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에 이렇게나 멋진 명소가 있었다니!
[권성권 기자]
▲ 무안군오승우미술관 무안군오승우미술관입구 앞 전경. |
ⓒ 권성권 |
9일 오후 무안군오승우미술관, 초의선사 탄생지 그리고 그 둘레에 있는 카페 한 곳을 다녀왔다. 세 곳 모두 한 지점 안에 자리하고 있어서 여행지로 삼아도 손색이 없을 곳이었다. 무안군 삼향읍 왕산리에 자리하고 있고, 목포역에서 택시로 20분이면 족한 거리였다.
▲ 무안군오승우미술관 무안군오승우미술관 1층 1전시. |
ⓒ 권성권 |
▲ 무안군오승우미술관 무안군오승우미술관 3전시. 강연균 화백의 '자화상'이다. |
ⓒ 권성권 |
1925년 오지호는 도쿄 미술학교의 서양학과 후지시마 다케지 교실에 들어갔다. 1932년 유학을 마친 그는 1935년부터 경성제일고보에서 교편을 잡았다. 광복 후에는 화단의 분열로, 1948년 광주로 내려와 조선대학교에서 10년간 후학을 길렀다.
그렇다면 오지호 화백은 도쿄미술대학의 스승 후지시마 다케지의 일본식 인상파 화법을 따른 걸까? 그렇지 않다. 그는 조선후기 전라도의 남종화 경향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추사 김정희의 제자 소치 허련이 김정희가 떠난 후에 새로운 그림 세계를 선보인 것처럼. 허련은 원나라 화풍의 중국식 남종화보다 조선식 남종화에 몰두했던 것이다. 그런 허련의 그림 세계는 아들 허형에게서 그 아들 허건에게로, 또 방계 후손 허백련에게로 이어졌다.
▲ 무안군오승우미술관 무안군오승우미술관 3전시. 정선휘 작가의 '삶속에서' 그리고 '길따라...' |
ⓒ 권성권 |
그렇다면 왜 무안군이 오승우 화백을 품은 걸까? 그가 평생 그린 작품 가운데 180여 점을 무안군에 기증한 까닭이다. 왜 하필 무안에 기증한 걸까? 무안은 오승우 화백이 내다 본 화단의 혈관자리였기 때문이다.
남도의 다양한 작가들이 예술적 행보를 할 수 있는 곳으로 내다본 게 그거다. 그만큼 그의 예술적 행보가 무안에까지 깊이 영향을 미친 것이었다. 2003년 무안군에서 오승우 화백의 작품기증 의사로 미술관 건립을 추진한 것도 그런 연유였다.
무안군오승우미술관은 무슨 작품을 전시하고 있을까? 무안군오승우미술관은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지금까지 53회의 기획전과 초대전을 개최하여 남도의 문화예술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전시관은 1부와 2부와 3부로 나뉘어 있다. 그 중 1부와 2부는 상설전시관 개념이다. 1부는 '오지호의 그림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195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미술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 오승우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2부는 '오지호와 오승우의 대화'를 보여주고 있다. 오지호와 오승우의 작품을 비교하면서 두 거장의 그림 세계를 감상토록 돕고 있는 것이다. 두 작가가 대화하듯이 제작한 원효사의 탱화를 비롯해 유럽과 남미의 풍광 작품은 독특한 눈길을 끈다.
3부는 기획전시관이다. 2018년 9월엔 <붉은 땅, 푸른 강, 검은 갯벌 – 무안 문화의 원류>를 열었다. 17명의 작가와 함께한 '무안 그리기 프로젝트'를 선 보인 것이다. 2020년 4월엔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초대전을 열었다. 이매리 작가의 〈개인과 집단의 기억에 대한 제례와 시적 윤리〉를 보여준 것이다.
2020년 올해는 〈남도구상화단의 脈〉이라는 주제로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해방 직후 일본 유학파 1세대 서양화가부터 6, 70년대의 2세대 서양화가 그리고 현대 작가에 이르기까지 남도구상화단의 흐름을 아카이브 전시와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무안군오승우미술관 무안군오승우미술관. 개관 10주년〈남도구상화단의 脈〉전시 |
ⓒ 무안군오승우미술관 |
더욱이 지역미술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자 1958년 결성된 목포의 10대전 자료도 흥미롭다. 또한 목우회를 구심점으로 한 구상화단의 공통된 특성과 개성파들, 오병욱 송필용 등의 두툼하면서도 기운찬 화폭들, 남도 서정과 감흥을 시적 형상으로 녹여낸 정선휘 박성완 등의 색감과 필치의 맛을 고루 만날 수 있다.
