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의 챕터투] "철 좀 들자" 술 폭탄에 멍든 농구 코트

김태훈 2021. 5.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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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좀 들자..."프로농구 관계자의 한숨과 함께 새어 나온 독백이다.

프로배구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이상 흥국생명)으로 촉발된 학교폭력 폭탄을 피했던 프로농구 코트는 음주 폭탄을 맞고 발칵 뒤집혔다.

전창진 감독과 김승기 감독의 '사제대결' 등 이슈가 풍성한 챔피언결정전이 펼쳐지고 있는 프로농구 코트는 철 없는 일부 선수들의 음주 일탈로 멍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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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일탈로 프로농구 최대축제 챔피언결정전 희석
코로나19 악재 속 가까스로 살린 흥행 불씨에 찬물
잠실학생체육관(자료사진). ⓒ 뉴시스

“철 좀 들자...”


프로농구 관계자의 한숨과 함께 새어 나온 독백이다.


프로배구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이상 흥국생명)으로 촉발된 학교폭력 폭탄을 피했던 프로농구 코트는 음주 폭탄을 맞고 발칵 뒤집혔다. 술에 취해 저지른 코트 밖에서의 파울이 최대 축제인 챔피언결정전(전주KCC-안양KGC)의 맛을 희석시키고 있다.


전창진 감독과 김승기 감독의 ‘사제대결’ 등 이슈가 풍성한 챔피언결정전이 펼쳐지고 있는 프로농구 코트는 철 없는 일부 선수들의 음주 일탈로 멍들었다. 챔피언결정전에만 모든 관심이 쏠려도 모자랄 판에 음주 일탈이 일으킨 잡음은 관심을 분산시키고 열기를 떨어뜨렸다.


지난달 30일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부터 그랬다. 결전을 앞둔 양 팀의 각오를 듣는 시간이지만 더 큰 관심은 다른 곳으로 쏠렸다.


울산 현대모비스에서 활약했던 베테랑 기승호(36)는 미디어데이가 열린 지난달 30일 KBL로부터 영구 제명됐다. 기승호는 현대모비스가 4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지난달 26일, 선수단 식사 중 술에 취해 후배 4명을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국가대표 장재석은 안와골절의 중상을 입고 3시간에 걸쳐 대수술을 받았다. 거친 폭행 사건에 단장까지 교체됐다.


역대급 사고로 프로농구계가 발칵 뒤집힌 가운데 선수에게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인 ‘제명’ 처분을 내리자마자 사회적으로도 심각성이 커지고 있는 음주운전 사고까지 터졌다. 서울삼성 가드 김진영(23)이 음주운전 중 교통사고를 내 입건된 사실은 기승호의 제명이 결정된 30일 오후 알려졌다.


지난달 7일 만취상태로 음주운전 사고를 낸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김진영은 음주 사고를 일으키고도 KBL과 소속 구단에 보고하지 않았다. 서울삼성은 지난 1일 사과문을 게재했고, 김진영은 구단과 연맹으로부터 81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고 고개를 숙였다.


기승호 ⓒ 뉴시스

올 시즌 프로농구는 술과 뗄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 고양오리온은 경기를 마친 뒤 고양체육관 내 사무실에서의 음주 회식으로 빈축을 샀다. KBL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전 국민이 방역에 참여하고 연맹과 구단 차원의 매뉴얼 지침 준수를 통한 방역에 힘쓰고 있는 상황에서 늦은 시간까지 체육관에서 음주를 동반한 회식을 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물었다.


단호한 징계 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방역 수칙을 위반한 사례가 또 나왔다. 창원LG의 선수와 코치 등 관계자 6명이 지난해 12월29일 창원 시내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KBL 재정위원회의 징계 수위는 더 높아졌다. 코로나19 시국에서 반복되고 있는 프로농구계 음주 관련 사고에 KBL의 입장은 더 단호해지고 있지만 변화는 더디다.


프로농구는 현재 큰 위기를 극복하려 애쓰고 있다. 프로배구 인기에 밀린 상황에서 개막이나 플레이오프 때는 프로야구와 겹치지 않도록 일정을 짠다. 코로나19로 제한적인 관중 입장 체제에서 인천 전자랜드는 매물로 나와 있다. 반드시 10개 구단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위기 속에 모두가 사활을 걸고 뛰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흥미로운 순위싸움으로 훌륭하게 정규리그를 마쳤다. 각고의 노력 끝에 프로농구 흥행의 불씨를 살렸다는 평가도 이끌어냈다. 하지만 막판 음주일탈로 코트는 얼룩졌다. 가까스로 살려낸 프로농구 흥행 불씨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다. 실망한 팬들의 비판과 질타의 수위는 높아졌고, 농구팬이 아닌 일반인들도 손가락질을 하며 혀를 찬다. 사고를 저지른 선수들은 ‘프로’들이다. 제발 철 좀 들자.

데일리안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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