 하며 잠을 잘 자지 못한다고 고백함."(C학생 상담일지)

"처음 자신들이 쓴 진술서가 진실이고 그 다음 탄원서는 사모님(B교사 부인)과 선생님(B교사)이 자꾸만 써달라고 부탁해서 써준 것인데 기자들은 알지도 못하고 기사를 쓴다고 말함. 거짓말을 한 것처럼 된 것에 대해 많이 속상해 함."(D학생 상담일지)

"탄원서를 써준 것은 선생님과 사모님이 우리들을 불러서 부탁하시고 옆에서 지켜보고 계셔서 어쩔 수 없이 쓴 것이지, 선생님이 잘못이 없어서가 아니라고 함. 기자들로 인해 상처받음."(E학생 상담일지)

"언론과 일부 시민단체가 강요된 탄원서 공개, 사실 호도"

이처럼 탄원서를 요구한 행위에 대해 여성-교육단체들은 성명에서 "가해 교사와 유가족이 피해학생들에게 탄원서 작성을 요청한 것 자체가 명백한 2차 가해이며 폭력"이라면서 "언론과 일부 시민단체는 강요에 의해 작성한 학생들의 탄원서를 공개하고 사실을 호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성-교육단체들은 "'교사를 죽음으로 내 몬' 비난과 자책에 고통 받아 온 학생들의 2차 피해는 과연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고 되물었다.

한편, B교사 유족의 변호인은 지난 10일 KBS전주에 "법원이 전북교육청 입장만 반영하는 등 법리를 오해했다"면서 "항소이유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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