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백화점에서 역대급 '춤꾼' 배출한 사연 아십니까
인천의 국악 이야기는 다른 문화·역사에 비해 덜 알려진 편이다. 인천시민들의 가슴속에서 울고 웃고, 신명나게 놀았던 인천국악의 숨은 이야기들을 연재한다. <기자말>
글쓴이 : 윤중강 국악평론가
▲ 항도백화점 예전 모습 |
ⓒ 자료사진 |
항도백화점(경동 172번지)은 인천 싸리재에 있던 백화점이다. 이곳은 1954년에 개업했고,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이다. 일 년 정도, 영업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에도 인천사람들은 여기를 항도백화점이라고 불렀다.
항도백화점은 이후 어떻게 활용됐을까? 1층은 업종이 바뀌었다. 싸리재가 인천의 가구 거리로 불리었기에 항도백화점도 가구점일 때가 많았다. 2층과 3층은 입시학원으로 활용됐다.
인천중학교와 제물포고등학교 등 명문 중·고를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공부하러 이 건물에 모여들었다. 내 누이(1953년생)도 여길 다녔다. 이 건물의 2층과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매우 어두웠다. 오래전 여길 기억하는 어른도 그렇다고 하니, 당시 나 같은 미취학 아동은 어떻겠는가? 도저히 계단 위로 올라가는 걸 엄두도 못 내고, '과외'하러 간 누나가 빨리 내려와 주길 바라면서 계단 입구에서 떨며 기다렸다.
▲ 이명숙 중앙무용학원 원장. 그는 박문초등학교에서도 무용을 가르쳤다. |
ⓒ 윤중강/자료사진 |
그러다가 1968년 중학입시가 폐지되면서, 이곳은 중학교 입시학원 건물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그 이후는 어떻게 변했을까? 여기서 노랫소리가 들리고, 장구소리가 들렸다. 무용학원시대가 열린 것이다. 가장 오래 있었던 것은 중앙무용학원(경동 172번지)이 아니었을까?
항도백화점과 중앙무용학원은 같은 주소였고, 사람들은 이 무용학원을 '삼익가구 3층'이라고 알려줬다. 1980년대 중반까지는 이곳이 무용학원이었다. 이명숙 원장은 예전 박문학교 교사였다. 박문초등학교에서도 무용소녀들을 지도해서 이름을 날렸다.
중앙무용학원에서는 한국·현대무용, 발레를 두루 배울 수 있었고, 인천시가 주최하는 무용제에 모두 참가했다. 인천이 직할시로 승격(1981년)된 후, 대규모의 무용제가 시민회관(주안)에서 열렸다. 중앙무용학원 출신과 현재 다니고 있는 무용소녀들은 이명숙 원장의 지도하에 함께 참가했다.
인천시립무용단과 윤성주
그런데 이 장소와 연관해서, 매우 재밌는 사실 하나가 있다. '우연같은 필연'이라 해야 할까? 한국의 유명 무용가가 이 장소(항도백화점)와 연관된 집안의 가족이었다. 현재 인천시립무용단의 예술감독은 윤성주다. 그는 국립무용단에서 주연 무용수를 거쳐, 국립무용단의 예술감독을 지낸 분이다. 다른 안무가와는 다르게, 윤성주는 대본과 연출도 직접 담당하고 있다.
▲ '비가'. 인천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인 윤성주가 공연의 대본, 연출, 안무를 했다. |
ⓒ 윤중강/자료사진 |
▲ 인천시립무용단의 공연 담청. 가운데가 윤성주 예술감독 (2019년 11월 22일) |
ⓒ 윤중강/자료사진 |
윤성주는 한국의 남성무용의 대가 3인에게 사사했다. 송범(1926~2007), 전황(1927~ 2015), 최현(1929~2002)의 춤맥을 잇는 윤성주 예술감독은, '거장의 구월동 나들이' 시리즈를 통해서 과거 무용가의 세계를 알리는데 힘을 쏟았다.
2019년에는 최현의 작품세계를 알렸다. 석하 최현의 예술세계를 사진 및 영상자료를 포함해 이야기와 춤이 병행하는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콘서트였다.
▲ 무용극 '은하수'. 송범이 안무를 하고, 윤성주가 주역 무용수를 맡았다. |
ⓒ 윤중강/자료사진 |
▲ 송성주&최공주 듀오 공연 '탈의 눈물'. 1994년 10월 31일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했다. '탈의 눈물'은 이청자가 안무했다. |
ⓒ 윤중강/자료사진 |
인천시립무용단에서 가장 오래된 단원은 누구일까? 40명의 단원 중 남성은 송성주(1985년), 여성은 최공주(1987년)로, 두 사람은 인천시립무용단의 산증인이다. 두 무용수가 함께 공연한 작품이 이청자가 안무한 '탈의 눈물'이다(전국시도립무용단무용제, 1994년 10월 18일, 국립극장 대극장).
한명옥 예술감독 시절, 인천시립무용단 창단 20주년 작품은 '땅을 위한 진혼곡 – 미추홀, 생명의 땅'이란 대작이었다(2001년 12월 6~7일, 인천시립무용단 대공연장). 한명옥 안무, 이재환 대본 연출, 원일 음악, 이상봉 조명 등 한국공연계의 최고의 스텝이 참여했는데, 이 작품의 주인공이 최공주였다.
인천을 담은 공연이 더욱 다채로워지길
최공주는 전통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무용공연에서 주역으로 활동했다. 그녀가 보여준 소고춤은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좋아하고 다시 보길 원한다(우리민속한마당, 2002년 3월 국립민속박물관).
▲ 미추홀 생명의 땅(좌)과 소고춤(우)을 추는 최공주 |
ⓒ 윤중강/자료사진 |
인천의 춤과 직접 연관되거나, 연관이 깊다고 추정되는 용동권번(춘앵전), 가부기좌(장구춤), 대불호텔(모던보이와 모던걸), 인천시립공회당(가인전목단)과 인천시민관 (장검무) 등은 인천의 춤을 살리는 공연이었다. 앞으로 인천을 담은 공연은 보다 더 다채로울 필요가 있다.
인천은 국악과 무용을 기반으로 한 전통예술의 자원이 의외로 넓은 편인데, 지금 인천의 공연예술계에서 다루는 방식은 너무도 특정 분야와 방식에 집중돼, 외부자의 시선으로 보면 매우 안타깝다. 인천과 관련한 여러 문화적, 예술적 기록을 바탕으로 인천시민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여줄 수 있는 '인문학에 기반을 둔 공연콘텐츠'를 계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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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에도 실립니다. 글쓴이는 윤중강 문화재위원(국악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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