▲ 초의선사 탄생지 초의선사 탄생지. 초가모습 |
ⓒ 권성권 |
두 번째로 들른 곳이 초의선사 탄생지다. 무안군오승우미술관 바로 위쪽에 자리잡고 있다. 초의선사는 조선 후기 침체된 당시의 불교계에 새로운 선풍을 일으킨 선승(禪僧)으로 유명하다. 더욱이 명맥만 유지해오던 한국의 다도를 중흥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 초의선사 탄생지 조선차역사박물관 |
ⓒ 권성권 |
어디 그뿐이랴? 깊고도 명징한 시와 서와 화를 남겨 한국문화를 널리 알린 인물이다. 그런 그가 1786년 삼향읍 왕산리 바로 이곳에서 태어난 것이었다. 물론 15살 때 나주시 남평에 있는 운흥사로 출가했고, 19살엔 영암 월출산에서 보름달을 보다가 큰 깨달음을 얻어 선승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강진에 유배 중인 다산(茶山) 정약용으로부터 유학과 시문을 배운 것으로 알려 있다. 더욱이 다산초당에 맷돌과 화로 등 제다 도구를 갖추고 차를 자급자족한 다산에게서 차를 배운 것으로 전해진다.
▲ 커피정원 커피콩을 볶아서 파는 커피 정원. 보는 것만으로도 운치가 있다. 저 뒤쪽 장미꽃 아치문 너머로, 목포 앞바다가 보인다. 해질 녁 노을이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
ⓒ 권성권 |
세 번째로 들른 곳은 그 언덕 아래에 위치한 커피 정원이었다. 커피콩을 볶아주는 로스팅 카페였다. 본래 그곳에 들릴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내려오는 길목에 왠지 궁금할 것 같은 생각에 들어간 것이다. 그랬더니 아주 이색적인 카페였음을 알게 됐다.
▲ 커피정원 커피를 파는 카페 안의 장식품들. 스티브잡스 피큐어다. 커피집 안에 이런 멋진 장신구를 갖춰놓고 있다니. 저 뒤로 오래된 축음기들이 잔뜩 설치돼 있다. 모두가 작동되는 것들이란다. |
ⓒ 권성권 |
뭐가 특이했을까? 여러 희귀한 소품들을 두루두루 갖춰놓고 있었다. 잔도 그렇고 그릇도 너무나 다양한 게 많았다. 마윈, 스티브 잡스, 그리고 또 한 사람의 동상 같은 피큐어도 장식해 놓았다. 더욱이 아주 오래된 LP판 레코드가 돌아가고 있었다. 거기서 흘러나오는 축음기 소리에 넋이 빠질 지경이었다.
▲ 커피 정원 커피를 파는 정원 카페다. 그런데 희귀한 장식품들도 잔뜩 진열해 놓고 있다. 커피 맛을 못 본 게 억울했다. |
ⓒ 권성권 |
카페 주인장은 그곳 커피가 너무나 맛있다고 자랑을 했다. 둘이 마시다가 한 사람이 잠들어도 모를 정도라 한다. 자화자찬이 너무 심하지 않았나 싶었다. 그런데 이를 어쩌랴? 주일 저녁이라 문을 닫고 쉬어야 할 판이라니!
목포역에서 20분 거리에 위치한 무안군 삼향읍 왕산리 주변 일대. 그곳에 무안군오승우미술관, 바로 위쪽에 초의선사 탄생지, 그리고 그 멋진 커피 정원이 있다. 바람을 쐬고 싶다면 그곳을 둘러보며 마음에 여유를 가져도 좋을 것 같다. 그렇다면 분명히 적지 않은 탄성을 자아낼 것이다. 무안에 이렇게나 멋진 명소가 있었다니, 하면서.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고소득자 쥐어짜는 세금? '한국경제'가 감춘 진실
- 성범죄 저질러도 '군인'은 ○○ 면제? 기막힌 특혜 조항
-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 위한 '강서 어벤져스' 활약, 놀라워"
- "공매도 세력, 아직 날카로운 발톱 숨기고 있을 뿐"
- 다음 팬데믹은 아마존? 심상치 않은 징후들
- 50일의 약속... 문 대통령이 '일상회복' 호언장담한 이유
- 여자프로골퍼 KLPGA 212번, 농사 짓고 있습니다
- '표창장 위조 PC' 놓고 정경심 "동양대 있었다" vs. 검찰 "근거 없다"
- "울산 백신접종률 꼴찌 수준" 보도가 알려주지 않은 사실
- 공수처 1호 사건... '조희연 해직교사 특채' 의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