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아이, 고요한 세상을 살아가는 법

장혜령 2021. 5. 1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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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 손끝으로 전하는 사랑의 말

[장혜령 기자]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포스터
ⓒ (주)파인스토리
 
가족이란 무엇일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타인과도 가족이라 말할 수 있을까. 점차 복잡해지고 빨라지는 현대사회 속 이제는 혈연을 기반으로 한 가족만을 가족이라 정의하기란 부족하다. 가족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싶은 일이 비일비재할뿐더러 오히려 타인의 존중과 배려가 더 가깝게 느껴지는 일도 많아지니까 말이다. 가족에 대한 시선과 인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아이 은혜(정서연)가 어느 날 아빠라는 사람 재식(진구)을 만나며 따뜻한 변화를 맞이하는 이야기다. 은혜는 세상이 서툴고 재식은 관계에 서툴렀지만 서로 좋은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성장하고 가족이 되어간다.
 
처음 만나는 세상, 눈이 되어준 사람

작은 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는 재식은 갑작스러운 직원의 죽음으로 장례 비용과 빌린 돈을 받으려고 직원의 집을 찾는다. 하지만 몇 번의 초인종을 눌러도 대답 없는 어두컴컴한 집, 문이 열려 있어 들어가 보니 어린아이가 있었다. 아이의 상태를 살피던 재식은 조금 다른 아이임을 알게 된다. 이때 마침 집 계약이 끝나 찾아온 집주인과 맞닥트리며 딱한 사정을 자세히 듣게 된다.

재식은 처음에는 돈을 목적으로 접근했지만 점차 은혜와 가까워지면서 마음을 이어간다. 돈을 빼돌리려는 목적으로 가짜 아빠 행세를 하지만 순수한 아이로 인해 마침내 변화를 맞이한다. 재식과 은혜는 보이지 않는 벽을 넘어 진심을 나눈다. 팍팍한 현실 속 아직도 살만한 세상임을 몸소 보여준다.

시청각장애를 향한 관심 촉구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 스틸컷
ⓒ (주)파인스토리
 
영화는 국내 최초 시청각 장애를 소재로 했다. 시청각 장애로 소통의 어려움을 알리고 관련 법에 관한 관심을 유도했다. 지금 당장 나와 상관없다고 여겼더라도 은혜와 같은 상황을 매일 겪는다면 어떨까 한 번쯤 자각하게 만든다. 영화를 통해 타인의 어려움을 공감해보는 시간이 되어준다.

우리나라는 특히 헬렌 켈러처럼 여러 장애를 가진 장애인을 위한 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대한민국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에는 총 15가지 장애 유형만 규정되어 있다.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앓고 있는 시청각 장애는 15가지 유형에는 없는 새로운 유형이지만 관련 제도 미비로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영화 속에서는 특수학교 수업을 참관하는 재식과 은혜를 통해 이런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시각장애 수업에서는 음성 수업을 하고 청각장애 수업에서는 수어로 수업을 하지만 은혜는 그 어느 수업도 참여할 수 없었다. 재식은 이에 대한 불만과 어려움을 교육기관에 토로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법이 그렇다는 말뿐이었다.

은혜가 느끼는 세상은 침묵과 어둠이 전부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고요한 세상을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사형 선고나 다름없을 것이다. 이에 재식은 은혜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세상을 위해 손끝으로 언어를 전달한다. 자음과 모음 블록을 만지고 익혀 촉각으로 언어를 익히도록 유도했다. 손바닥을 이용해 손가락으로 한글자 한글자 정성껏 써가며 글을 가르쳐 준다.

또한 은혜가 좁은 방구석을 떠나 더 넓은 세상을 배우길 응원하는 동행인이 되어준다. 급작스럽게 떠난 시골 여행은 두 사람에게 또 다른 전환점이 된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곳에서 낯설지만 신비로운 자연을 온몸으로 겪으며 탐색해 나간다.

두 배우의 꽁냥꽁냥... 부녀 케미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 스틸컷
ⓒ (주)파인스토리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마법은 일곱 살 은혜를 연기한 아역 정서연이다. 눈이 보이지 않고 귀가 들리지 않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의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어린 나이임에도 대사 한마디 없이 칭얼거리는 음성과 고사리 같은 손으로 써 내려가는 언어, 작은 발로 더듬더듬 걸어 나가는 발걸음이 여느 성인 연기자 못지않게 자연스러웠다.

누구 하나 돌보는 건 고사하고 자기 몸 하나 돌보지 못하던 재식과의 호흡 또한 관전 포인트다. 서로 진짜 부녀 사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완벽한 케미를 이루며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흐뭇한 미소를 품도록 유도한다. 서툴지만 진정성 있는 캐릭터를 연기한 진구는 퉁명스러우면서도 따듯한 부성애를 보여주며 힐링의 시간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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