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빨치산 생존자에 뜬금없는 축전..美보란듯 北챙긴다
중국은 金위원장 중국 방문 3주년 사진전 챙겨
日언론 "한미일 정보기관장 이번주 일본서 회동"
한·미·일 vs. 북·중·러..맞불 구도
미국이 한국·일본 등 동맹 결속에 나선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경쟁적으로 '북한 챙기기'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은 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 ‘전승절’(5월 9일)을 맞아 북한의 ‘항일빨치산’ 원로인 이영숙(105ㆍ여)에게 축전을 보냈다”고 밝혔다. 주북 러시아대사관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차 대전에 대해 “20세기의 역사에서 가장 가열하고(격렬하고) 유혈적인 전쟁이었다”고 평가한 뒤, “당신(이영숙)과 동지들, 전체 인민은 해방에 대한 높은 사명을 다해 나치즘을 물리치고 유럽 사람들을 예속으로부터 구원했다”고 치하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는 푸틴 대통령을 대신해 지난 6일 강성호 북한 외무성 유럽1국장을 통해 축전을 전달했다. 김일성 주석이 1930~40년대 중국 동북지방과 소련지역에서 항일무장투쟁 활동을 했다고 밝힌 이영숙은 현재 북한에 생존해 있는 유일한 빨치산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05년 ‘전승 6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이영숙을 포함 17명의 빨치산에게 기념 메달을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평년에 그에게 축전을 보낸 건 다소 이례적이란 지적이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영숙이 올해 105세라는 점을 고려해 축전을 보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전승절에 그에게 축전을 보내고 공개한 건 정치적인 배경이 깔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숙의 100세 생일도 그냥 넘겼던 러시아가 '빨치산 챙기기'를 통해 우호적인 북-러 관계를 과시하려는 차원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러시아의 이런 움직임이 북한과 중국의 밀월관계가 심화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국경을 꽁꽁 닫고 있는 북한이 조만간 중국과 교역을 재개할 것이라는 소문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과 중국은 양국 정상 교류를 강조하며 ‘특별한’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실제 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은 지난 7일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북한대사관서 열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중 3주년 기념사진전에 참석해 축하했다.
이 자리에는 중국 공산당의 중앙선전부를 비롯, 외교부ㆍ상무부ㆍ문화관광부 등 관련 부처의 고위급들이 총출동해 우호 관계를 과시했다. 북한 역시 이달 초 대외 선전 화보인 ‘조선’(5월호)에 김 위원장이 지난 2018년 다롄(大連)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가졌던 정상회담 소식을 8쪽 분량으로 편집해 비중 있게 다뤘다.
이 때문에 최근 한ㆍ미ㆍ일 3각 공조 움직임에 북ㆍ중ㆍ러가 맞불 작전을 펼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첨예한 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지난 2일 소나기 담화를 통해 미국 때리기에 나서자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뒷배’를 자임하며 지원에 나선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TBS방송은 8일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ㆍ미ㆍ일 3국의 정보기관 수장들의 첫 회담을 다음 주 도쿄에서 개최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3국 외교장관 회동에 이어 정보기관장의 면담을 통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정원 당국자는 “정보기관장의 일정은 공개할 수 없어 관련 보도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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