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슬로단 고르보비치 감독 "영화는 사회의 하수인이 아니라 양심"

류지윤 2021. 5. 8.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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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세르비아 출신 슬로단 고르보비치 감독의 '아버지의 길'은 니콜라가 가난하단 이유로 복지센터에 아들과 딸을 빼앗긴 후, 정부 시스템과 직접 몸을 부딪쳐 아이들을 되찾기 위한 여정을 담은 영화다.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 영화는 정의를 쟁취하기 위해 자기 고향에서 베오그라드까지 거의 200km를 걸어간 한 남성의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 영화 초반 설정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사실과 극화됐지만, 슬로단 고르보비치 감독은 남성의 의지와 용기에 감명을 받아 영화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슬로단 고르보비치 감독은 사회에 자극을 주제를 다루는 것이 감독으로서 책임이자 예술의 의무라고 생각해왔고, 이 남성의 이야기는 그의 신념에 부합했다.


"남성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를 직접 만나러 갔습니다. 그의 의지, 용기, 스토이시즘적인 태도에 감명을 받았어요. 예술은 비판할 것을 비판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직 진실로써 말이죠. 예술은 정치, 사회의 하수인이 아니라 양심이 돼야합니다."


영화의 시작은 가난에 시달리던 아내가 체불된 임금을 달라며 투쟁을 하다 자신의 분신 자살을 시도한다. 첫 장면부터 강렬한 비극을 예고한다.


"주인공 니콜라가 등장하지 않는 유일한 장면입니다. 충격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리스 비극을 연상시키는 자기 희생적인 면을 녹여냈죠. (아이들의) 어머니는 절망으로 인해 자신을 희생하지만 동시에 이런 행동이 남편을 일깨우고 움직이길 희망하죠. 아내의 희생이 있었기에 니콜라가 여정에 나설 수 있었던 겁니다."


슬로단 고르보비치 감독은 '아버지의 길'이 사회의 부패나 관료주의 시스템의 부조리를 지적하기 보단 세르비아의 적나라한 현실 앞에서 권리를 찾아가는 남자의 이야기라고 고백했다.


"영화 초반 사람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발만 보고 있던 사람이 시간이 지날 수록 사람의 눈을 바라보여 이야기 하죠. 이건 똑바로 사회를 바라보고 자신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버지의 길'의 주연은 미국 드라마 '파고3'로 얼굴을 알린 고란 보그단이 맡았다. 니콜라의 세심한 감정변화를 대사가 아닌 눈빛으로 그려냈다.


"고란은 훌륭한 배우고 지적이고 교양이 풍부해서 함께 작업하는 동안 즐거웠어요. 대사가 거의 없이 침묵과 내면 연기로 일관하는 역할은 그도 처음이었고 저도 처음이었죠. 우리에게 모두 도전이었어요. 니콜라의 세계를 현실적이고도 진실되게 표현하기 위해 고란은 몸무게를 20㎏ 가까이 빼는 노력도 했죠."


니콜라는 아내가 분신자살 시도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아이들을 복제신터에 빼앗겼을 때도, 차관을 만나 권고서를 받았음에도 아이들로 가는 길이 막힐 때도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 이는 슬로단 고르보비치 감독의 의도된 설정이었다.


"극심한 빈곤에 처한 사람에게는 감정 표현도 사치처럼 느껴지죠. 니콜라는 동물처럼 생존해온 캐릭터입니다. 감정을 보여주는 것을 본인의 약점처럼 여기기도 하고요"


'아버지의 길'은 세르비아에서 개봉했을 당시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영화의 내용이 현실이 아니라는 의견과 세르비아의 삶 그 자체라는 이들이 팽팽하게 부딪쳤다.


"슬프지만 세르비아의 이런 이미지는 우리의 현실입니다. 정치인들이 이 현실을 외면하고 있어요. 세르지아 정치 풍속상 가끔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특별히 걱정을 하진 않았지만 언론들은 나를 반역자, 국가의 적으로 만들기도 했죠."


좋은 영화는 '내가 빋고는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슬로단 고르보비치 감독은 앞으로도 현실과 맞닿아 있는 사회 이야기에 관심을 갖을 예정이다.


"저는 늘 이야기를 찾는데 시간을 많이 들여요. 지금 생각하는 것들이 있지만 밝히긴 아직 이릅니다.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예술적으로 사회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회를 자극하고 경종을 울리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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