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회 백상] "믿고 보는 배우들"..스크린 최고의 주인공은 누구

박정선 2021. 5. 1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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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회 백상]

두 배의 박수를 받아야 하는 배우들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운 시기에도 어렵게 관객을 만나 작품으로 소통한 이들이다. 57회 백상예술대상 최우수 연기상 후보에 오른 10인의 배우 모두 이 박수의 주인공이다. 남자 최우수 연기상 부문의 경우 '자산어보(이준익 감독)'의 두 주인공 모두 후보에 올랐다. 그리고 백상예술대상의 단골들이 대거 포진했다. 여자 최우수 연기상은 신예와 베테랑이 조화롭게 노미네이트돼 아름다운 경쟁을 펼친다. 새로운 얼굴이 주인공이 될지, 믿고 보는 얼굴이 트로피를 추가하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어떤 수상의 결과가 나오든 이들은 모두 지난 한 해를 멋지게 빛낸 최고의 주인공들이다.

치열한 논의 끝에 선정된 10인의 주인공 가운데, 백상의 밤을 만끽할 주인공은 누구일까. 5월 13일 오후 9시부터 JTBC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57회 백상예술대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는 작년에 이어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무관중으로 치러진다.

후보 최다 배출 '자산어보'·백상의 명품 단골들

'자산어보'로 한층 더 성장한 배우 변요한이 올해 백상 남자 최우수 연기상 후보에 올랐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흑백 영화에 도전했다는 그는 색채에 기댈 수 없기에 더욱 섬세한 표정과 눈빛으로 연기했다. 이 작품을 통해 스크린에 4년 만에 복귀, 짧지 않은 공백기를 무색하게 만든 활약을 펼쳤다. 변요한이라는 배우의 진가를 제대로 입증했다.

변요한이 처음으로 흑백 영화에 도전했다면, 설경구는 '자산어보'로 데뷔 후 처음 사극 그리고 흑백 영화에 도전했다. 장르가 바뀐다고 설경구가 아닐 리는 없었다. 도포를 입고 갓을 쓴 그는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기대보다 더 톡톡히 이름값을 했다. 역사 속에 존재하던 정약전이라는 인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2021년 바로 지금 살아 숨 쉬게 만들었다.

유아인은 백상의 단골이지만, 올해는 더 특별한 작품으로 백상을 찾아온다. 그 또한 '최초'에 도전했기 때문. 영화 '소리도 없이(홍의정 감독)'에서 대사가 한 마디도 없는 역할을 맡으며 한계 없는 연기 내공을 보여줬다. 대사가 사라지고 비언어적 표현에 집중했더니 연기력을 더욱 정확히 드러냈다. 이미 최고의 배우이지만,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홍원찬 감독)'는 이정재에게 맞춤으로 짜인 무대였다. 장르적 쾌감을 최대한 끌어올린 이 작품에서 관객의 시각과 청각을 장악했다. '관상'의 수양대군, '암살'의 염석진 등 시간이 지나도 회자되는 인생 캐릭터를 이미 여럿 가진 이정재.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레이로 인생 캐릭터 목록에 한 줄을 또 추가했다.

조진웅은 몽환적인 작품 '사라진 시간(정진영 감독)'을 관객이 더욱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명확하게 만든 일등 공신이다. 처음엔 날카로운 눈빛으로 압도하고, 이후엔 떨리는 눈빛으로 미스터리를 선사했다. 영화가 담고 있는 철학적 질문까지 던지는 쉽지 않은 임무까지 완수했다. 명품 배우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은 활약을 펼쳐 보였다.

백상예술대상

여성 영화인의 활약…신예VS베테랑

여성 영화인의 활약이 돋보였던 지난 한 해, 이 흐름의 한 가운데에 고아성이 있다. 여성 후배들과 호흡을 맞추며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종필 감독)'을 훌륭하게 이끌었다. 사랑스러운 연기로 사회적 메시지와 상업 영화의 틀, 두 가지를 잘 섞이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55회 백상에서 영화 '항거' 속 유관순 열사 역할로 최우수 연기상 후보에 올랐던 그는 2년 만에 180도 달라진 새로운 얼굴로 변신해 백상을 찾는다.

김혜수라는 베테랑 배우의 가치에 더 보탤 것이 있을까. 영화 '내가 죽던 날(박지완 감독)'을 통해 김혜수는 이 물음에 답했다. 더 보여줄 것이 남았다고. 잔잔하게 흘러가는 '내가 죽던 날'에서 휘몰아치는 인물의 내면을 잘 버무려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특별한 사건 없이 감정 연기만으로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에 성공했다. 말미엔 따뜻한 위로까지 선물했다. 116분의 시간을 뚝심 있게 끌고 나간 김혜수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죽던 날'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세 자매(이승원 감독)'는 참 묘한 영화다. 가정 폭력과 가족애를 동시에 담아내며, 처절하고 끔찍한데 또 한편으론 장난기가 넘친다. '세 자매'의 주인공 문소리는 능청스러운 모습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리얼한 생활 연기로 관객을 '세 자매'의 세계관 속 깊은 곳으로 안내하기도 했다. 독특한 영화, 쉽지 않은 연기,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해냈다. 여성 영화인의 활약을 선도하고 있는 그는 백상 트로피를 받을 자격이 충분한 배우다.

베테랑 배우 예수정은 신예의 도전 정신까지 갖췄다. 노인 성폭력 피해를 소재로 한 영화 '69세(임선애 감독)'를 통해 아무나 할 수 없는 역할과 연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과거 신스틸러로 불리던 그는 '69세'에서 선보인 열연으로 신이 아닌 영화 한 편을 모두 '스틸'했다. 특유의 백발 헤어스타일, 깊게 내려앉은 눈빛, 앙다문 입술만으로도 '69세'가 가진 진짜 가치를 전달할 수 있었다.

데뷔작 '버닝'으로 등장했을 때 전종서는 '이창동 감독의 뮤즈'로 불렸다. 거장 이창동의 이름은 한동안 그를 따라다닐 것이라 예상됐다. 그러나 전종서는 두 번째 영화 '콜(이충현 감독)'로 단숨에 이름 세 글자를 강렬하게 각인시켰다. 전에 없던 여성 살인마 캐릭터를 무시무시한 연기력으로 창조했다. 파격적이며 섹시했고 묘한 에너지가 넘쳤다. 전종서는 명실상부 최근 한국 영화계가 발견한 최고의 신예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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