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상향등 켜?" 차세우고 야구방망이 꺼낸 운전자의 최후
지난해 6월 7일 오전 3시16분쯤 A씨(38)는 충남 공주의 국도를 지나다가 급하게 진로를 변경해 1차로를 주행하던 다른 차량을 추월했다. 놀란 뒤차 운전자가 상향등을 작동하자 화를 참지 못한 A씨는 급정지를 하거나 지그재그로 운전했다. 자신에게 상향을 켰다는 이유로 보복한 것이다.
A씨의 보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차량의 속도를 줄여 뒤차의 주행을 가로막았다. 차에서 내린 뒤 트렁크에서 야구방망이를 꺼내 뒤차 운전자인 B씨(41) 얼굴에 들이대며 위협했다. 공포를 느낀 B씨는 경찰에 A씨를 신고했다. 경찰과 검찰 수사를 거쳐 A씨는 특수협박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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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매우 위험한 방법으로 위협한 점 인정"
대전지법 형사6단독 김택우 판사는 A씨에게 특수협박죄를 물어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뒤차 운전자(피해자)가 저속으로 주행하다 내가 추월하자 상향등을 켜는 등으로 이 사건을 유발했다”고 주장했지만 김 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판사는 “매우 위험한 방법으로 차량을 운전해 피해자가 정차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고 야구방망이로 위협한 점이 인정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고속도로에서 앞서가던 대형 화물차를 추월한 뒤 고의로 급정거한 운전자도 처벌을 면하지 못했다. C씨(60)는 지난해 5월 13일 오전 6시20분쯤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청원휴게소 부근에서 자신의 1t 화물차를 운전하다 D씨(51)가 몰던 트레일러를 추월한 뒤 급제동하거나 400m가량 저속 운전한 혐의(특수협박)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2차로를 주행하던 C씨는 3차로로 차선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트레일러가 운전을 방해했다고 생각, 보복운전을 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기소된 C씨는 법정에서 “몸이 심하게 가려워 다소 서행했지만, 위협운전을 하지는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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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서 차선 끼어든다며 갑자기 급정거·서행
하지만 법원은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피고인이 급하게 차선을 변경하면서 동시에 브레이크를 밟았다”며 C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전지법 김택우 판사는 “고속도로에서 이뤄진 피고인은 범행은 다수의 교통 관여자에게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었다”며 C씨에게 특수협박죄를 물어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차량 운행 중 분을 참지 못하고 다른 차량으로 위험에 빠뜨리거나 운전자에게 위협을 가하는 운전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법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지만, 법원은 혐의를 인정하고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잇따라 처벌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복운전으로 피해자가 공포심만 느껴도 특수협박이 적용되고 상해가 발생하면 특수상해죄가 적용된다”며 “운전 중 실수가 발생하더라도 비상등을 켜주거나 손을 흔들어주는 등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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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운전 매년 증가세, 2019년 5536건 검거
이른바 ‘보복운전’에 따른 처벌은 매년 증가 추세다. 2017년과 2018년 각각 4431건과 4425건에 불과하던 보복운전 범죄는 2019년 5536건으로 크게 늘었다. 범죄 유형별로는 고의 급제동이 가장 많았고 서행 등 진로방해와 협박·폭행 등이 뒤를 이었다. 보복운전의 경우 면허정지뿐만 아니라 처벌도 받을 수 있다.
2019년 7월 제주에서는 상대방 차량 운전자를 폭행한 이른바 ‘제주 카니발’ 사건 발생, 국민적 공분을 불러오기도 했다. 당시 카니발 운전자는 차선을 넘나드는 난폭 운전을 하다 항의하는 운전자의 얼굴을 때리고 이를 촬영하던 운전자 아내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집어던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지난 3월 부산경찰청은 보복운전을 일삼은 30대 남성을 구속했다. 이 남성은 지난해 9월부터 오래 2월까지 5차례에 걸쳐 경적을 반복적으로 울리면서 피해 차량에 바짝 붙거나 추월한 뒤 급정거하는 수법으로 상대방 운전자를 위협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 운전자에게는 욕을 하고 침까지 뱉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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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사소한 불만 감정으로 표출, 대형사고 우려"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채진 교수는 “최근 운전과정에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사소한 일로 불만과 감정을 표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보복운전은 대형 사고와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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