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탁현민..스스로를 공자에 비유하다

오병상 2021. 5. 9.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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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9일 '관해난수'라는 고사성어 인용..김경율 비판 반박
대통령 특별회견 전날,의전비서관이 '공자' 자처할 정도라니..
탁현민에 대한 문재인의 각별한 애정은 이 사진 한장이 말해준다.2012년 대선 패배후 문재인은 탁현민(가운데) 양정철 전 비서관과 함께 한달간 히말라야 트레킹을 함께 했다. [사진제공=탁현민 페이스북]

1.청와대 의전비서관 탁현민이 9일 SNS에 올린 글이 정치뉴스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탁현민은 ‘우리의 정치는, 그리고 정치와 관계 맺은 모든 일들은, 과거나 미래로 평가 받는 것이 아니라 오직 현재로만 평가 받게 된다..오로지 현재만으로 평가받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당면한 오늘로만 평가받는다고 해서 오늘만을 위해 일 할 수는 없다..우리 정치에 그런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더해졌으면 한다’고 적은 뒤 ‘觀海難水(관해난수).4년을 했더니 남은 1년은 더 어렵다’고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2.이 글은 ‘조국흑서’공동저자인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가 7일 김부겸 국무총리후보 청문회에서 현정부를 비판하면서 ‘이른바 정의 평등 공정..이런 것들이 집권 4년 동안 희화화돼버렸다. 매몰차게 말씀드리면 탁현민 비서관의 어떤 소품 정도로 전락해버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한데 대한 반론으로 풀이됩니다.

3.김경율은 문재인 정권의 한 축인 NGO 참여연대의 집행위원장 출신입니다. 당연히 문재인 지지자이었는데..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현정권을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김경율이 문재인 정권의 핵심 구호를 ‘탁현민의 소품’이라고 지적했으니 아플만 합니다.
국정운영의 방향타이어야 할 대통령의 정치철학이 행사담당 비서관의 연출용 소품으로 전락했다면..정말 창피한 얘기입니다.

4.탁현민의 글은 평소 그의 글과 달리 다소 추상적으로 보이지만..김경율의 지적에 대한 반론으로 차고 넘칩니다.
김경율 등의 비판을‘현재만으로의 평가’로 간주합니다. 이런 비판은 ‘위험하다’..자신은 ‘오늘만을 위해’가 아니라‘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더해 일한다..는 반론쯤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5.많은 언론이 탁현민의 글에 주목하는 건..뉴스가치가 있는 인물이기 때문일 겁니다.
탁현민이 실제로 청와대 내에서 상당한 권력자란 얘기가..정권말에 가까워지면서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대통령이 그를 신임하기 때문일 겁니다.
청와대에선 직책이나 직급이 중요한 게 아니라, 대통령과의 거리가 중요하니까요.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 쎕니다. 문고리 권력처럼..

6.개인적으로 두 가지 점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첫째,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회견을 하루 앞둔 날, 대통령을 빛나게 만드는게 주업무인 비서가 마치 스스로 ‘통치4년’을 회고하는듯한 글을 올렸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7.둘째, 일개 비서관이 스스로를 공자에 비유했다는 사실에 더욱 놀랐습니다.
‘관해난수’라는 사자성어..‘바다를 본 사람은 물을 함부로 말하기 어렵다’는 말은 공자님의 위대함을 칭송한 표현입니다. 맹자가 한 말입니다. 바다는 궁극의 진리, 유교에서 말하는 ‘도’에 해당됩니다. 그 바다를 본 공자님이 시냇가에서만 노는 소인배에게 물에 대해 말하는 게 어렵다..는 뜻입니다.

8.결국 탁현민 스스로는 바다를 본 공자님이고, 김경율은 시냇물밖에 모르는 소인배가 됩니다.

참으로 시원한 비아냥입니다. 그런 점에서 탁현민은 탁월합니다. 그러나 정도를 지나쳤습니다.
이를 ‘오만방자’라 하면..소인배의 짓이라 하겠죠. 소인배가 되더라도..한마디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탁현민이 공자면..문재인은 뭘까요.
〈칼럼니스트〉
202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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