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무서운 건 달랑과 소년병" 교민들이 전하는 미얀마

황윤태 2021. 5. 1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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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쿠테타 후 11일(현지시간)로 100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군부의 행동을 규탄하는 미얀마 시민들의 외침은 꺾이지 않고 있다.

현지에 있거나 최근까지 있었던 교민들은 하나같이 군부의 감시와 통제가 심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일보는 이날 미얀마 군부 쿠데타 100일을 맞아 익명을 요구한 현지교민 2명과 연락이 닿았다.

최근 현지 시민들 사이에선 군부를 음양으로 돕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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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트럭이 미얀마 양곤 인근의 한 관공서 앞을 지나고 있다. 트럭에 탄 시민들은 군부 쿠테타에 대한 저항을 상징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11일은 미얀마 군부 쿠테타가 발생한 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현지 교민들은 아직도 미얀마에서는 군부 쿠테타 종식을 바라는 시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현지교민 제공

미얀마 군부 쿠테타 후 11일(현지시간)로 100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군부의 행동을 규탄하는 미얀마 시민들의 외침은 꺾이지 않고 있다. 현지에 있거나 최근까지 있었던 교민들은 하나같이 군부의 감시와 통제가 심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군부가 해외에 저항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해 외국인들에게도 검문 등을 강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국민일보는 이날 미얀마 군부 쿠데타 100일을 맞아 익명을 요구한 현지교민 2명과 연락이 닿았다. 이들은 최근 군부의 진압이 강경해지면서 거리 시위 규모가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 인근에서 사업을 하다 최근 귀국한 A씨는 “시위가 한창 일어날 때는 밤 9시까지 계속 소리가 들렸지만 군부가 인터넷을 끊고 주동자를 색출하고, 우기가 겹치면서 규모가 줄어들었다”면서 “주민들 사이에 ‘달랑’이라고 부르는 프락치도 있어 서로를 믿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군부 쿠테타에 반대하는 미얀마 시민들이 양곤 인근 도시의 한 거리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시위하고 있다. 초창기 대부분 평화적으로 시위했던 시민들은 군부의 잔인한 진압이 이어지며 무장을 준비하고 있다. 현지교민 제공

국제사회의 공분을 부르고 있는 군부의 잔인한 진압은 악명 높은 부대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미얀마군에는 10대 때부터 외부와 단절한 채 훈련만 받은 ‘소년병’ 부대가 있는데, 최근 시위에 나왔다가 잔인하게 살해되거나 성폭행을 당한 사례들의 경우 가해자가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A씨는 “소년 출신 병사들로 이뤄진 ‘33부대’ 등이 대규모 시위 진압의 선봉에 선다”며 “시민들은 ‘오늘은 파란색 옷을 입고 시위하자’는 식의 평화적인 시위를 하는데 군부는 이들을 총으로 겁박하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어 “시민들이 무장하더라도 소수민족과의 전투로 끊임없이 실전 경험을 쌓은 군부를 물적·질적으로 압도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미얀마 시민들이 양곤에 있는 유엔 사무소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교민들은 최근 젊은 대학생을 중심으로 미얀마에서는 반중 감정이 격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교민 제공

최근 현지 시민들 사이에선 군부를 음양으로 돕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반대로 민주화를 이뤄낸 한국에는 동질감을 느낀다고 했다. 양곤 도심에 있는 교민 B씨는 “청년들이 ‘중국이 군부를 뒤에서 도우니 군부가 국민을 저버렸다’는 말을 한다”고 전했다. A씨는 “가족들이 재래시장으로 장을 보러 가면 시민들이 몰려와 ‘중국인이냐’며 묻곤 한다”면서 “한국인이라고 대답하면 환하게 웃는데, 항상 ‘(투쟁에) 동조하는 나라’라고 말한다”고 소개했다.

미얀마 시민들의 투쟁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군부의 검문도 강화되고 있다. 지난달엔 군인들이 한국교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나타났다고 한다. A씨는 “군인들이 밤에 들이닥쳐 스마트폰을 가져갔다가 다음날 돌려줬다”면서 “시위 장면을 찍은 사진이나 동조하는 글귀가 스마트폰에 있으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에 대한 신분 요구도 강화되고 있다. 미얀마 정부는 현지에 있는 사업비자 소지자들에게 신분증과 사업비자 촬영을 요구했다. 최근까지 체류했던 외국인들에게도 메일을 보내 같은 요구를 했다. A씨는 “정부를 장악한 군부가 미얀마 소식이 해외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미얀마에는 교민들이 일부 남아있다. 이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전세기 등을 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교민들도 어려운 환경이지만 한국에 터전이 아무것도 없어 선뜻 정부 전세기를 타기보다는 끝까지 버텨보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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