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부터 '술 로비'까지.. 전·현직 英 총리 '구설수'

황윤태 2021. 5. 8.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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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총리 관저 인테리어 비용으로 곤혹
캐머런, 현직 장관들에게 술 제공 망신살

영국 보수당 소속 전현직 총리들이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현직 총리인 보리스 존슨은 당 후원금을 받아 총리 관저를 호화롭게 꾸몄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는 금융사에 재취업해 현직 장관들에게 술을 제공하며 로비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망신을 사고 있다. 그야말로 ‘영국판 총리 게이트’라고 불릴 만 하다.

전직 실세의 폭로
영국에선 최근 보수당 소속 전현직 총리들이 연일 구설수에 올라 시끄럽다. 총리관저 리모델링으로 시끄러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EPA연합뉴스

존슨 총리는 총리 관저 인테리어 비용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그의 약혼자 캐리 시몬즈는 지난해 관저인 런던 다우닝가 10번지를 20만 파운드(3억1000만원)를 들여 리모델링했다. 이 중 커튼과 벽지 도배 비용인 5만8000파운드(9000만원)를 보수당원인 데이비드 브라운로우에게 기부받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사실이라면 정치기부금법에 위반되는 사항이다.

시몬즈는 전임 총리였던 테레사 메이의 가구 취향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인테리어를 다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더 타임스는 “시몬즈가 메이 전 총리가 막 떠난 관저를 보곤 ‘존 루이스 백화점에서나 볼 법한 악몽같은 인테리어’라고 평했다”면서 “존슨 커플이 공관을 ‘상류층 안식처’로 만들려고 했다”고 전했다.

총리 일가가 기부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은 연일 증폭되고 있다. 영국 선데이타임즈는 지난 2일 “보수당 지지자가 존슨 총리의 막내아들 윌프레드의 양육 비용을 요구받았다”고 보도했다. 런던에서는 못해도 한달에 2000파운드(310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전일제 양육을 위탁할 수 있다. 현지 언론은 또다른 기부자가 있다거나 벤 엘리엇 보수당 공동의장이 1시간에 165파운드(25만원) 정도 되는 존슨 총리의 개인 트레이너 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에도 불을 붙이고 있다.

의혹들의 진원지는 존슨 총리의 수석보좌관이었던 도미니크 커밍스다. 지난해 11월 사임한 커밍스는 브렉시트 논의가 시작되던 2015년부터 존슨 총리 옆을 지켰다.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 협상과 2019년 총선 압승의 1등 공신으로도 평가된다. 영국 가디언은 “커밍스를 통하지 않고 채택되는 정책이 없었다”면서 “내각의 ‘실질적 비서실장’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커밍스는 존슨 총리의 약혼자 시몬스와 관계가 틀어지며 내각을 떠났다.

커밍스는 지난달 23일 자신의 블로그에 총리 공관 의혹을 폭로했다. 그는 “존슨 총리에게 ‘기부자들에게 인테리어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것은 어리석고 불법적인 일’이라고 조언했지만 거부당했다”면서 “선거관리위원회 등에서 조사할 경우 기꺼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커밍스는 이밖에도 존슨 총리가 가전제품 기업 다이슨의 제임스 다이슨과 세금을 두고 연락한 사실, 런던 락다운 계획이 유출된 경위도 드러냈다.

의혹이 켜져가자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8일부터 조사에 착수했다. 이어 내각과 정부도 각각 조사를 시작했다. 하원은 아예 커밍스를 증인으로 소환하기로 했다. 존슨 총리는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의회에 출석해 “(수리비는) 온전히 개인적으로 지불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처음엔 누가 지불했냐’고 묻자 입을 닫았다.

옛 부하에 술 따르며 ‘도와달라’
현직 장관에게 로비를 해 망신살이 뻗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AP뉴시스

브렉시트 국민투표로 사임한 캐머런 전 총리는 퇴임 5년 만에 다시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총리직 사임 이후 2년 만에 취업한 금융사가 최근 파산하면서 로비행적이 드러난 탓이다.

캐머런 전 총리는 퇴임 2년 만인 2018년 8월 그린실캐피탈의 시간제 고문으로 위촉됐다. 이 회사는 캐머런 내각의 고문을 맡았던 호주 국적 렉스 그린실이 2011년 세운 회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린실캐피탈은 스위스크레디트 등에 투자를 받으며 한때 기업가치가 40억 달러까지 불어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투자가 연이어 끊기며 순식간에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지난 3월 파산했다.

위촉부터 파산 직전까지 캐머런 전 총리는 리사 수낙 재무장관(당시 차관)과 맷 핸콕 보건장관 등 내각 각료들에게 지속적으로 접근했다. 2019년에는 두 사람과 술자리를 마련하고 렉스 그린실 대표를 소개했다. 당시 조달청장도 함께 배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캐머런 전 총리는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메일과 문자메시지를 보내 국가보건서비스(NHS)에 자사 어플을 채택해 달라는 청탁을 했다. 장관 2명은 모두 그가 총리였을 때 보고를 받던 차관급 인사들이었다. 이밖에도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되자 존 커넬리프 영란은행 부총재 등에게 “긴급대출 및 지원을 허락해 달라”고 접촉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탁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술자리에서 제안한 어플은 경쟁입찰에서 탈락했고, 그린실캐피탈은 결국 파산했다. 캐머런 전 총리는 지난달 입장문을 통해 “유망한 금융 스타트업을 돕고자 했지만 어떤 행동강령이나 규정도 어기지 않았다”면서 “전직 총리로서 공식 채널로 소통하지 않아 오해가 생긴 점에 대해 반성한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나이젤 보드만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특별조사단을 꾸려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 특별조사단은 6월 안에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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