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송유관, 랜섬웨어 공격에 스톱..유가 오를 우려
동부해안 석유 운송량 45% 차지
"5~6일 중단 땐 공급 부족 심화"
미국 최대의 송유관 운영사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멈춰섰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송유관 재가동을 위한 회사 측의 노력에도 아직 사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유가 폭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은 8일 성명을 내고 “하루 전에 사이버 공격을 받은 것을 인지했다”며 “우리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모든 송유관 운영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번 사이버 공격에서 랜섬웨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랜섬웨어는 컴퓨터 시스템에 침투해 주요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차단한 뒤 몸값을 요구하는 악성 프로그램이다. 노테데임대 경영대학원의 마이크 채플 교수는 로이터 통신에 “렌섬웨어가 송유관 관리 시스템에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은 이 공격이 대단히 정밀했거나 사이버 보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송유관이 사이버 공격을 받자 현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송유관 가동을 중단하면 필수 시설 운영을 포함해 미 동부지역 주민 생활에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유가가 폭등할 우려도 있다. 실제로 2017년 대형 허리케인 하비가 휴스턴을 비롯한 텍사스 지역을 강타하면서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일시 가동을 중단하자 유가가 치솟은 적이 있다.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은 석유 운송사로 길이 8850㎞의 송유관을 가동해 남부 멕시코 만에 밀집한 정유 시설에서 생산한 완제품을 텍사스 주에서 동북부 뉴욕 주까지 매일 250만 배럴씩 운송해왔다. 이는 미 동부 해안지역 전체에서 운송되는 석유의 약 45% 수준이다. 이 회사가 취급하는 제품은 항공유부터 자동차 휘발유와 디젤유까지 다양하다.
이번 송유관 가동 중단 사태에 대해 석유 애널리스트인 앤디 리포는 로이터 통신에 “하루나 이틀 동안 작동을 멈춘다면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5~6일간 운영을 중단하면 앨라배마 주와 워싱턴 지역에서 공급 부족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사이버 보안·인프라스트럭처보안국 등이 사건을 조사 중이지만 아직 이번 공격의 배후는 드러나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은 업계 소식통을 통해 동유럽에서 활동하는 범죄조직인 ‘다크사이드’가 유력한 용의자로 추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 백악관은 8일 성명을 내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며 “연방 관리들이 사건을 조사하고 회사가 조속히 송유관 가동을 재개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콜로니얼 파이프라인 측은 운영 재개 일정을 언급하지 않은 채 “운영 중단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만 밝혔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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